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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May 17. 2024

권민경, <온갖 열망이 온갖 실수가>

아침에 일어나면 내 얼굴이 기억나지 않는다. 손을 올려 한참을 더듬어본다.

피부가 아름답기로 유명한 여배우가 세안을 하며 세숫물에 비치는 자기 얼굴을 너무 빤히 쳐다보지 말라고 한다. 거울 속 자신에게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고 한다. 산책하다가 주머니에 들어온 씨앗처럼, 불행도 아무렇지도 않은 아침에 시작되는 법이다.

그래도 시를 쓰는 마음이란 어쩔 수 없어서, 손을 들어 한참을 바라보지. 볼록한 손목뼈의 이름이 뭔지 궁금하지. 얇지만 좀처럼 찢어지지 않는 가죽 아래 갇힌, 죽어서야 비로소 햇빛을 볼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지. 나의 구 할을 이루는 것. 어둡고 캄캄하고 모르는 것.

이미 시작된 거지. 불행이란 건. 달콤하게 썩어가는 감정. 쪼그리고 앉아 하염없이 바라본다. 만질 수 없는 나를. 그 위대한 고독 위로

구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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