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민의 내용이 바뀌는 순간
출간일기를 격일로 쓰자고 결심했는데 어젠 쓰지 못했다. 출간된 책에도 썼듯이, 나는 반나절은 작가로, 반나절은 바리스타로 사는데 어제는 두 이다은 모두 바빴다. 특히 요즘 카페에서 베이커리를 오픈해서 신경 쓸 게 늘어나다 보니 집에 오자마자 뻗어버렸다.
오전의 생생한 나는 퇴근 후의 나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이제는 퇴근 후 시간에 뭘 하려는 계획을 잡지 않아야겠다. 일어나서부터 오후 3시까지의 시간을 알차게 활용하자.
책 원고를 쓰다가 지칠 땐 잠깐 멈춰서 상상하곤 했었다. 출간하면 뭘 하고 놀까, 어떤 영화를 볼까, 어떤 배달음식을 시키고 밤을 꼴딱 지새워볼까!!!
그런데 탈고한 후에도 맘껏 논 날은 하루밖에 없다. 몸이 꿈틀꿈틀해서 동생이랑 계속 일을 벌였기 때문이다. 책이 나오기 전엔 내 사진을 편집해서 웃긴 이미지도 만들고, 책 내용의 일부를 손글씨로 쓰면서 영상도 만들었다. 책이 나오고 나서는 출간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요즘은 책 이벤트에 사용할 이미지와 굿즈를 제작 중이다.
이대로 가다간 두 번째 책이 세상에 영영 못 나올 것 같아서 덜컥 계약했던 이번 책. 어떻게든 써서 편집자님께 보낼 때마다 나는 죽을상을 하고 있었다. 원고도 안 써놓고 무슨 자신감으로 시작했냐 이다은!! 소리치고 싶었다. 그건 괜히 툴툴대는 이다은일 뿐이지, 저 안의 깊숙한 곳에서 나는 이 강제성을 두 팔 벌려 환영했다.
그래서 책을 출간하고 나면 내가 멈춰버리진 않을까 걱정했었다. 하지만 ‘어떤 일을 벌이면 더 재밌을까?’ 고민하는 걸 보니 이제는 한 단계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출간일기가 언제까지 이어질까? 출간일기가 쌓이면 나는 또 달라져 있을까? 이번엔 어떤 강제성도 없다. 인스타그램이나 브런치에 올린다고 모두가 날 지켜보는 것도 아니니. 갑자기 안 올려도 아무도 모를 수도 있다. 일단 내가 하고 싶을 때까지 가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