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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글쟁 Feb 04. 2021

미움 극복

미워하는 것을 멈추고 싶다.

한참 글을 쓰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늘 그렇듯 그 이유는 사실 핑계에 가까웠다.

아무튼, 한 달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못하는 생각이 있었다. 오늘은 그것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가끔은 생각을 멈추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명상을 하거나 수련을 하는 이들은 괜한 잡념이나 상념을 떨쳐버리는 것에서 생각을 멈추기를 시작하라고 한다. 그런데 생각은 마치 화수분 같아서 그 멈춤을 시도하는 순간, 잡념과 상념을 떨쳐야겠다는 생각을 또 하고 만다.


코로나 19 거리두기로 아이들과 집에서 머무는 동안, 나는 참 미움이 많은 사람이구나 싶었다. 과거의 상처를 잊어버리지 못하고 지금을 사는 기분이랄까. 아빠와 엄마, 오빠 그리고 또 다른 사람들. 내 삶에 크고 작은 일들도 켜켜이 쌓인 결과는 또 다른 미움을 낳고 있었다.

어떠한 감정이라도 충분히 겪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움이라는 감정은 지금을 힘들게 했다. 아이들에게 수시로 짜증을 해고 목청을 높이는 내 모습이 불을 뿜는 못된 괴물처럼 느껴졌다.


세상에 미워하는 마음이 티끌 하나도 없는 사람도 있을까. 나는 절대 못 그럴 것 같은데 말이다. 차를 타고 오면서 법륜스님이 생각났다. 종교가 없는 나이지만 어쩌다 본 스님의 즉문즉설을 보면서, 어쩜 저렇게 개떡 같은 상황에 대한 혜안을 가질 수 있을까 싶었다. 가끔 스님은 '자기는 결혼도 못해보고 애도 못 낳아보고 길러보지도 못했다.'며 해학적인 말을 하면서 이야기를 시작하지만 타인의 문제적 상황에 대한 명쾌한 해결책을 말씀해주신다.


처음에는 스님의 수양이고 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답은 모두가 알고 있다. 인류가 살아온 세월이 얼마이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인류의 오늘과 내일을 위해 얼마나 많은 철학과 사상들을 주창했느냐 말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이치는 이미 모두가 안다. 모른다고 한다면 인터넷 검색을 해봐도 나오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책들도 어마어마하다. 우리가 그 이치를 알면서도 실천하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내 선택인 것이다.


나도 부모님에 대한 미움, 형제에 대한 미움을 스님에게 질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답은 이미 나에게 있었다. 잠시 미움이 덜해졌다가 부딪히면 또 미워지고, 시간이 지나면 또 무덤덤해지기를 반복한다. 이제는 좀 그만 미워하고 싶다. 미움의 감정을 놓아주고 싶다.


미움을 극복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제일 먼저 이 글을 쓰기로 했다. 나에게 미움의 감정이 많다는 것을 순순히 인정하고 싶어서다. 겉으로는 아무 문제없는 척하고 강한 척하는, 때로는 좋은 사람인 척하는 나는 사실 미움이 많은 사람이다. 조금씩, 조금이라도 미워하는 것을 멈추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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