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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개월 진입 전 6개월의 여정을 마무리하며 육아일기

내가 포포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했는지,

by 옫아

내일이면 포포는 7개월 아기가 된다.

6개월 시절을 떠나보내야 한다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마치 1년 중 상반기가 끝나는 느낌이랄까.

돌까지 절반 남았다는 사실도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또한 210일인 7개월부턴 이유식 이름도 '중기 이유식'으로 바뀌어서 무게감이 더 상당히 다가오는 듯하다.

게다가 어제 오늘 포포가 다양한 발달 양상을 보이며 더 기분이 묘해지는 것 같다.

포포는 매일 매순간 앞으로 나아가고 있구나.

포포의 어린 시절을 더 소중히 간직해야지,

그리고 내가 포포를 어떤 마음으로 사랑했는지,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 기록해보는 육아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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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는 최근 혼자 앉기를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

뒤집기가 다른 친구들에 비해 늦어서 걱정을 좀 했는데, 그런 걱정이 무색하게 발달과정이 빨리 빨리 진행되고 있다.

오늘은 왕할머니(나의 외할머니)가 와주셨는데 왕할머니의 능숙한 리드 하에 처음으로 기는 것에 성공했다.

그리고 저녁에는 내 두 손을 잡고 혼자 일어서는 걸 해내었다.

혼자 일어나고 싶어하길래 한 번 해봤는데 쑤-욱 일어나고 굉장히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당시에는 너무 기특하고 대견해서 칭찬을 해주었는데, 조금의 시간이 지나니 울컥해서 눈물이 났다.

언제 이렇게 컸니, 스스로 일어서는 날엔 오열할 것 같다.

포포가 매일매일 열심히 자라주는 게 대견하면서도 이젠 조금 아쉽다.

4~6개월이 정말 예쁜 시기라던데 맞는 것 같다.

더 많이 안아주고 예뻐해줘야지, 너의 가장 여린 속살 같은 시기를 엄마가 아껴줄게, 다짐해 보는 저녁이다.




2

포포는 이유식을 3끼 먹고 있다.

180일대부터 그러긴 쉽지 않은데 포포의 뛰어난 먹짱 능력과 여러 이들의 도움과 헌신으로 해내고 있다.

일단 엄마인 나에 대한 공을 잠깐 이야기하고 싶다. 이유식의 이도 모르던 내가 스무가지가 넘는 재료를 하나씩 다 해먹이고 있다.

정성스럽게 재료를 고르고, 일련의 조리 과정을 거쳐 큐브 이유식을 준비하고 정리하고, 하루에 3번이나 앉히고 먹이고 치우며 나의 몫을 잘해나가고 있다.

그런 수고스러움쯤은 포포의 완밥, 그거면 다 잊혀진다. 거기에 무럭무럭 크는 발육과정, 키와 몸무게로 대변되는 수치를 보고 있노라면 제법 흐뭇해진다. 게임 캐릭터를 잘 키우는 느낌인 것 같기도.

다만, 이유식을 더 좋아하게 될 수록 모유수유의 시간이 짧아진다. 어제 오늘은 특히 더더 한쪽 젖만 먹고 다른 젖은 거부하는 반응을 보였다.

이유식 먹일 땐 한 숟가락씩 먹이고 박수 치고 눈 맞추고 교감의 과정이 있는데, 직수는 다소 그런 과정이 부족한 걸까. 그래도 나의 몸에서 나오는 젖을 먹이는 건데, 내가 잘못 대해준 건 아닌지 반성하기도 했다.

남편이 이것저것 찾아보더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포포가 젖을 덜 찾을 수록 젖양도 서서히 줄어들고, 그렇게 어느 날에 이르렀을 때 포포는 더이상 내 젖을 먹지 않겠지.

막연하게 생각하던 단유의 시기가 조금씩 다가오는 기분인데, 썩 반갑진 않고 못내 아쉬운 감정이 드는 게 아리송하다.





3

포포는 사랑 받을 때 가장 빛이 난다.

오늘 아침에는 엄마, 아빠, 외할머니가 포포 이유식 재료 주실 겸 와주셔서 잠깐 아기를 봐주셨다.

포포는 여러 어른들에 둘러 쌓여 사랑을 듬뿍 받을 때 가장 찬란하고 환한 느낌이다.

특히 아빠는 포포에게 "사랑해요", "얼른 커서 놀러가자" 등의 다정한 애정표현을 해주시는데 우리 아부지가 맞나 싶다, 허허.

외할머니는 나를 키워주셔서 그런지 포포에게서 어릴 적 내 모습을 찾고 발견하시고 따뜻하게 웃어주신다.

나는 여전히 외할머니와 외할아버지의 자랑일 줄 알았는데, 이제 그 자리를 포포에게 내어주었다(강제로).

포포 덕분에 나와 오빠는 양가 어르신들의 엄청난 미소와 환한 웃음을 비로소 볼 수 있게 되었다, 덕분에 효자하는 느낌이 든다.

그와는 별개로 낯가림이 좀 있어서 오후에 친구부부가 왔을 때 제법 낯가리는 모습이 신기했다.

낯가림이 좀 일찍 시작된 편인데, 그래도 다양한 사람들이 포포에게 주는 애정을 오롯이 포포가 잘 흡수했으면 좋겠다.





4

포포에게도 친구 비스무리한 존재들이 생겨난다.

조리원에 있을 때 모유수유에 집착하느라, 그리고 남편과 같이 있느라 동기를 1명도 못 사귀었다.

사람을 좋아하고 관계에 제법 기대고 힘을 얻는지라, 조리원 동기 0명이라는 사실이 여전히 충격적이다.

대신 고등학교 친구들 가운데 비슷한 시기에 애기를 낳은 친구와 교류를 이어가고, 오래 전부터 알던 SNS 지인과도 육아 소통을 열심히 하고 있다.

게다가 당근과 문화센터 덕분에 포포에게도 친구와 같은 존재들이 생겼고, 덕분에 나도 육아 동지들이 오프라인에도 생겼다(!)

어제는 옆 단지에 사는 육아동지네에 놀러갔다(하지만 그녀는 가을이면 경기도로 이사를 간다~ 너무 아쉬워).

낯선 집에서도 잘 놀지 궁금했는데, 친구의 장난감을 바로 입으로 직행하는 포포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내게 포포가 소중한 만큼, 내 눈 앞에 있는 아가도 정말 애틋한 존재이겠지, 그런 생각이 들면 아기를 더 사랑스럽게 보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저마다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였겠지. 거기까지 생각이 가닿으면 또 눈물이 날 것 같다.





5

포포와 보내는 시간을 잘 누려야지, 결심한다.

이름을 부르면 나를 보고 방긋 웃는 포포. 요즘은 음마, 라고 잘 발음해서 신기할 따름이다.

물론 그게 나라는 걸 인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서도 음마, 엄마, 부르면 응~~! 하고 대답하게 된다.

복직이 다가오고 있고, 내게 주어진 시간을 온전히 포포를 위해 잘 쏟아야지 결심하면서도 당장의 피로 앞에 무너지는 내가 참 우습다.

그럼에도 나는 최선을 다해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힘차게 나아갈 것이다.

내가 줄 수 있는 모든 사랑을 아낌 없이 주고, 그 애정이 포포 몸 깊숙한 곳까지 잘 스며들어, 포포가 어느 날 "나는 사랑 받고 있어"라고 인지하는 그 순간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다.

물론 포포는 포포의 것이다, 그걸 잊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고 남편도 나를 잘 교육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포포조차도 기억못할 지금 이 여린 시기, 그 시기의 주인은 적어도 나이고 싶다.

내가 포포의 한 순간 한 순간을 남김없이 기억하는 사람이고 싶다.

그리하여 너는 정말 큰 사랑을 받으며 자랐노라고 증언하고 싶다.







나를 변화시키는 어마어마한 존재 포포.

예전부터 나는 내가 좋은 엄마인지, 부족하진 않은지 되묻지 않기로 했다.

그런 질문을 한 시간에, 어설픈 물음표를 찍을 시간에 그 힘으로 더 사랑해주기로 결심했다.

여전히 완벽하지 않고 서툰 엄마일지라도 제법 잘 지켜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를 엄마로 만들어줘서 고마워 포포야.

그리고 엄마에게 와줘서 고마워, 내일부터 시작될 7개월도 우리 재밌고 즐겁게 만들어 가자!

너무너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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