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는 태아였고, 아기였으며, 움베르토에게는 내 아들이었고, 또한 소년이었다. 그는 G였고 스스로를 돈 후안이라고 소개했다. 그의 잉태부터 죽음까지가 이 소설의 전부인데 놀랍게도 그는 어떠한 이미지로도 맺히지 않는다. 그는 마치 아무런 의지도 없이 부는 바람과도 같다. 이곳에서 저곳으로. 어떠한 의지도 없기에 욕망이 전부였고 욕망을 가두거나 가리거나 통제한다고 믿는 모든 것들을 경멸했다. 그가 닿는 곳마다 부드럽게 욕망이 터져 나왔다. 바람이 그해의 새순을 틔우듯. 발아하는 것들을 두고 떠난다.
그는 욕망에서 맺혔지만 그런 것들을 인과에 의해 서술하는 것은 어쩌면 맞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그의 경멸을 살 수도 있다. G는 세상의 관습을 모두 깨며 흘러온다. 미래가 없는 당신들을 경멸하며, 모욕하면서. 그의 친구는 역사를 새로 쓰고 하늘에서 땅으로 처박힌다. 그 시간에 그는 처음 보는 여자를 어루만진다. 그의 친구는 병원에서 영웅이 되어 죽는다. 그는 풀숲에서 안은 여자의 남편이 쏜 총을 맞는다. 세계의 양지에서 인간은 비행기를 타고 처음 알프스산맥을 넘고 거울의 뒷면에서는 어떤 습관이 총성과 함께 깨진다. 우리의 시간은 의외로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지나간다. 과연 시간은 우리를 흘러가는 것일까. 무의미한 순종이나 각오 없는 습관이 우리도 모르는 사이 시간을 붙들어 맴돌게 하지 않을까. 갑갑한 코르셋에 갇힌, 무거운 커튼에 가린, 육체가 머무는 안락한 거실. 그 불빛 속으로 초대받지 않은 바람이 분다. 귀족 아내의 공인된 연인이 되기로 약속된 무도회에서 식민지의 여자를 끌어안고 춤을 춘다. 오스트리아의 대공에게 발사된 한 발의 총탄처럼. 아무리 억누르고 채찍을 휘둘러도 인간의 시계는 결국 멈추지 않는다. 겨울은 끝나고 나무에 푸른 기가 도는 계절이 오니까. 바람이 불면.
그러므로 G는 누구이기도 하며 아무도 아니다. 그의 어머니가 그의 아버지에게 임신 소식을 알리던 날, 도시에 일어난 노동자들의 폭동처럼. 선전포고가 일어나고 폭도들에게 끌려가 바다에 빠져 죽는 날처럼. 그는 아무리 묶어도 결국 터져 나오는 드레스 속의 희고 부드러운 살결이다. 아무것도 가리지 않는 순연한 육체다. 인사도 없이 다가와 사랑합니다 속삭이는 일이다. 그러므로 나는 결국 G의 모습을 그려낼 수 없다. 그가 존재하기는 한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