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어쩌면 시선의 차이가 만드는 것
“내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어~”
어린 시절 기억일지라도 바로 어제 일처럼 생생히 재현되는 순간이 있다. 중학교 3학년 땐가, 가까이 지내던 친구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리 친한 친구 사이라고 해도, 은연중에 누가 더 이 관계의 주도권을 주고 있는지는 정해지는 법인데, 우리의 경우 내가 아닌 그 친구였다. 우리는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같은 학교와 학원을 다니며 하루의 상당한 시간을 공유했다. 그러다 보니, 서로 비슷해지는 부분이 있었을 텐데 친구의 시선에선 나의 그 모습이 좋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본인이 가진 좋은 습관이나 태도를 비슷하게 만들어가는 나에게 던진 한 마디는 굵고 따가운 한 방이었다. 저 문장을 이야기할 때도, 빈정거리 듯 말했고, 이에 따라 나는 그 친구의 말을 “너, 나 따라하지 마.”혹은 “네가 그 정도까지 잘 되길 바란 건 아니야.”로 읽었다.
이후에는 나의 이사와 전학으로 인해 그 친구와 -다행스럽게도- 멀어졌지만, 내 SNS에 그 친구의 일상이 뜰 때면, 종종 그 친구가 내게 던진 따가운 말이 생각나곤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나는 중학교 3학년의 어린 여학생도 아니며, 그 친구는 비록 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으나, 이는 곧 내가 가진 중요한 장점임을 잘 알고 있다. 나는 나와 가까운 타인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받아,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 그리하여 주변의 장점을 잘 흡수해서 소화시키는 사람.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내 모습이 되기까지 많은 이들이 내게 준 근사한 선물 같은 좋은 영양분이 있다. 그 중 몇 가지를 기록해 본다.
SNS에 ‘좋아요’를 잘 누르는 습관 – 고등학교 때 동아리 편집장 언니
나랑 1살 차이밖에 나지 않았으나, 그 시절 그 언니는 내게 너무도 멋진 어른이었다. 대학 입시 자소서를 봐주는 것은 물론, 대학교에 진학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들려주었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본다면, 일종의 처세술 비슷한 것이었다. 많은 이야기들을 해주었지만, 대부분은 휘발되었고 그 중 아직까지도 오래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지인들의 SNS에 ‘좋아요’를 잘 눌러주라는 것이었다. 사람들이 올린 이야기에 아무 반응 없이 지나치는 것이 아닌, ‘좋아요’라는 긍정적인 리액션을 함으로써 사람들에게 네 존재를 인식시키며 동시에 너에 대한 좋은 인상을 남게 하라는 의도였다. 그것은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중 꽤 쉬운 축에 속했기에 10년이 넘는 지금까지도 습관으로 잘 만들어 두었다. 그런데, 최근 내가 집밥 관련 부계정을 만들면서 언니가 내게 심어준 습관의 중요성을 거듭 실감한다. 좋은 습관 덕분에 계정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 언니와의 연락은 끊겼지만, 언니는 내게 그런 이야기를 했다는 것을 기억할까? 그리고 여전히 그 언니도 누군가에게 ‘좋아요’를 잘 선물하고 있을까?
집밥을 시작하게 된 원동력, 내 친구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지금은 그 친구가 퇴사해서 없지만, 내게는 회사에 동갑내기 친구가 한 명 있었다. 같은 시기에 입사하고 같은 시기에 결혼을 할 정도로 생애 주기가 비슷해서 더욱 더 가깝게 지냈었다. 나보다 4개월 먼저 결혼한 그 친구는 신혼생활 속 집밥 기록을 별도 계정에 남기기 시작했다. 나처럼 본가에서 가족들과 살다가, 흔한 자취 경험 없이 바로 남편과 한 지붕 아래 살기 시작했는데, 요리를 이렇게 잘한다고? 굉장히 충격적이었다. 정갈하고 예쁜 한 상에 담아낸 친구의 집밥 기록을 보면서 여러 감정이 들었는데, 우선 동갑내기 친구가 만든 기록들이니, 어쩌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집밥에 대한 진입 장벽이 낮아진 상태에서, 결혼 후 나도 얼떨결에 집밥 고공행진을 시작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정말 적성에도 잘 맞고 집밥을 하는 즐거움을 알아버렸다! 그리고 이런 내 모습을 보며 결혼을 앞둔 동료 언니도 나 덕분에 요리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고백했다. 동갑내기 친구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영향력은 꽤 대단했다. 덕분에 나도 집밥 계정을 재밌게 운영하고 있다.
* 제 집밥 계정은 하단과 같습니다..
집밥파워❤️(@zip_bob_power) • Instagram 사진 및 동영상
풀떼기를 씹어 먹고, 운동을 하며 -옆자리 동료의 영향력
나는 채소를 그리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냥 그런 식습관이 건강에 좋다고 하니, 의식적으로 먹으려고 꽤 노력을 하는 편이다. 그래도 루틴으로 만드는 건 쉬운 게 아니었는데, 회사 옆자리 동료 언니는 채소를 정말로 꽤 좋아한다. 끼니에 상추나 양배추를 꼭 껴서 먹고, 회식 자리에 가서도 상추를 몇 번이고 리필해 먹는다. 그 모습이 꽤 충격적이었는데, 이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의식적으로 먹다 보면, 채소를 챙기는 습관이 루틴이 될 것이라 생각해, 요즘 더더욱 루틴으로 정해서 챙겨 먹고자 노력한다. 혼자 했으면 쉽지 않았을 텐데, 가까운 지인이 즐기면서 먹는 걸 보니 따라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결과적으로 나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열심히 추진 중이다. 더불어 그 동료는 운동에도 꽤 진심이라서 채소 먹고 운동하는 라이프를 꾸려가고 있어서 덕분에 나 역시도 그 싫어하는 운동에 정을 붙여 보려고 노력하고 있다. 건강한 일상에 대한 긍정적인 자극을 받으며 더 괜찮은 내일을 향해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뿌듯하기도 하다.
하나하나 다 기록하기는 어렵겠지만, 누군가로부터 받은 좋은 습관들이 정말 많다. 그들로 인해 나는 더 좋은 사람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을 받았으며, 꽤 마음에 드는 내 모습을 향해 가며 어쩌면 그 자체가 나다운 나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한때 누군가는 이러한 내 모습에 대해 경계하고 부정적으로 표현했을지언정, 다른 누군가는 내 모습에 대해 다른 평가를 내릴 수 있지 않을까? 본인의 좋은 점을 받아들여줘서 고맙다고, 본인 역시 나에게 좋은 걸 배우고 있다고. 물론 그런 사람이 실제로 내 가까운 지인이고, 함께 긍정적인 영향력을 주고 받으며 서로를 귀인이라 여기고 있기도 하다. 역시 시선의 차이인가, 싶기도 하고 그렇다면 나는 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이들 곁에 오래 머물고 싶다. 나 역시 그들을 포근한 애정의 시선으로 담고 싶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