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가
오늘로서 내가 취미 발레를 시작한 지 만 3년이 된다.
나는 성장이 매우 느렸다. 그러면서 자존심은 있어가지고, 항상 거울로 옆 사람을 곁눈질하며 나와 비교했다. 난 발레를 하기 전에도 다양한 운동을 해왔기에 체력이 좋고 운동 센스가 있으니까, 어느 수업에 들어가도 잘 할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 근자감은 지금의 학원에서 처음으로 수업을 들었을 때 와장창 무너졌다. 지금까지 난 기본기를 하나도 챙기지 않은 채 그냥 콤비네이션을 잘하고 싶은 욕심만 있었던 것이었다. 몸 방향은 물론 폴드브라에도 번호가 있다는 걸 알고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이사 후 본진으로서 다니게 된 지금의 학원. 첫 수업에서 호되게 당하고 나서부터, 앞에 따라할 누군가가 없으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내 모습에 질려버렸다. 한달동안 발레 하러 가는 게 마치 지옥으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소위 말하는 발태기였던 것. 3년 동안 발태기는 사소하게 자주 있었으나, 이번은 꽤 심각해서 새로운 레오와 장비를 사는 걸로는 해결되지 않았다.
그때 어떻게 발태기를 극복했냐면, 선생님이 가르치는 전공생 이야기를 듣고나서였다. 예고에 진학했는데 너무 어렵고 따라가기 힘들다고 울었단다. 그 아이처럼 발레에 모든 걸 걸었던 사람에게도 어려운 게 발레다. 나는 고작 2년(그 시점에서) 배워놓고 잘하는 척, 잠재력이 있는 척 하다가 무너져버리는 게 참.. 스스로가 꼴사납다고 느껴졌다.
'나는 발레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모르니까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게 뭘까? 그것은 바로 '바와 센터 순서 외우기'였다. 순서를 외우려는 의지도 없이 그저 앞 사람만 따라했으니 실력이 늘지 않는 건 당연했다. 우리 선생님이 그러셨다. 모르고 하는 거랑, 알고 하는 건 눈빛부터가 다르다고(그래서 선생님 앞에서 모르면서 아는 척 절대 못한다). 능동적으로 바워크를 수행하고 있어야 한다. 코렉션은 그 다음이다. 정신머리를 고쳐먹고 1년이 지난 지금, 막 '우와! 잘한다! 개고수!'는 아니지만 '못하진 않네' 수준까지는 올라온 것 같다. 하지만 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걸.
구구절절하게도 내 취미발레 히스토리를 얘기한 이유가 있다.
오늘의 발레 서비스를 운영한 지 6개월. 취발러들은 발레 수업을 왜 기록할까? - 더 잘하고 싶어서. - 까지만 생각했지, '나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
기능을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한다.
(인스파이어드)
나는 (원래 발레가 어렵기도 하지만) 성장이 더디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 이유는 나의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지 못해서였다. 수업에서 배워온 걸 까먹지 않게 기록하고(복습), 내 모습을 좀더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면(메타인지) 어떨까?
학교에서도 마찬가지로, 메타인지가 높은 아이들이 대체로 공부를 잘 한다.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명확하게 파악하고 보완하고자 노력하기 때문이다. 나 역시도 오늘의 발레 앱에 기록된 내용을 보면서 나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마주할 수 있게 되었다.
나를 제대로 알고 기록하면서, 나에게 찾아오는 작은 변화를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궁극적으로는 발레를 통해 행복을 찾게 만드는 것- 오늘의 발레 서비스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