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문화센터에 아기와 같이 다니며, 마음에 쌓여가는 이름들

한 글자씩 새겨보는 사랑의 소리

by 옫아

문화센터에 처음 나간 날, 나는 용기를 내어 물었다.

IMG_9052.jpg

“아가 이름이 뭐예요?”


처음 만나는 엄마와 아가에게, 인사보다 먼저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었다.

낯설지만 소중한 순간.

그 이름을 들으면 나는 마음속으로 또박또박 되뇐다.

흘려듣지 않으려, 소중히 기억하려, 꼭꼭 씹듯 발음해 본다.


이름 하나하나가 얼마나 귀하게 지어졌을지를 생각하면, 그냥 부를 수가 없다.

아, 우리가 그러했듯.


아기에게 처음 주는 선물이 이름이다. 그 이름을 무엇으로 할지 오래 고민해 왔다.

나의 남편이자 아가의 아빠가 지어준 귀한 이름.

이름의 또 다른 이름은 사랑이 뭉쳐 만들어진 한 조각의 말.

그렇게 내 머릿속엔 조금씩 귀한 이름들이 쌓여간다.


강준, 서호, 정원, 도윤, 도하, 은찬, 이재, 재준, 재하, 다희 등등

시간이 지나도 선명히 기억될 그 이름들을, 나는 한 글자 한 글자 조심스레 외워간다.

돌아보면 새 학기마다 이름을 제대로 외우지 못해 난감한 내 모습이 맞나 싶을 정도로 아가들 이름은 한 글자씩 외우게 된다.


“강준아, 일주일 동안 잘 지냈어?"

내 아기와 마주 앉은 또 하나의 아기에게 말을 건넬 때,
나는 그 이름 속에 담긴 사랑까지 함께 건넨다.


아가야, 너도 우리 아가처럼 귀하게 이 세상에 와주었구나.
그리고 세상 가득한 사랑을 받으며 무럭무럭 자라고 있구나.


오늘도 나는 새로운 이름 하나를 알게 되면, 나는 그 이름을 조용히 내 마음속에 담는 마음으로 한 번 더 불러보게 된다.

이름이란, 그저 부르는 소리가 아니라 누군가의 온 마음이 깃든 말이기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귓가에 아기 울음소리가 맺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