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프로 Jun 22. 2024

비 오는 토요일 아침에 나가서 사 온 것

아침부터 날씨가 흐렸다. 일기예보를 확인해 보니 역시나 오전부터 비가 온단다. 원래 데이트를 하러 나가고 싶었지만, 둘 다 비 오는 날 걷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데이트는 내일로 미뤘다. 대신 남편이 지난달 생일에 파리바게트 기프티콘을 받은 게 있어서 오늘 점심으로 샐러드와 샌드위치를 사 먹기로 했다.


비가 많이 오기 전에 다녀오려고 얼른 준비하고 이른 시간에 나갔는데 이미 비가 주룩주룩. 이럴 줄 알고 장화를 신었지.


걸어가면서 막 찍었더니 사진이 역동적으로 나왔다


나는 기프티콘 선물을 좋아한다. 그걸 쓰기 위해 그 장소로 가야 해서 좋고, 보통 내가 먹고 싶은 걸로 바꿔 먹을 수 있으니 무엇을 먹을지 고르며 설레고, 심지어 내 지갑을 열지 않아도 되니 일석 삼조의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아, 하나 더 있다. 먹고 끝나니 물건이 남지도 않는다. 일석 사조네.


비를 뚫고 열심히 걸어서 도착한 파리바게트는 처음 가본 지점이었는데 꽤 컸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빵들이 그득그득 쌓여있어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는 뻥이고 더 배고파짐...)


남편이 받은 건 32,000원짜리 기프티콘. 치킨 샐러드 두 개와 야채샐러드 샌드위치, 치킨 어쩌고 샌드위치를 담고 빵 코너로 갔다. 5,100원만 마저 채우면 된다. 연유 모카빵 하나와 초코칩이 콕콕 박힌 작은 꽈배기 모양의 빵 2개를 사니 어쩜, 금액이 딱 맞는다. 야무지게도 담았다. 기프티콘으로 깔끔하게 결제 완료!


평소에 밀가루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편이지만, 어쩌겠는가. 기프티콘이 생겼는데. 먹어야지 어쩌겠는가!!!!! (웃고 있음)


가져간 장바구니에 두둑이 담고 다시 집으로 향하는데 왜 이렇게 신나는지.


사은품으로 받았던 귀여운 장바구니


맛있는 점심 먹을 생각에 설레고, 아침 일찍부터 남편과 산책해서 즐겁고, 비 오는 날 걷는 게 싫어서 데이트도 미룬 사람들이 샌드위치 먹겠다고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빵집까지 철벅철벅 다녀온 게 웃기고. 내 마음과 같았는지 남편이 말했다.


"주말 아침에 같이 걸으니까 진짜 좋은데?!"


"그치, 너무 좋다~~~"


사진 찍는 거 까먹고 뒤늦게 부랴부랴 찍었습니다...


기프티콘 하나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 남편과 행복한 순간을 공유하는 건 참 기분 좋은 일이다.


행복해지려고 더 많은 것을 바라게 될 때마다, 그래서 더 불행해질 때마다 꼭 기억해야겠다. 행복은 파리바게트 샌드위치에서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뭐든지 습관이야, 습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