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살면서 평생 극복해야 하는 숙제는 외로움이 아닌가 생각한다. 사회적 고립, 1인 가구의 증가, 은둔형 외톨이, 중장년 고독사, 노인자살률 1위, 최하위 행복지수 청소년은 어느새 우리나라의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되어 버렸다. 사회복지 실천현장에서 몸담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우 우울하고 좌절되는 지점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일하고 있는 LH임대단지의 1인가구 비율은 전체 가구의 60% 이상의 수준이다. 고독사, 투신자살, 알코올사용장애는 사회복지사들에게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렸다. 군산지역에서 생계급여 수급자의 밀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기에 우리 동이 위치한 행정복지센터의 맞춤형복지팀과 주민생활지원 직원들은 정말 많은 일을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맞춤형복지팀은 공공사례관리의 최일선으로 지역사회복지관, 마이홈센터의 주거복지사, 정신건강복지센터,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등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맺으며 통합사례회의를 해오고 있다. 월1회 정기적인 사례회의와 현안회의를 통해 저장강박세대의 발굴과 심도 있는 대안 논의, 알코올사용장애자의 삶의 지원, 조현병 등 정신장애인의 주거 및 생활상의 문제 등에서 논의해 왔다. 이 과정에서 알코올사용장애인의 변화된 모습, 자살위기 상황에서 목숨을 구하고, 그들의 일상을 존중하며 살아가도록 돕는 그들의 노력을 보며 '네트워크의 힘', '협력의 힘'을 실감하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한편 우리 복지관에서는 아파트 층별로 내가 돌볼 수 있는 이웃을 정하고 그 이웃을 살펴보는 '서로 이웃'사업을 하고 있다. 아파트 8개 동에 각 한 명씩 담당 사회복지사를 두고 해당동의 주민과 관계 맺으며 두루두루 알아가고 사람이 살아가는데 맺어가는 관계의 생태계를 이해하고 있다. 그 이해 안에서 우리는 더 전문적으로 촘촘하게 그들의 일상을 침해하지 않는 수준에서 돕고 있다. 그렇게 하면서 자살을 막아 생명을 구하기도 하고, 고독사로 가지 않도록 사망 후 얼마되지 않아 바로 발견하기도 하고, 어려움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했다. 사회복지기관 종사자로서는 뜻깊은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항상 좋은 결과만 있지 않다. 고독사는 또 있고,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 대부분은 혼자 살고, 가족관계와 주변 사람들과 관계가 단절되어 있다. 친구도 이웃도 없는 혼자 살아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한다고 하는 왜 현장은 나아지지 않을까? 이럴 때마다 관련자들은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
어제 전북도청에서 열리는 '사회적 고립 예방을 위한 돌봄 정책 활성화 포럼'에 다녀왔다. 전라북도사회복지협의회와 한국노인복지학회 그리고 전라북도사회서비스원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포럼이었다. 포럼에서 다루어진 내용은 '자기 방임에 대한 이론적 이해와 국내외 사례개입 고찰', '사회적 고립 및 위기가구 유형과 정책제안(전북을 중심으로)'에 대한 주제발표와 종합토론 및 질의응답의 형식으로 이루어졌다.
국외(호주)의 윤리적 의사결정 절차는 저장강박, 알코올사용장애, 조현병 등 정신건강(Mental Health) 있는 당사자를 많이 만나는 우리 기관에 매우 도움이 되는 내용이 이었다. 당사자의 의사결정 능력, 바람직한 변화 약속,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등의 가이드를 통해 실천적 개입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준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광주광역시 은둔형 외톨이 지원 전략 및 경기도 1인가구지원사업, 가족 돌봄 청년(Young career)에 대한 사업이해를 알 수 있었다. 전남대학교 황정하교수님이 토론에서 말한 '주민력'을 통한 사업운영에 대한 이야기는 사회복지 최일선 현장을 알고 실제적으로 필요한 촘촘하고 두터운 관계성을 살리는 의견이 아니었나 싶다.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사회적 고립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내가 생각한 답은 한 인간의 삶에 있어서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가족관계, 친구관계, 이웃관계, 촘촘하든 느슨하든 관계가 없으면 결국 고립이 되고 집밖으로 나오지 않게 되며 그 안에서 죽음을 맞이하거나 정신적 문제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국가 차원에서는 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법과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2020년 고독사예방법이 제정되었으나 과연 국가와 지자체에서 법을 실행하기 위한 예산이 마련되어 있는가? 글쎄. 아닌 것 같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는 이러한 이슈를 지역에 특성에 맞춰 공론화하고 대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는가? 지자체는 이런 이슈를 공공과 민간이 함께 해결해야 나가기 위한 장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사회복지 관련 기관은 개별 기관중심의 분절적인 노력이 아니라 거시적인 관점에서 협력하고, 통합적인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개인차원에서는 내 가족, 내 이웃, 내가 속한 공동체의 연약한 사람들 돌보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