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양희 Jun 15. 2024

우리만의 하와이 여행 루틴

스노클링은 샥스코브에서, 그리고…


앞선 하와이 여행기 글에서 언급했듯 언제, 어디서나 비용의 적정선을 따지는 나의 소비 습관은 여행지에 와서도 단단히 고삐를 죄고 있다. 과거의 나(일반 생활자=회사원)였다면 자주 쉽게 올 수 없는 곳에서 ‘특별한 경험’을 한답시고 나에게 좀 더 후한 소비 선택을 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 후 항공사에서 일하는 남편의 항공혜택과 대한민국 여권이라는 환상적 조합의 특권을 가지게 된 오늘의 나는 소비의 질에 보다 신경을 쓰며 여행하는 사람이 되었다.

현지인 체험이 여행의 주 목적인 나에게 하와이는 사실 내 스타일로 여행하기 어려운 장소다. 나의 여행은 주로 현지인이 주말이나 퇴근 후 할 활동들을 따라가는 것인데, 섬 전체가 관광지에 인구의 20%가 관광 산업, 그다음이 건설업에 종사하는 하와이에서 현지인들이 어떤 삶을 사는지, 무엇을 해야 현지인 체험이라 할 수 있을지 나는 좀처럼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하와이는 미국령이니, 미국에 이미 일 년 반 산 나에게 이곳은 제주도 같은 느낌이랄까? 문화적으로 다르면서 또 별다를 것 없는 하와이. 그럼 하와이에선 무얼 해야 하지?

한때 하와이에서 근무했던 남편의 직장동료는 회사를 다녀오면 무조건 바다로 나가 서핑을 하곤 했단다. 회사에 다녀온 후 서핑을 하는 생활을 2년 간 했다던 그는 침대와 전자레인지만 있는 단칸방에서 지냈지만 일생에서 가장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했다. 하와이에서는 서핑이 답인가?


안타깝게도 서핑을 하지 못하는 나와 내 남편은 아직까지 파도 위를 두둥실 떠다니는 즐거움을 맛보지 못했다. 조사 결과 오하우 지역에서는 서핑 그룹 레슨을 받을 경우 한 시 당 한 사람에 120불 정도를 내야 했다. 한국에서 배우면 절반의 가격으로 더 오랜 시간 동안 수업을 들을 수 있는데? 물가 조사를 마친 후, 나와 남편은 서핑 강습은 듣지 않기로 결정했고 그렇게 서핑은 우리의 활동에서 삭제되었다. 아직 서핑을 한 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고 싶은 액티비티가 아니었던 게다.

우리는 서핑대신 우리가 좋아하는 해양 활동을 하며 하루에 4~5시간 정도 바다에 나가 있었다. 바로 스노클링을 하면서 말이다. 우리 부부는 물을 좋아하고 수영도 곧 잘하는 편인 데다 수면 위 보다 수면 아래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더 많다고나 할까? 바닷속 세상은 평소에 마주하는 땅 위의 세상과 다르니 말이다. 물 밖과 전혀 다르게 생긴 생명체들이 팔다리 없이 움직이며 유영하는 모습, 하릴없이 입을 뻐끔거리며 무리 지어 다니는 물고기들, 쉴 새 없이 해조류를 뜯는 순한 눈의 바다거북과 밀물이 들어올 때 갇혀 산호초를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상어. 이 모든 장면들을 큰 부피 차지 않는 스노클링 마스크 하나만 있으면 목격할 수 있으니 우리 부부는 바다 여행을 떠나면 무조건 스노클링 장비부터 가방에 챙긴다.

하와이에서 스노클링을 하기 좋은 장소로 많은 국내외 블로그에서 하나우마 베이를 꼽았다. 하지만 우리는 한 번도 그곳을 찾은 적이 없다. 하나우마 베이는 예약제로 운영되며 주차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몇 후기들은 물고기는 많으나 어린이 풀장처럼 얕은 곳만 있어 즐기기 어렵다고도 했다. 아무리 맛집이라도 오래 줄 서서 먹는 걸 좋아하지 않는 우리로썬 선착순 예약시간에 맞춰 클릭을 하거나 주차를 위해 사람 없는 시간에 미리 자리를 선점하는 것처럼 놀러 가기 위한 ‘과업’을 수행하고 싶지 않아 하나우마 베이를 주저 없이 버렸다.

인터넷에서 찾은 정보들을 바탕으로 여러 장소들을 돌아다녔지만 결국 우리 마음에 드는 곳은 한 군데도 없었다. 모래 해변이라 물속 시야 확보가 안된다거나, 너무 얕거나, 물고기들이 없거나 하는 곳들이었다. 더 이상 블로그 글에 속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우리는 오하우섬 한 바퀴를 돌며 물 안에 들어갔다 나오기를 반복했다. 아름다운 자연의 모습을 눈앞에서 목도할 수 있는 곳을 직접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리고 우리는 우리의 스노클링 니즈에 꼭 맞는 해안을 찾았다. 이미 많은 이들에게 유명한 샥스 코브다. 오하우 북쪽 해안에 위치한 샥스코브는 산호초가 벽을 이루는 만 지형으로 성인 허리에서 가슴 높이 정도의 얕은 구역과, 4~5미터 정도의 깊은 구역으로 나뉜다. 세계 여러 곳에서 스노클링과 스쿠버 다이빙을 해봤지만 샥스코브처럼 다양한 생물군이 좁은 지역에 모여있는 곳을 보지 못했다. 한 군데만 있어도 엄지손가락 만한 물고기에서부터 내 몸통만 한 물고기처럼 서로 다른 크기와 색깔, 모양의 개체들을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할 다름이다. 수족관으로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것처럼 투명한 물아래에서 물고기들을 따라다닐 수 있는 데다, 정어리 때와 바다거북, 상어까지 볼 수 있으니 우리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물에 얼굴을 박은채 넘실 거렸다. 스노클링을 하면 깊고 느리게 호흡하게 되어 평소에 하던 호흡이 얼마나 얕았는지를 느낄 수 있다. 심호흡은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기에 체력 보충을 위해 지속적인 수분 섭취와 음식 공급이 필요하다. 하와이 어느 곳을 가든 해양 스포츠를 하기 전엔 충분한 물과 식량들을 준비하도록 하자. 샥스코브의 경우 산호초가 날카롭기 때문에 아쿠아 슈즈처럼 발을 보호할 수 있는 장비는 필수다. 깊은 곳에서 스노클링을 하는 경우, 페이스 마스크 형 스노클링 기어는 좋지 않다. 실제로 장비 내 물이 들어와 코와 입, 눈에 까지 차서 허우적 대며 위험한 지경에 이른 커플을 본 적이 있으니 조심하자.


와이키키에 숙소를 잡았다면 샥스코브로 가는 길에 할레이와에 들를 수 있다. 이곳은 와이키키에서 약 한 시간 십분 정도 떨어져 있다. 다양한 로컬 상점과 음식점들이 있어, 차를 세우고 걸어 다니며 구경하기 좋은 곳이다. 메이드인 하와이인 하와이안 셔츠도 구매할 수 있다. 여유로운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커다란 나무그늘 아래서 남편과 아사이볼을 냠냠 나눠 먹으면, 아 하와이에 와있구나 하는 기분이 절로 든다.

돌 플랜테이션 파인애플 농장 역시 재미있는 구경거리가 많다. 할레이와에서 와이키키로 돌아가는 길에 끝없이 펼쳐진 파인애플 밭 사이, 파인애플 상품들과 아이스크림을 파는 농장을 구경할 수 있다. 남편은 파인애플이 나무에서 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땅에서 삐죽 솟은 귀여운 파인애플들은 우릴 향해 웃고 있었다.

내가 또 좋아하는 곳은 마카푸 등대 트레일인데, 이곳에선 커다란 고래들을 볼 수 있다. 해안가 산책길로 잘 포장되어 있어 유모차로 오를 수도 있다.

호말루히아 보테니컬 가든은 절대 놓치면 안 되는 보물이다.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뾰족뾰족한 용암 산의 지형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다양한 식물군들과 연못에 사는 오리와 새, 닭들을 볼 수 있다. 쥬라기 공원에 들어가는 듯한 입구에서부터 웅장한 마음이 든다.


필요한 용품들이 있다면 코스트코에서 사는 게 최고다. 기념품이 될 수 있는 하와이안 초콜릿부터 하와이안 셔츠까지 아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나는 스노클링을 할 때 배고픔을 방지하기 위한 건강한 간식으로 맛밤과 퀴노아 샐러드, 하와이안 무궁화가 그려진 하와이안 셔츠도 샀다.

작은 야시장도 있다. 구글에 Duke’s Marketplace를 검색하면 뒷골목에서 저녁 11시까지 펼쳐지는 관광객 대상 기념품 좌판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부부는 하와이 여행을 할 때마다 렌트를 한다. 대중교통과 우버는 섬 곳곳을 돌아다니는데 적합하지 않다고 느꼈다. 버스는 배차간격이 넓고, 우버로 먼 곳을 가면 렌트 비용 보다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했다. 하와이까지 왔는데 와이키키에만 머물고 있기는 아쉽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섬 이곳저곳에는 가볼 만한 곳들이 많다. 작은 폭포들과 하이킹 트레일, 폴리네시안 문화 센터와 새우양식장 등. 호텔에 머물며 그곳에서 추천해 주는 여행 투어 상품이 줄 수 없는 하와이의 다른 매력을 직접 찾아보는 것이 나와 남편의 여행 방식이다. 그 누구의 것도 아닌 우리만의 하와이 여행 루틴을 만들며, 저녁에는 해가 져 선선한 와이키키의 거리를 슬리퍼를 끌며 걷는다.


가면 갈 수록, 점점 더 편안해 지는 하와이. 다음 번엔 마우이의 카팔루아 비치 트레일에 도전해 볼 예정이다!!!



당신이 좋아하는 하와이의 모습은 무엇인가요?







매거진의 이전글 한국인을 위한 하와이 여행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