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인연은 없습니다. 삶은 만나고 헤어지는 반복을 거듭합니다.그러니 인간관계에 집착할 필요가 없다고 하지만 쉽지 않습니다. 매번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며 인간관계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청소년기 매일 등하교를 함께하는 절친한 친구가 있었습니다. 우리 집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무엇을 하든 즐겁고 재밌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사소한 다툼이 있었고 그렇게 멀어졌습니다.
같은 중학교를 다녔기에 15살이 되어 서로 화해하고 친구로 지내자고 했지만 지난 시간만큼 가까워지지 못했습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를 가면서 그 후로 만난 적이 없습니다. 분명 둘도 없는 좋은 친구였으나 지금은 길에서 봐도 얼굴은 어렴풋이 기억할지 모르나 크게 반갑지는 않을 겁니다.
그때는 좋았으나 지금은 소원한 관계가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몇 해전에 인간관계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며 스스로 던진 질문입니다.
'나는 가까운 사람에게 소홀한가?'
'나는 인간에 대한 정이 없는가?'
'나는 먼저 마음을 주는 것에 주저하는가?'
'나는 주변 사람을 함부로 대하는가?'
이런저런 고민을 떠안고 지나다 문득 생각이 스쳤습니다.
타인은 나에게 크게 관심이 없구나.
인간은 주변에 관심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타인에 대해서는 더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 중 99%가 잊히는 이유입니다. 자기 자신을 생각하며 지내기 바쁘기에 주변을 돌보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이 지향하는 가치가 다르면 오랜 시간 인연을 이어가기 더욱 힘듭니다.
나의 최대 관심은 나 자신입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본능입니다. 좋은 인연을 만드는 첫걸음은 본능과 반대로 생각과 행동을 전환하고 삶의 원칙을 세워가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본능과 반대로 가는 삶. 이런 사람이 매력 있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길을 걸으며 그것마저도 뒤에서 쫓아가는 사람은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이런 매력을 가진 사람은 주변에 사람이 모이고 무엇보다 좋은 인연을 이어가며 삶이 더 풍요로워집니다. 크게 3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첫째, 자기 자신을 스스로 보듬고 타인의 인정을 갈구하지 않는 사람.
둘째, 타인을 낮추고 나를 높이며 자존감을 지키지 않는 사람.
셋째, 과거의 자신을 용서하고 화해한 사람.
우주 속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나를 완성하는 것은 나 자신입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쓸데없는 헛소리에 나를 방치하지 않아야 합니다. 나를 나로 세우는 방법은 인연에 과도하게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누군가로부터 지지를 받거나 혹은 반대로 비난을 받더라도 타인의 반응에 집착하지 않으려 노력해야 합니다.
인간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습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 중 99%는 내 삶과 무관하게 각자의 삶을 살아갑니다. 서로가 쌓은 '정'이 소진되면 자연스럽게 헤어집니다.
인연에 집착하지 않고 내 삶을 충실히 살아가는 용기가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그렇게 내 삶을 스스로 세워가다 보면 더 나은 인연이 찾아옵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반드시 서로를 알아보고 가까워집니다. 그러니 더 나은 사람이 되십시오. 그래야 더 좋은 인연이 찾아옵니다.
2006년 방영한 SBS드라마 <연애시대> 속 은호(손예진)의 아버지는 목사입니다. 이혼하고 이미 재혼한 남편과의 감정을 다시금 느끼고 가정을 가진 남자를 만난다는 죄책감으로 괴로울 때 라디오 프로그램 게스트로 나온 아버지에게 자신을 K양이라고 속이고 전화를 합니다. 아버지는 K양이 딸인 줄 이미 알았지만 사연을 차분히 듣고 말합니다.
"K양, 행복해지고 싶죠? 행복하기가 쉬운 줄 아십니까? 망설이고 주저하고 눈치 보고 그렇게 해서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는 겁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방송 중에 은호의 이름을 직접 부르며 말을 이어갑니다.
"은호야,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 네가 행복해져야만 이 세상도 행복해진다. 하나님한테는 내가 같이 용서를 빌어주마. 행복해져라. 은호야."
행복해져라. 은호야.
지금 만나는 사람 중 99%는 지나갑니다. 내 곁을 지나가는 사람이 아니라 나와 함께 오래 머무르는 사람과 행복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