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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Aug 31. 2024

24.8.31

8월이 지나가고 어느덧 9월이 오고 


2024년의 여름이 지나간다. 남쪽으로 먼 땅에는 태풍이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인간의 마을을 따라 큰 비를 퍼부으면서.


아프다. 병원에서 만난 의사는 증상을 듣더니 볼 것도 없다는 표정으로 코로나입니다, 요즘은 감기 환자는 없어요, 다 코로나예요,라고 말했다. 그래도 검사해 보실래요? 드릴 수 있는 약은 그냥 감기약인데요, 아는 것과 짐작하는 것은 다르지 않겠어요?라고도 말했다. 나는 그가 시인인가 생각했다. 어렴풋한 아픔에 기어이 손을 집어넣어 그것의 이름을 부르는 일. 알았다고 생각하지만 알아도 아무 소용 없는 일. 아무 소용이 없어도 이름을 부르는 일. 소용은 없어도 의미는 있다고 믿는 일. 


오래 시를 쓰지 못했다. 오래 글을 쓰지 못했다. 그냥 음악을 들었다. 오래 걷고 말을 더듬고 인간의 세상의 가장자리를 따라 느리게 걸었다. 나는 비를 퍼부었을까. 몇 개의 담장이 무너지고 꽃이 부러졌을까. 내가 차마 이름을 부르지 못하고 밤을 접어 숨겨놓은 날들에. 


약을 먹으면 조금은 덜 아프다. 초의 심지가 촛농에 파묻혀 티스푼으로 파냈다. 그래도 불이 붙지 않아 성냥을 초를 담은 유리병에 던져두었더니 작은 불꽃이 몇 시간이고 일렁인다. 나의 병을 닮았다. 느리고 은은한 것. 하지만 견딜 수 없는 것. 


세상이 하도 빠르고 격렬하여 앓는다는 말은 사전에서 지워진 줄 알았는데,


세상엔 아직 길고 느린 앓이도 있다. 엎드려 저녁을 맞는 등도 있다. 


더듬더듬 다시 읽고 조금씩 쓴다. 앓는 법을 잊지 않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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