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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가나 북부지역 연구 에세이의 시작

가나 북부지역 연구 에세이 ①

by 비욘드발전연구소
사헬 반건조(semi-arid)지역의 농민과 반정착 유목민 간 기후 회복탄력성 비교 연구


약 3년 6개월 전, 박사과정 입학지원서 내 희망 연구분야 및 연구계획에 적었던 연구 제목이다. 30대 초반에 파견생활을 했던 아프리카 사헬지역의 니제르와 관련된 연구를 하고 싶어 떠올린 연구 주제였다. 다시 니제르에 가서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삶을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다면, 그렇게 싫어하던 공부도 다시 재미있게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상상이 박사과정을 지원하는 데에 큰 용기를 주었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2년 동안 생활했던 니제르. 날씨도, 인프라도 여러모로 어려운 점들이 가득했던 곳이지만 역설적이게도 너무도 좋은 기억이 많아 항상 마음 한편에 품고 있는 나라이다. 한창 생활할 때는 니제르에 대해 더 이상 궁금한 것이 없다 싶었는데, 떠나오니 그제야 니제르에 대해 더 알고 싶어졌다. 조금 더 지역적인 범위를 넓혀서, 니제르가 위치한 아프리카의 사헬지역,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사하라 사막에 위치해 굉장히 건조하고 비가 1년에 3개월 밖에 오지 않는, 그 기간에 마저도 충분히 오지 않아 옥수수조차 자라지 않는 곳. 놀랍게도 그곳에 사는 농민들과 유목민들의 주된 생계수단은 농업과 목축업이다. 분명히 나와는 너무 다른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박사과정에 진학한다면 어떻게든 기회를 만들어 이들에 대한 연구를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나니, 삶은 정신없이 학업과 일에 치이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학위논문에 대해 고민하고 준비하기보다는 당장의 학업과 프로젝트 일들로 바삐 지냈다. 주변에서 학위논문은 가능한 쉽게 쉽게 가라는 여러 선배님들의 귀한 조언들을 들으며, 입학지원서에 적었던 연구 주제는 잠시 잊혀가는 것 같았다. 니제르에 직접 가서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선 돈과 시간을 비롯한 여러 자원들이 필요했고, 하고 싶었던 그 연구를 진행하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였다.


2025년 박사과정 4년 차를 맞이한 지금, 나는 입학지원서에 적었던 동일 주제로 연구를 준비 중이다. 불안정한 정치・안보 상황으로 인해 니제르가 아닌 곳으로 대상 지역을 바꿔야 했지만, 여러 기회들이 겹겹이 쌓이고 쌓여 농민과 유목민을 모두 만날 수 있는 가나 북부지역에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나름 짧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했던 연구 주제이고 그만큼 꼭 해보고 싶었던 연구이기 때문에, 여러 방법으로 이 과정들을 기록해 두고 싶어졌다. 그리고 이 기록들을 통해 저 멀리 아프리카 사헬지역에 사는 이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또 다른 누군가와 공유할 수 있다면, 더없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들을 기록으로 남기기로 했다.


초보연구자이기에 연구의 수준은 아직 미약하겠지만, 연구 결과물의 수준을 떠나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가나 북부 농민과 유목민들의 이야기를 알아가면서 그 과정에서의 내 경험과 생각들을 글을 통해 나눠보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낯설고 어렵게만 여겨지는 연구라는 과정들, 그리고 이전에는 작은 관심조차 갖지 못했던 가나 북부지역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이 주제들을 조금은 가볍게 풀어내면서 서로 다른 삶과 삶을 이어보고 싶다. 앞으로 이어질 글들이 작은 연결고리가 되길 기대하며.


니제르 함달라이지역의 유목민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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