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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양희 Jun 12. 2024

한국인을 위한 하와이 여행법

합리적 소비자라 자부하는 이의 지극히 주관적인 하와이 맛집, 숙소 추천


재작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1년 6개월 동안 총 4번, 하와이 여행을 다녀왔다. 그것도 모두 하와이의 주도,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우섬으로. 한 지역을 짧은 기간에, 오로지 휴가를 목적으로 여러 번 갔다 온 덕분에 앞으로 휴양 차 하와이에 간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디서 밥을 먹어야 하는지 계획하지 않고도 바로바로 떠올리게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과 취향을 토대로 쓴 하와이 오하우 섬의 여행기 겸 여행지 추천의 글임을 미리 밝혀 두며 글을 시작한다.


숙소는 어디?


4번의 여행 모두 호놀룰루의 와이키키 해변에서 멀지 않은 곳의 에어비앤비 콘도에 머물렀다. 많은 사람들이 휴가나 여행지에서 평소 보다 더 나와 타인에게 좀 더 후한 마음을 쓰는 경향이 있다. 그 후한 마음은 과소비로 이어진다. 이왕 떠난 여행이니 좀 더 돈을 쓰더라도 괜찮은 숙소에 머물고 싶은 욕심이야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나의 경우 아무리 여행을 떠났다 하더라도 평소의 소비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여행지에서 바가지 쓰지 않기 위해 평소보다 더 재고 따지 고를 반복해 피곤할 지경이다. 여행을 자주 가기도 하거니와 여행이 생활의 연장이라 생각하기에 여행지라고 특별히 더 좋은 곳에서 자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고나 할까. 우리 집 정도로 편안함을 주는 곳. 너무 좁지도, 너무 넓지도, 너무 화려하지도, 너무 더럽지도 않은 그런 곳이 나에게는 딱이다. 와이키키 해변을 따라 널려있는 즐비한 콘도들이 바로 오래되었지만 관리가 잘 된 콘도들 딱 그런 느낌이었다. 첫 여행 이후에도 계속해서 에어비앤비를 선택한 이유는 그만큼 편안하고 쾌적했기 때문이다. 첫 번째와 두 번째, 에어비앤비는 우연히도 같은 콘도 내, 객실이었는데, 5분 정도 걸으면 와이키키 해변에 도달할 수 있는 명당이었다. 게다가 주차비가 한 시간에 6불 정도로 폭탄 급에 가까운 오하우 섬 내에서 무료 주차를 제공하는 Sunset Waikiki는 나에겐 최적이었다. 주방까지 잘 갖춰져 있어 불고기를 해 먹거나 라면을 끓이면서 어마어마한 물가 속 식비를 절감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콘도나 호텔 유닛들이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에어비앤비로 운영되기 때문에 비치타월은 물론 어떤 집들은 서핑보드나, 스노클링장비, 파라솔과 비치체어까지 구비되어 있었다. 잘 찾아보면 호텔값보다 약 30~40% 정도 싼 에어비앤비를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가족과 같이 많은 인원이 함께 간다면 숙박비를 더 절감할 수 있는 와이키키의 콘도들을 알아보자.


무엇을 먹을까?


식도락은 빠질 수 없는 여행의 기쁨이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하와이 음식은 이렇다 할 맛있는 게 없다. 섬이라는 지형적 특성상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없었던 역사 때문인지, 하와이 토속 음식 중 입에 딱 맞는 건 사실 없었다. 입맛은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누군가에겐 맛있을 수 있는 포이는 알토란을 쪄서 발효시킨 푸딩 같은 음식인데, 내 경우, 처음에 먹었을 땐 상한 음식이 나온 줄 알았다. 깔루아 피그는 잘게 찢은 돼지고기 요리로 특별함이 없고, 샐러드 같은 신선한 음식이나 채소 메뉴가 없어 소화가 잘 되지 않는 느낌이었다. 로코모코도 밥 위에 고기 스튜를 얹은 모양새로 인기 있는 메뉴지만 크게 맛있는 음식은 아닌 것 같다. 건강과는 담을 쌓은 듯한 음식들 속, 폴리네시아 원주민을 떠올리며 그들의 풍채가 좋은 이유는 유전도 있지만 그들이 소비하는 음식 때문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 한국인들에게 유명한 지오반니 새우트럭 역시 채소 하나 없이 밥 위에 버터 갈릭 새우가 가득 들어 있어 혈관이 탁해지는 느낌이고, 치즈케이크 팩토리는 미국의 패밀리 레스토랑 체인점이라 본토에 살고 있는 내가 굳이 갈 이유가 없는 곳이었다. 그렇다면 하와이에선 무얼 먹어야 한단 말인가?


1.  하와이 전통음식

우선 그 지역에 갔으니, 전통 음식을 한번쯤은 먹어보는 것이 좋지 않겠는가? 여행지의 문화를 가장 잘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가 지역의 전통음식을 먹는 것이라 생각하는 나는 크게 맛이 없지만, 그래도 하와이를 방문한 여행자들이 ‘문화적 체험’을 위해 하와이 토속 음식을 먹어보았으면 한다.  정말로 전통적인 음식을 시도해 보고 싶다면 헬레나의 하와이 음식(Helena’s Hawaiian Food)에 가 보자. 칼루아 피그, 로미 살몬, 포이처럼 가장 기본적이고 전통적인 하와이 음식을 판매하고 있는 곳이다. 다양한 메뉴 중에 한국인의 입에 가장 맞는 음식은 피피칼루아 숏 립(Pipikaula Short Ribs)인데, LA 갈비의 비주얼과 맛을 가진 꽤나 동양적인 음식이다. 헬레나의 음식점이 너무 전통적인 반면 코노스(Kono’s)는 하와이언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체인점이다. 이곳에는 채소를 곁들인 랩(wrap)이나 볼(bowl)도 있으니 건강한 느낌으로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이 체인점은 오하우 섬 전역에 걸쳐 있기에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와이아홀 포이 팩토리(Waiahole Poi Factory)는 동쪽 해안에서 가장 유명한 하와이언 음식점인데, 이곳은 본 메뉴보다 쿠롤로 하우피아 아이스크림을 꼭 먹어야 하는 곳이다.


2.  미국음식

하와이는 미국과 1897년 합병조약을 체결한 후 1959년 정식 주가 되었다. 그 말인 즉 하와이에서는 미국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것. 미국 음식의 대표주자 햄버거를 가장 맛있게 먹은 하와이의 가게는 쿠아 아이나 샌드위치 샵(Kua Aina Sandwich Shop)이다. 이곳의 파인애플 버거와 아보카도 버거는 신선하고 육즙이 살아 있다. 얇게 썰린 감자칩도 일품이다. 생선을 패티로 한 버거도 먹어 보았는데, 나에겐 소고기 패티가 더 맛있었다. 피자는 엄밀히 말해 이탈리아에서 출발했지만, 이만큼 미국적인 음식도 없다. 피자 집으로 최고의 가게는 공항 바로 앞 빅 카후나(Big Kahuna’s Pizza)다. 피자 크기는 7인치와 12인치 두 개인데, 나와 남편은 7인치로 각자 하나씩 다른 맛의 피자를 시켜 먹었다. 우리는 오랜만에 먹어보는 너무나도 맛있는 피자에 감격해서 연신 입 밖으로 감탄사를 터트렸다. 샐러드가 메뉴에 없는 것이 아쉬웠지만 아쉬움을 달랠 정도로 맛있는 피자는 바삭함과 부드러움, 감칠맛까지 모두 갖춘 엄청난 맛이었다. 다시 하와이에 간다면 착륙과 동시에 카후나에 들러 피자를 한판 때릴 거다.


3.  다국적 음식

하와이는 19세기부터 활성화된 플랜테이션 농업으로 수많은 아시아 인들이 건너와 살고 있다. 그에 따라 주류인구의 약 40%가 일본, 중국, 필리핀에서 온 아시아 인구들이다. 한국계 역시 꽤나 많다. 그 덕에 하와이의 음식은 일본, 한국, 중국 등 다양한 문화권의 영향을 받았다. 스팸 무스비와 LA갈비, 햄버거 패티에 달걀 프라이와 그레이비소스가 올라간 로코모코 역시 하와이 하면 떠올리는 음식으로 여겨지지만 실제 하와이 원주민들이 먹던 음식은 아니다. 국적이 뭐든 간에 여행 가면 맛있는 음식을 먹어야 하는 게 인지상정.

내가 다시 하와이에 간다면, 지오반니 쉬림프 트럭보다 다양한 메뉴를 먹을 수 있는 ’ 빅 웨이브 쉬림프 트럭‘에 갈 거다. 두 가게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데 빅 웨이브 역시 버터갈릭 쉬림프를 팔고 있으며, LA갈비와 코코넛 쉬림프, 오징어 튀김 등 다른 메뉴도 함께 팔고, 무엇보다도 샐러드를 사이드로 선택할 수 있어 보다 건강한 느낌이다. 맛도 지오반니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맛있는 느낌이랄까. (참고로 나는 두 군데 다 먹어봤다.) 줄도 길지 않고 먹는 장소 또한 더 쾌적하다. 푸크 유엔 시푸드 레스토랑(Fook Yuen Seafood Restaurant)는 가성비 좋은 중국 음식점이다. 수영을 하고 허기진 배를 기름진 중국음식으로 채우며 칼로리를 보충하기에 딱이다. 동양의 맛이 그리울때 먹는 랍스터 볶음밥과 스프링롤, 공심채 볶음은 일품이다. 호두와 함께 먹는 크림새우 역시 굳이 푸드트럭에서 새우를 사 먹을 필요가 없단 걸 증명해 보이는 맛있는 메뉴다. 마지막으로 추천할 곳은 마루카메 우동집. 이곳은 와이키키 한가운데 자리해 장사진을 이루는 유명 일본식 우동 체인이다. 샌프란시스코에도 있지만 와이키키에서 줄 서서 먹는 우동은 왠지 다른 맛이 나는 것 같다. 나는 저녁 8시 30분쯤 해가 어스름할 무렵에 슬리퍼를 신고 와이키키 거리로 나가 남편과 우동 한 그릇과 무스비, 튀김들을 시켜 나눠먹는 걸 좋아한다.


4. 디저트 

하와이 디저트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쉐이빙 아이스와, 아사이 볼이다. 쉐이빙 아이스는 얼음을 간 것에 다양한 색깔의 과일 시럽을 뿌리고 약간의 토핑을 추가해 먹는 팥 없는 팥빙수다. 상큼하고 달콤한 얼음이 열대의 더위를 날려주기에 많은 이들에게 인기가 있다. 쉐이빙 아이스로 가장 유명한 곳은 와이키키의 ‘아일랜드 빈티지 쉐이브 아이스’(Island Vintage Shave Ice)다. 부드러운 얼음에, 생과일로 짜낸듯한 달콤한 시럽들이 어우러져 한 입 가득 퍼먹으면 저절로 눈이 감기며 머리가 띵해진다. 하나에 만 오천 원 정도 하는 사악한 가격을 지녔지만 평소에 하지 않은 ‘놀러 왔으니 어때’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소비를 하게 만든다. 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옛날 팥빙수 같은 느낌의 가게가 있는데, 마츠모토 쉐이브 아이스(Matsumoto Shave Ice)다. 얼음 입자가 굵고 단단해서 아삭거리는 맛이 특징이다. 아사이볼은 아사이 열매를 얼려 간 빙수인데, 딸기나 블루베리, 바나나 등 다양한 과일과 그래놀라들을 넣어 만든 또 다른 형태의 빙수다. 아사이볼로 유명한 곳을 딱히 찾아서 간 게 아니라 가본 곳에선 추천할 수 없지만 리뷰 숫자 1,482개, 구글 평점 4.9에 빛나는 와플 앤 베리(Waffle and Berry)가 좋을 것 같다. 이곳 역시 가격이 사악하지만 (하나에 18불) 남편과 함께 하나 사서 나눠 먹을 것을 생각하고 향후 방문 할 거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꼭 찾는 명물은 포르투갈식 도넛을 판매하는 레오나즈 베이커리(Leonard’s Bakery)다. 내 입에는 안에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오리지널이 딱이었다. 와이키키에 숙소를 잡는다면 아침 일찍 걸어가 도넛 두 개와 커피 하나씩 손에 사들고 해변에 와서 바다와 아침부터 수영하는 사람들을 보며 냠냠 먹으면 최고다.

샌프란 본점인 비 파티셰리도 추가요!


숙소와 먹거리만 썼는데도 이미 너무 길어졌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지만 글로 쓰니 계속 필터링하는 뇌와 손 때문에 이만 마쳐야겠다.

볼거리와 즐길거리는 다음 글로 미뤄야겠다. 노파심에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선호를 반영한 것임을 밝힌다. 하와이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이 있다면 설렘에 도파민을 더 할 수 있는 추천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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