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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Aug 30. 2024

안현미, 미래의 하양

장마는 길고 지루한 비. 마치 선잠에 든 것처럼, 얕고 불안한 낮잠을 자는 것처럼 늑골이 2cm 떠 있는 시간. 


집에 돌아와 신발을 벗으면 발이 불고 눈이 닿지 않는 곳에서 곰팡이가 자라고 이상하게 나무가 커다래지는 즈음.


살면서 언젠가는 반드시 고요해지는 순간이 있으리라 믿는데,


그것이 비록 조그맣고 하얀 공이 테이블 위를 경쾌하게 오고 가는 순간이라도.


폐허 같은 시간에 가만히 머리를 기대고 앉아있다 보면


생기 넘치는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껴질 때가 있지. 그럴 땐 땀을 닦고 우산을 펼치고 집으로 돌아와 

시를 쓰는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


이젠 장마라는 말도 없어진다는데, 비조차 잔을 부수는 주먹처럼 쏟아지는데,


장마를 기억하는 사람은 어떻게 이 시간을 지나가야 할까.


저 하양은 미래로 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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