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의 좋은 에너지로 한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일궈가는 과정
지난 주말, 넷플릭스 시리즈 <신인가수 조정석>를 남편과 함께 시청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명 ‘싱어송라이터’를 꿈꾸는 20년차 배우 조정석의 신인 가수 데뷔 프로젝트를 담은 8부작 시리즈로, ‘인맥 99%(?)’를 활용한 조정석의 정규 앨범 준비 과정을 다루고 있다.
그와 가까운 연예인 지인들이 매회 등장하는 것도 쏠쏠한 재미이고, ‘정상기획’이라는 이름 하에 정상훈 대표와 문상훈 홍보 실장이 회의를 이어가는 것도 비슷한 직무를 담당하고 있는 내게 재미있는 볼거리인데,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회차는 조정석의 가까운 동생이자 함께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에 출연했던 배우 정경호가 직접 뮤직비디오의 연출을 맡는 회차였다.
전미도 배우를 비롯해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를 함께했던 배우진들이 조정석의 노래를 미리 듣는 시간이 있었는데, 이때 정경호가 ‘샴페인’이라는 노래에 큰 감명을 받았다. 이에 뮤직비디오 제작에 큰 관심을 보인 것이 정경호가 뮤직비디오 연출을 맡게 된 사건의 시작이었다. 조정석의 ‘샴페인’ 뮤직비디오 제작은 정경호가 감독으로서 첫 작업인 것 같았다.
그러나 연출자인 정경호와 원곡자인 조정석이 생각하는 노래의 키워드가 서로 달랐고, 간극을 조정해 가는 과정에는 긴 회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또한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서 여자 주인공 역을 맡은 공효진 배우의 의견 제시 및 반영으로 결말 부분도 크게 변동되었다. 연출을 맡은 건 정경호이지만, 다양한 이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반영하는 과정이 그려지는 모습을 나는 꽤 인상적으로 보았다.
올해부터 나는 회사 사보 제작을 단독으로 맡았다. 지난 5년이라는 시간 동안 사보 편집위원이라는 이름 하에 다른 부서의 직원들과 함께 협업하며 즐겁게 사보를 제작해 왔는데, 잇따른 인사 이동 및 퇴사 등의 이슈로 눈 떠보니 나 혼자 남게 되었다. 사실 일이라는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하기 마련이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어련히 굴러가지만 사람의 빈자리는 너무도 컸다.
함께 으쌰으쌰하며 의견을 주고 받던 시간들을 더 이상 누릴 수 없음이 아쉬웠다. 화면으로 그려지는 조정석의 ‘샴페인’뮤직비디오 회의 장면을 보니, 지난 시간들이 자꾸만 그리워졌다. 서로 다른 의견이 있으면 힘겹지만 웃으며 조율해 가고,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전율을 함께 느끼던 그 시절이 분명 내게도 허락되었는데, 이제는 아득히 멀리 느껴지는 게 서운할 지경이다. 그럼에도 영상 속 장면이 내게도 있었다고 자부할 수 있는 그 마음만큼은 영원한 기억일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좋은 현장. 조정석의 ‘샴페인’뮤직비디오의 여자 주인공으로서 기꺼이 연기를 맡은 공효진이 참여 이유를 이와 같이 이야기했다. 때로는 엄청난 업적이나 빼어난 경력 한 줄보다도 짜릿하게 소중한, 넘치도록 행복한 찰나가 더 큰 무게감의 가치를 지니는 법이니까. 그리고 이를 기꺼이 만들어가고 견인하는 데에는 ‘너무 좋아’를 외치는 감독 정경호가 있었다. 꼭 고집하고 싶은 나의 좋은 의견도 때론 버릴 줄 알고, 나만큼이나 저 사람도 이 콘텐츠에 진심일 것이라는 믿음을 안고서 타 의견도 기꺼이 수용하는 연출가 정경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어서 의미 있던 콘텐츠였다.
누군가의 진심 어린 내일을, 그리고 빛나는 꿈을 응원해주는 이들이 곁에 있고 그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응원하며 함께 나아가 주는 건 어떤 기분일까. <신인가수 조정석>은 주변의 좋은 에너지로 한 사람이 자신의 꿈을 일궈가는 과정이 오롯이 담겨 있어, 보는 이들에게도 충분한 대리 만족감을 주는 콘텐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