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순간 매번, 당연한 것들과 그렇게 작별하고 있다.
어느 깊은 가을밤, 잠에서 깨어난 제자가 울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스승이 기이하게 여겨 제자에게 물었다.
“무서운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슬픈 꿈을 꾸었느냐?”
“아닙니다. 달콤한 꿈을 꾸었습니다.”
“그런데 왜 그리 슬프게 우느냐?”
제자는 흐르는 눈물을 닦아내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 꿈은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 영화 <달콤한 인생> 마지막 장면 -
어느 새벽, 나는 울면서 잠이 깼다. 그리고 영화 <달콤한 인생>의 마지막 장면이 생각이 났다.
내가 꾼 꿈이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 나는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라 함은 비현실적인 꿈이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너무 현실적인 꿈일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때 ‘현실’은 지금의 현실이 아닌 어제의 현실을 지칭한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꿈에서 나는 제법 어린 모습의 내 강아지와 나의 엄마, 아빠 그리고 남동생과 함께 집에서 식사를 한다. 꿈 속 상황은 늘 그렇듯이 투닥거리고 장난치며 화목한 한때이다. 너무도 당연한 일상이 재생되고 있으나, 이내 알아차린다, 이건 일상이 아닌 꿈임을.
꿈에서는 작고 어렸던 나의 강아지는 현재 어느덧 만 13세가 넘어가는 노견이다. 그리고 나는 엄마, 아빠,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지 않다. 작년 여름 결혼 후 친정으로부터 독립해 남편과 같이 산 지 어느 덧 1년이 되어 간다. 내가 꿈에서 깨어나 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이 꿈은 쉬이 재현될 수 없는, 그야말로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이기 때문이다. 당연하고 영원할 거라 생각해서, 소중하게도 생각치도 못했던 일상이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과거가 되었다. 그래서 나는 돌아갈 수 없는, 그래서 이뤄질 수 없는 꿈인 그 때를 자꾸 돌아본다.
남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은 정말 아늑하고 행복한 일이다. 결혼은 내 인생 제일 잘한 선택들 중 하나일 것이다. 지금이 안 행복해서 결혼 전의 일상이 애틋한 기억으로 간직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금의 행복과 과거의 행복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 각기 특별하고 소중한 저마다의 행복이다. 그래서 과거의 한때를 돌아보게 되는 건, 그만큼 과거가 행복했다는 증거일 테니.
매순간 매번, 당연한 것들과 그렇게 작별하고 있다.
야속하게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을 수도, 가장 좋았던 시간만을 찾아내 반복 재생할 수도 없다. 하다못해 나의 손톱과 털도 어제보다 조금씩 자라는데, 모든 것이 변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렇게 우리는 인지하고 있지는 못하나 당연했던 어제와 이별하고 있으며, 어쩌면 지금 이 순간도 시간이 흘러 그 언젠간 사무치게 돌아가고 싶은 어제가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