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잘한 것들은 희미해지고 사소한 것들은 빛난다. 인생이란 그런 것. 커다란 주머니에서 잘그락거리며 퍼져 나오는 조약돌의 화음을 듣는 일.
그러므로 살아간다는 것은 손을 오므리는 일. 작고 둥근 어둠을 만드는 일. 그 안에 들어가 눈을 감는다. 한때 눈꺼풀 안으로 어지럽게 그어지던 빛의 선들을 하나하나 지운다.
이기적으로 살아있을 때는 고독을 탐하였으나 죽는 순간에는 외롭지 않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곁에 머무는 행운이 허락되지 않는다면 조그맣고 반질반질한 기억들이 빙 둘러 나를 지켜주기를. 영영 사라지지 않은 사소한 것들이 손을 잡고 나를 보내주기를.
살아있다는 증거란 결국 그런 것이기에. 문득 헉, 하고 폐에서 토해내는 기억. 그것뿐이기에.
하나하나 쌓아 올리고 하나하나 잃어버리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의 손마디를 느끼며 한밤중에 울면서 깨는 일. 나의 잠과 꿈을 모두 지켜본 사방 벽이 사제들처럼 나를 둘러싼다. 아름답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