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토파즈 Nov 17. 2022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에세이 #70

 한동안 글쓰기를 멈췄습니다. 


 정확히 그 무엇을 기록하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는 스스로 뭐 그리 대단한 글을 쓴다고 이렇게 애쓰며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회의감이 들었습니다.


 그냥 귀찮은 겁니다. 목표를 잃고 내 습관 중 하나를 일상에서 멀리 둔 것뿐입니다. 바쁘게 살았고 여유가 없다는 표현은 솔직하지 못합니다. 그저 귀찮았을 뿐.


 열렬히 사랑했던 연인이 어느 순간 귀찮은 존재가 될 때도 있습니다. 온갖 미사여구로 설명하려 하지만 사실은 싫어진 것뿐입니다. 그 외에 나머지 말은 그저 그런 이유일 뿐입니다.


 어쩌면 그간 내 삶에 너무 많은 불편함으로 채워 넣은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스스로 담백하게 일상을 살아낼 힘과 용기가 없으니 생각을 멈춰버린 것은 아닌지. 


 하루하루 쫓기고 바쁘다는 착각 속에 내 시간을 낭비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질문이 많아졌습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을 쓰겠다고 생각만 하고 한 줄 썼는데, 내 삶을 돌아보고 있다니.."


 이것이 글쓰기의 힘입니다. 왜 글을 쓰지 않았을까? 왜 귀찮음을 느꼈을까? 혹시 나는 나를 직시하는 것을 회피하고 있었는가? 내 글이 졸렬하다는, 내 글이 부족하다는 핑계 삼아 나라는 사람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않고 되는대로 살고 싶은 욕망에 나를 던진 것은 아닌가?


 나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삶은 아니었는가? 고요한 밤에 은은한 빛 아래서 나는 신을 만나기를 두려워했는지도 모릅니다. 글이 삶에서 멀어지자 마음 한편에 공허감이 쌓였습니다. 졸렬하든 부족하든 어떤 방법으로든 글을 쓰며 삶의 궤적을 기록해야 함을 느낍니다. 


 어제의 나, 오늘의 나, 미래의 나도 결국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 시간을 사는 것뿐입니다. 짧디 짧은 삶에서 1초, 1분이 나름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기록'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다시 씁니다. 꽤 꾸준히 길든 짧은 남기려고 합니다. 이번에는 글쓰기를 어떤 목표를 이루고 달성하는 대상으로 여기지 않고 싶습니다. 솔직히 글쓰기를 통해 나라는 사람을 조금 더 좋은 사람으로 포장하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남긴다고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었는가? 그렇지 않습니다. 착각하고 있었을 뿐.


 담백하게 쓰고 싶습니다. 무엇인가를 바라지 않는 글쓰기. 이번에는 그것이 하고 싶습니다. 


 다시 글쓰기를 시작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강봉수 판사를 아시나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