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디자인 에이전시에서 2년,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5년,
그리고 독립 후 내 브랜드를 만들어 운영한 지 3년차.
사실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채 독립했다. 조직에서의 압박, 하고싶은 일을 하지 못해서(능력 부족, 기회 부재) 오는 스트레스 때문에 도망치듯 나를 회사에서 끄집어냈다. 그리고 첫 해에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적 자유에 마냥 행복했다. 나에게 디자인에 대해 훈수를 둘 사람도 고객 말고는 없고, 내 삶은 스스로가 온전히 책임지는 이 삶에 만족스러웠다. 브랜드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나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브랜드를 만들었으면 유지를 해야한다. 어느 방송에서 들은 말이 있다. 방송인 유재석 님은 지금도 항상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거라고. 브랜드도 일맥상통하다. 새로 생겨난 브랜드를 성장시키는 것도 어렵지만, 열심히 노력해 궤도에 올랐다고 해도 계속해서 그 궤도에 붙어있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야한다. 그래서 회사 밖은 치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집은 언제나 평화로웠고, 겉으로 보여지는 세상은 언제나 아름다웠다. 나는 세상이 얼마나 치열한 줄도 모르고 남들 일할 때 놀고, 남들 놀 때도 놀았다.
독립 후 2년은 나에게 갭 이어 내지는 안식년이라고 부르고싶다. 적당히 일 하면서 취미생활도 하고, 나에 대해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블로그에 재미를 붙이기 시작하면서 글쓰기를 몸에 체화시켰고, 그 과정에서 내가 글을 못 쓰는 편은 아니라는 걸 알았다. 나는 디자이너나 비즈니스맨보다는 크리에이터에 더 가깝다는 것도 알았다. 디자인, 글쓰기, 그림 그리기 등.. 무엇이든 만들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일에 몰두한다.
그래 좋다. '만드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그렇다면 무엇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은가? 사실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은 아직 명쾌하게 찾지 못했다. 모르겠으면 시간을 써서라도 알아봐야지. 내가 가진 능력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모든 걸 다 해보려고 한다. 그래픽 포스터를 디자인하기도 하고, 일하며 느낀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기도 하며, 일상 속에서 불편함과 문제를 발견했다면 그걸 해결하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들기도 한다. 잘하는 것을 재밌는 곳에 쏟아붓는 삶을 살고싶다. 그게 내 인생의 삶의 의미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