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이라는 감정을 안고 사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된 영화
기쁨과 슬픔의 깊은 관계성으로 큰 울림을 준 <인사이드 아웃>이 새로운 감정들과 함께 다시 찾아왔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는 13살이 된 라일리의 감정 컨트롤 본부에 낯선 감정인 ‘불안’, ‘당황’, ‘따분’, ‘부럽’이가 등장하고 이들 중 ‘불안’이 본부의 장악권을 갖고, 기존 멤버였던 ‘기쁨’, ‘슬픔’, ‘버럭’, ‘까칠’, ‘소심’ 이가 쫓겨나면서 시작되는 여정을 다룬다.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라일리는 새로운 친구들과 어색한 관계를 맺고, 하키 캠프에 적응하는 등 새롭고 낯선 변화들을 맞이하는데, 이때 ‘불안’이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수밖에 없게 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인사이드 아웃2>의 정수는‘불안’을 바라본 연출진들의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불안’이라는 감정은 단순히 현재 닥친 일들에 대한 초조함, 불안감에 그치는 것이 아닌, 앞으로도 다가올 일들 및 여러 변수들에 대해 대응할 시뮬레이션들을 돌려 보며, 그의 입장에서 라일리를 위한 일들을 행한다. 하지만 이는 라일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일정 목표를 향한 경주마처럼 단도직입적이며 맹목적일 뿐이다.
라일리를 위한 행동들이 정작 라일리의 자아를 해치고, 당장은 목표 지향적일 수 있으나, 그 외의 다른 가치들은 품을 틈 없이 질주한다. 이내 ‘불안’ 본인은 최선을 다함에도 원하는 곳으로 향하는 것 같지 않다고 느꼈을 때, 그야말로 폭주하는 모습이 연출된다.
불안의 소용돌이 속에서 ‘불안’은 넋이 나간다. 그럴 수밖에. 본인은 오직 라일리를 위한다고 생각했음에도, 파국으로 가고 있으니. 그런 ‘불안’을 품어주는 것은 그를 제외한 여러 감정들과 라일리의 기존 중추 감정인 ‘기쁨’이다. ‘불안’을 다그치는 것이 아닌 다독이며 새로운 방향으로의 돌파를 이뤄낸다.
그리고 ‘기쁨’이도 지난 자신의 행적들을 돌아보며, 본인이 라일리를 위한다고 했던 행동들이 라일리를 정말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라일리는 작위적인 감정 몇 가지로 자아가 성립되는 것이 아님을 깨닫는다. 그러니까, 라일리를 비롯한 우리는 단순히 몇 가지 감정으로 정의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
부족한 모습은 부족한 모습 그대로, 기특한 모습은 기특한 모습 그대로, 그 모두를 포용하고 인정할 때 진짜 내 모습이라 이야기할 수 있음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있다.
영화 <인사이드 아웃2>가 특히 내게 와 닿았던 이유는 ‘불안’이라는 감정이 나에게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감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타인에 비해 더 잘해내고 싶은 조바심이 모여서 만들어낸 ‘불안’이라는 감정의 크기가 다소 높은 편이다.
그래서 계획 세우는 일에도 진심이며, 성실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그 기저에 깔린 게 ‘불안’이라는 점이 늘 마음에 걸렸다.
나는 겨우 이것밖에 안 되는 걸까, 더 대담하지는 못한 걸까, 싶은 생각도 종종 들었다.
하지만 나는 겨우 ‘이것’으로 여기까지 왔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조금은 겁나지만, 기꺼이 ‘불안’이라는 감정을 원동력 삼아 계획들을 체계적으로 세우며 이를 이행하고 내가 되고 싶은 나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다.
때론 ‘불안’이라는 감정이 극도로 커져가, 잠 못 드는 밤도, 영혼이 탈탈 털리는 순간도 분명 자리했지만 ‘불안’이라는 감정 친구가 없었으면 내가 원하는 걸 이 정도로 내가 이뤄낼 수 있었나는 의문이 들 정도다.
물론 ‘불안’에게 잡아 먹히지 않도록 여러 감정들의 도움을 받으며, 그 순간 순간 속의 내 모습 역시 나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결국 모든 감정들에겐 선과 악이 없다, 다만 그 감정폭의 깊이만 있을 뿐!
때문에 특정 감정들의 조합으로 구성되는 내가 아닌, 그 모든 과정 속의 내 모습이 진짜 내 모습임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그러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2>가 궁극적으로 말하고 싶은 바는, 나에게 다가온, 다가올 모든 순간들을 긍정하도록 응원한다는 게 아닐까!
영화 <인사이드 아웃2>에서는 새로운 단어들이 등장한다. 신념 저장소, 자아 등 더 폭 넓고 깊어진 ‘나’의 내면 세계로 떠날 수 있다.
라일리와 그녀를 사랑하는 감정들의 좌충우돌 여정을 겪으며, 나의 신념 저장소에는 어떤 기억들이 간직되어 있는지 돌아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일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 엔딩 크레딧에 올라간 따뜻한 메시지를 끝으로 영화 <인사이드 아웃2> 리뷰를 마친다.
This film dedicated to our kids, we love you just the way you are.
이 영화를 우리 아이들에게 바칩니다. 우린 너희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