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어머님이 병원에 오셨다.
코디네이터 간호사 선생님과 함께
근래의 어머님의 건강과 남편, 아이들의 근황을 물었다.
아이들이 엄마를 잘 찾지 않는다며,
알고 그러는 건지, 모르고 그러는 건지
가끔 마음이 힘들다고 하신다.
문득, 임종 하루 전에 아이들에게 쓰려고 한,
환자 옆에 놓여 있던 공책 한 권이 생각났다.
젊은 그녀는 나와 면담에서 예후를 듣고,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쓰려고
공책 한 권을 남편에게 부탁해서 샀다.
그리고, 그다음 날, 환자는 미처 그 공책을 채우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그녀의 어머님은, 그 빈 공책 한 권을
아직, 아이들에게 주지 않고, 가지고 계신다.
언젠가는 아이들에게 엄마 이야기를 하며, 주실 거라고 한다.
그녀는 길상사에 모셔졌고,
그녀의 어머님은 우리에게 법정 스님의 책 한 권을 주시고 가셨다.
길상사 연등 밝혀지는 날.
한 번 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