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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글쟁 Feb 01. 2023

엄마의 유서를 시작하며

엄마가 유서를 쓰는 이유

어느 날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어. 화면에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죽음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스스로 고립시키는 한 아이가 비치고 있었지. 이전의 아이는 누가 보아도 엄친아였고, 우등생이었고, 정말 밝고 건강한 아이였단다. 그런데 불행한 사고로 엄마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리고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고 있었어. 아이와 가족은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그런 일이 일어나 버린 거지. 


눈물로 그 장면을 보며 번뜩 내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다면 너희들은 어떻게 살아갈까 싶은 생각이 들었어. 엄마는 비관주의자도 아니고 우울한 성격도 아니지만 평소에도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라는 생각을 하거든. 그래서 우리는 매 순간을 열심히 즐겁게 살아나가야만 한다고 다짐하며 말이야. 


내가 만약 너희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지 못하고, 너희가 나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순간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일단 엄마는 너희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들을 전하지 못한다는 사실이 무척 속상할 것 같아. 물론 지나온 시간들에게 대한 후회들이 가득하겠지만 그건 이미 지나가버렸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을 테고, 다만 너희들에게 남은 시간들을 함께하지 못한다는 것이 원통할 것 같아.


그래서 엄마는 유서를 쓰기로 했어. 엄마가 옆에서 너희들을 어루만질 수는 없지만 너희들의 삶을 건강한 사고로 독립적인 개체로 살아갔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을 담은 유서를 쓰기로. 유서라고 하니 무언가 거창하니 '엄마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으면 해. 

엄마가 세상을 살면서 경험했던 소중한 순간들, 고민했던 가치들을 너희에게 들려주고 싶어. 엄마의 부재에 대한 슬픔보다 더 반짝이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싶어. 비록 너희에게 부족한 엄마였지만 엄마는 너희들을 깊게 사랑하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 줘.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너희를 사랑하는 엄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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