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포포에게 쓰는 단유 편지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오롯이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어.

by 옫아

포포야, 안녕! 엄마야.

포포에게 오랜만에 쓰는 편지네 :)


포포는 얼마 전부터 '안녕'하면 손을 흔들기 시작했지.

아침에 포포를 깨우며 엄마가 "포포, 안녕? 잘 잤어?"하면, 우리 포포는 비몽사몽하며 손 흔들기도 하고.

문화센터에서 친구들과 놀고 엄마가 신발을 신고 있으면,

포포는 같이 놀았던 이모들에게 손을 흔들기도 하지.


맞아, 포포야. 안녕은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어.

반갑게 맞이할 때도, 잘 가라고 웃으며 보내줄 때도 모두 '안녕'하지.

이번에 우리가 할 '안녕'은 잘 보내주는 것에 대한 '안녕'이야.


포포가 이 세상에 나온 날, 기억나?

우리 포포는 엄마 배에서 더 놀고 싶었을 텐데,

원치 않게 일찍 세상 밖으로 꺼내져서 많이 놀라고 당황스러웠지?

엄마는 그 생각만 하면 여전히 마음이 아프고, 미안해.

그래도 우리 포포가 3.09kg으로 튼튼하게 나와줘서 고마웠어.

엄마가 줄 수 있는 건 모유로 건강히 키우는 것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포포가 태어난 그날, 포포에게 엄마 쭈쭈를 오랫동안 주기로 결심했어.


종종 분유를 먹을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경우, 우리 포포는 엄마 쭈쭈를 먹었지.

배고파서 잉잉 울다가도, 또 다른 어떠한 이유로 울고 있다가도 그저 엄마 쭈쭈면 눈물을 뚝 멈췄던 포포.

엄마의 쭈쭈를 잘 먹어줘서 얼마나 고맙고 기특했는지 몰라.


엄마 눈엔 포포가 엄마 쭈쭈를 대체 얼마나 먹고 있는 건지 직접적으로 볼 수 없어서,

잘 먹고 있는 건지, 부족하진 않은 건지 이런저런 걱정이 참 많았어.

그럼에도 늘 때가 되면 알아서 잘 먹고 무럭무럭 잘 커주는 포포가 정말 고맙고 자랑스러웠어.


엄마는 말이야,

포포가 엄마 쭈쭈를 먹는 동안 엄마 손가락을 만지기도 하고,

엄마를 빤히 바라보던 그 모든 순간을 가슴 깊이 소중히 간직할 거야.

포포에게 엄마가 줄 수 있는 게 있어서, 그리고 그걸 포포가 기꺼이 받아줘서 정말 고마웠어.


이제 다가오는 가을 어느 무렵에,

엄마는 포포의 엄마로서만 살던 순간들과 잠시 '안녕'을 곧 하게 된단다.

포포 엄마로서의 역할에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은 그저 감사하고 행복한 순간들이었어.

엄마는 이제 포포 엄마인 동시에 또다른 역할을 멋지게 해낼 준비를 하고 있어.

그러기 위해선 우리 포포가 엄마 쭈쭈랑 안녕 빠이빠이,를 해줘야 하는데,

우리 포포야 엄마를 위해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사실 엄마는 더 오랫동안 포포에게 엄마 쭈쭈를 기꺼이 기쁘게 주고 싶었는데,

여러 여건상 그렇게 할 수 없음에 아쉽고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단다.


엄마와 포포 사이를 이어왔던 애틋한 연결고리였던 엄마 쭈쭈와의 작별이,

포포에게 혹여 상처가 되진 않을지 걱정스런 마음이 들지만 우리 포포는 씩씩하게 '안녕'해줄 거라 믿어.

정들었던 엄마 쭈쭈랑 '안녕'하고, 요즘 포포가 좋아하는 빨대컵과도 기쁘게 '안녕'해줄 거지?

엄마가 더 마음 아프지 않게, 빨대컵도 잘 적응하고 분유도 맛있게 먹어줘서 고마워, 우리 포포.


포포에게 엄마 쭈쭈를 주었던 지난 시간들은 축복과도 같았어.

힘들어도 힘들지 않은, 오롯이 감사하고 소중한 시간들이었어.

그 시간들은 온전히 포포와 함께 나눌 수 있었음에 행복해.


엄마가 더이상 포포에게 엄마 쭈쭈를 줄 수 없더라도, 엄마는 포포를 너무나도 사랑해.

포포에게 엄마의 사랑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은 꼭 쭈쭈가 아니더라도 훨씬 더 다양하고 많을 거라 믿어.

그 많은 방법들로 엄마가 포포에게 우리 포포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진심을 담아 표현하고 알려줄게!


엄마가 곧 회사에 출근을 시작하더라도,

여전히 엄마는 포포의 하나뿐인 엄마야.

포포는 엄마의 하나뿐인 소중한 아기이고.

엄마는 엄마의 역할에 또 다른 방식으로 더 집중하기 위해서

이제 포포에게 쭈쭈를 줄 수 없고, 포포랑 하루종일 놀 수도 없지만.

그래도 엄마가 최선을 다해 우리 포포를 아끼고 사랑하기 위해 많이 노력할 거라고 진심을 담아 약속해.

성실히 알려주고 진하게 표현할게, 우리 포포를 엄마가 얼마나 깊고 넓게 애정하는지 말이야.


사랑하는 포포야,

엄마와 아빠의 아들로 이 세상에 와줘서 고마워.

포포를 품에 안고 결심했던 그 마음 그대로, 포포가 나아갈 모든 세계를 진심을 담아 곁에서 응원할게.

포포가 이번에 하는 '안녕'의 다음 페이지도 엄마가 알차게 꾸려가며 포포를 더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게!

지금까지 그러했듯, 우리 포포에게 엄마가 맛있는 이유식 앞으로도 열심히 해줄게.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를 먹는 즐거움은 또 얼마나 행복한지

곁에서 엄마랑 아빠가 하나하나 다 알려줄게.


사랑해, 포포야.

우리 포포를 만나서 엄마랑 아빠는 하루하루가 더없이 귀하고 행복하단다.

엄마, 아빠에게 이런 천국을 선물해줘서 고마워.

포포의 매일매일이 행복으로 물들어가도록 최선을 다할게.

엄마 쭈쭈를 먹을 때 엄마가 포포 손에 종종 장난치며 놀았던 것처럼,

분유를 먹는 시간에도 어떻게 하면 더 즐거울 수 있을지 많이 탐구하고 실행에도 옮겨볼게!


엄마 쭈쭈를 먹었던 지난 시간들에 안녕, 하며 잘 보내주고

우리 또 새롭고 설렐 시간들에 기쁘게 안녕, 해보자!


사랑해, 포포야!


2025년 8월 27일.

9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이제 마지막으로 포포에게 엄마 쭈쭈를 먹인 엄마가.

KakaoTalk_20250827_194946545.jpg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9개월 동안의 모유수유를 마치며, 나의 단유일지 3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