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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용임 Jul 27. 2024

24.7.27

어제는 오랜만에 연극을 보았습니다. 무대 중앙에 선 햄릿은 나지막하게 말했어요.

아, 드디어 침묵이다.

광증에 사로잡힌 그에게 세계란 참을 수 없는 소란이었겠지요. 끝없이 독백하고 절규하는 그의 정신이 그에겐 세계의 전부였을 테니까요.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른 자신으로 가득 채워진 세계란 얼마나 끔찍할까요. 내게도 세계란 소란이지만.

잠시 비 그치고 햇빛, 빗방울이 증발하는 고요가 깃드는 순간에도 머무릅니다.

낯선 것들을 좋아하지만 너무 빨리 변하는 것들은 불안해요. 오래 살지 않았는데도 나는 벌써 몇 번째 세상을 맞이하는 걸까요. 어렸을 때 보고 듣던 세계는 멸망하고

나는 폐허를 걷는 기분이에요.

인간의 뇌는 아직도 구석기 인간의 뇌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는데,

우리에겐 해가 남아있는 시간 동안 들판을 걷다가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 생활이 필요할지도 몰라요.

다행이에요. 독을 바른 칼에 스치지 않아도 아직은 세계의 고요를 발견할 수 있어서.

세상에 존재할 이유가 모두에게 있다면 나의 의미는 아마도

의미 없는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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