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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개월 동안의 모유수유를 마치며, 나의 단유일지에필로그

시작도 유난, 끝도 유난인 모유수유였다.

by 옫아


9개월 동안의 모유수유를 마치며, 나의 단유일지 1편

9개월 동안의 모유수유를 마치며, 나의 단유일지 2편

9개월 동안의 모유수유를 마치며, 나의 단유일지 3편



정말이지,

시작도 유난, 끝도 유난인 모유수유였다.


원치않게 포포를 일찍 만나게 되었고 그로 인한 죄책감과 미안함으로 가시밭길이라던 모유수유의 여정을 기꺼이 시작했다.

모유든 분유든 모두 엄마의 사랑이 오롯이 담겨있다. 내 선택이 모유였다뿐이지 사실상 그 이상 그 이하의 의미도 없다.

지난 9개월 동안 내가 선택한 사랑의 방법인 모유수유를 잘하기 위해, 정말이지 나는 그 모든 최선을 다해왔다.

그렇게까지 무언가에 열렬히 몰입할 수 있음을 나는 비로소 알게되었다.

1년을 바친 석사논문도 이정도의 고통은 아니었다. 모유수유야말로 내 인생에 다시 없을 찬란히 기쁜 고통이었다.

솔직히 복직이 아니었다면(복직 전 젖을 완벽히 말리고 가려고 여유 있게 단유를 시작했다) 나는 돌까지 쭈욱 완모(완전 모유수유)를 했을지도. 그러나 모유수유를 시작한 것이 내 선택이었듯, 복직 시기와 단유 역시 내 선택이다. 그러니 이제는 내가 한 선택에 더이상 의구심 없이 겸허히 받아들일 차례다. 단유를 앞두고 약 한 달의 시간 동안 나는 충분히 모유수유와 잘 헤어질 준비를 하며, 나만의 애도를 이어왔다(그 말은 즉슨 오지게 울었다는 뜻이다). 3편에 걸친 글을 쓰면서 감정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이토록 시작과 끝이 그렇게도 유난인 걸 보니 모유수유는 내게 정말 엄청난 경험이었나보다.

후회 없이 온 마음(온 가슴) 다해 임했기에 이제는 정말로! 웃으며! 기쁘게! 잘 보내줘야지! 고생했다, 내 자신 (혹은 내 찌찌)


그러니,

단유(斷乳)에서 단유(端遊)로 가야지.

일반적인 단유의 뜻 대신, 과거의 끝(端)에서 출발하여, 새로운 길을 향해 가는 행위(遊)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단유 후 하고 싶은 버킷리스들을 하나씩 해가며! 한동안은 자유와 해방을 만끽해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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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은 이제 그만 멈추고, 시원한 맥주 한 캔 들이켜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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