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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토파즈 Jul 10. 2023

매번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에세이 #75

 매번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어느 곳에서 일하든 빛이 드는 날이 있으면 빛나는 자리에서 비켜서는 날도 있습니다. 매번 주인공이 되고 싶다고 해도 결코 그럴 수 없는 것이 고통을 수반하는 삶의 본질입니다.


 모든 경기에 출전해 MVP가 되는 선수도 없습니다. 잘하는 날도 있고 부끄러울 만큼 못하는 날도 있는 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감독은 선수의 퍼포먼스와 함께 반드시 팀에 대한 기여도를 살펴봅니다.


 가끔 자신의 부족함을 자책하고 자신감이 떨어지는 날이 있습니다. 그런 날이면 더욱 늘 하던 일을 차분히 하면 됩니다. 좌절도 자책도 아무 소용없습니다.

 

 그저 내가 빛날 차례가 아니었구나 하고 넘어가면 그만입니다. 정말 그뿐입니다.


 빛나는 자리에서 비켜나 그늘진 곳에서 보내는 충실한 시간이 나를 빛으로 이끌어 갈 것입니다. 매번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나 빛나는 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늘진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서.


 오늘 비가 그친 새벽녘에 산책을 했습니다. 5분 뒤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잠시 비를 피하려 앉았습니다. 해가 뜨기 전 어스름한 때에 노래를 한 곡 들었습니다. 김광석 님이 부른 <내 사람이여>입니다. 수없이 들었던 곡인데, 가만히 앉아서 가사를 다시금 듣는데 참 좋았습니다.




 < 내 사람이여 (1984) >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음 눈물이 고인 너의 눈 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가난한 살과 영혼을 모두 주고 싶네


내가 너의 사랑이 될 수 있다면

노래 고운 한 마리 새가 되어도 좋겠네


너의 새벽을 날아다니며

내 가진 시를 들려 주겠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더운 사랑 하나로

내 가슴에 묻히고 싶네


그럴 수 있다면 그럴 수 있다면

내 삶의 끝자리를 지키고 싶네


내 사람이여 내 사람이여

너무 멀리 서있는 내 사람이여



 참 아름다운 가사입니다.


 내 삶의 주인공은 나입니다. 그러나 내가 속한 모든 곳에서 매 순간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없습니다. 그렇게 되려고 애쓰고 노력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더욱 주인공이 되지 못하는 것이 삶의 이치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이유는 이 또한 내 삶이기 때문입니다. 비가 오는 날이 있으면 화창한 날이 있을 것입니다. 뜨겁디 뜨거운 열정이 가득한 날이 있으면 차갑디 차가운 냉소적인 날도 있을 겁니다. 그러니 빛나는 날에는 축복을 경험하고 그늘진 날에는 내 일을 해나갈 뿐입니다.


 그럴 수 있다면 그렇게 살아갈 수 있다면 너무 멀리 서있는 내 사람이 조금이나마 가까워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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