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에게, 역치라는 것이 있다. 이 역치라는 것을 평상시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고통을 특별한 문제없이 감내할 수 있는 개개인의 능력이라고 정의하자.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딪치는 여러 개개인의 갈등 속에, 어떤 사람을 마냥,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으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면 누구나, 역치를 넘으면, '변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원의 1년 차 전공의들의 '성격 더러움'은 일시적인 문제가 되기는 하지만 지속적인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몇 명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이 역치의 개념을 적나라하게 볼 수 있는 현장은, 회사이고, 병원이다. 그중에서도 병원, 거기서도 호스피스 병동에선 개개인의 역치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의료진은 그 역치를 넘지 않게, 그 사람의 개개인의 인격이 보존되게, 통증을 관리하고, 여러 제반 문제들을 해결해 주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사람들은 역치를 넘어버린 후 돌아오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오늘 회진을 돌다, 고운 할머니 환자, 한 분을 만났다. 차트에는 말기암 및 그에 따른 다발성 전이가 적혀있고, 그에 따라 현재 환자에게 들어가는 수많은 약물들이 환자 옆으로 과일처럼 매달려 있다. 하지만 환자는 꼿꼿하고, 부드럽고, 온화하다.
병원 이름을 재차 확인한 뒤, 얼마 전에 먹었던, 과자를 의료진에게 사주시겠다고 하신다. '아이고,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흰 그런 거 받지 않습니다'라고 이야기하자.
"'김영란법' 때문이지요? 하하, 저도 알 건 안답니다. "
라고도 하시며, 지긋이 웃으신다. 여러 대화하는 모습 자체가 내 눈에 선명하게 사진이 찍히듯 남는다.
호스피스를 이전에도 하였지만, 이런 환자는 보기가 힘들다. 사람의 가지고 있는 '역치'에 대해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해본다.
그녀의 평안한 투병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