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양희 Feb 14. 2023

곰배령으로 역행하기

책 [역행자]와 인간극장 [여기에 사는 즐거움] 리뷰

글감을 모아봤습니다. 책을 더 열심히 읽고 글쓰기 강의도 들었죠. 글감은 먼 곳에서 오는 게 아니더군요. 바로 내 주변, 나의 어제와 내가 바라는 내일에서 오는 것이었죠.


오늘은 내가 그동안 읽은 책 중 인상 깊었던 ‘역행자’와 힝구와 함께 본 인간극장 ‘여기에 사는 즐거움 편’에 대해 소개하려 합니다.


나는 경제분야의 자기 계발 서적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베스트셀러에 계속 머무는 이 책을 집어 들었을 땐 자기 계발 서적인지 몰랐었죠. 하지만 계속 읽으면서도 이 책을 접지 않았던 것은 경제적 여유를 통해 시간적 자유를 주겠다는 저자의 말이 꽤나 설득력 있게 다가왔고, 임시 백수(?)로 머문 지 꽤나 오랜 시간이 흘러 뭐라도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활동을 하고 싶은 나의 마음이 컸기 때문입니다.


저자인 자청은 인간은 모두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지만 돈을 잘 벌지 못하는 현실의 자아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설계된 자의식이 ‘아니야, 나는 돈보다는 다른 곳에서 삶의 가치를 찾을 거야 ‘ 하는 합리화를 만들어 낸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가 만든 7단계의 방식을 따르면 주어진 인생의 순리자가 아닌 역행자가 되어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나아가 인생의 자유를 이룰 수 있다고 합니다.


책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썼는지,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부자가 되고 싶은 마음이 펼쳐져 무엇이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스스로를 분석하고 나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 후 사업 실행을 위한 작은 잔재주들을 모아 책을 읽고 정리하며 실제로 이를 행하는 것. 아주 쉽고 간단하게 들렸죠. 자청 본인도 흙수저에서 성공했으니 모두가 할 수 있다며 독려하는 한편 이렇게 다 알려줘도 안 하는 순리자들이 있기에 본인과 같은 역행자가 성공할 수 있다고 책을 마무리합니다.


책을 읽고, 이미 내가 가지고 있는 잔재주들로 유튜브를 시작하고 블로그를 시작해서 바로 성공의 기로에 들어설 수 있을 것만 같았지만, 결국 나는 그가 추천한 다른 책들을 읽다가 열정이 사그라져 순리자의 생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부자가 된다는 건 눈에 보이는 여러 사업기회들은 분석한 후 실제로 실천하는 이들의 것이란 걸 반대편에 서서 증명해 보인 거죠.


역행자 덕분에 재테크와 경제서를 계속 읽던 중 인간극장에서 곰배령에 7년째 살고 있는 영희 씨와 수영 씨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36세의 영희 씨와 44세 수영 씨는 눈 쌓인 곰배령에서 등산객에게 산야초 발효액이나 차를 내어주며 생활합니다. 힝구와 나는 영희 씨와 수영 씨에게 빠져 감정을 이입했습니다. 곰배령이나 우드랜드나 가족들과 친구들과 떨어져 고립된(?) 생활을 한다는데 공통점이 있었으니까요. 영희 씨는 태어난 후 도시에서만 살아왔고 대학 졸 업 후 일본에서 5년이나 유학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녀가 수영 씨와 산에 들어가 산다고 했을 때 친구들은 모두 길어봐야 1년이라 생각했답니다. 10 가구 내외 살고 있는 이웃들과 빙상 축구를 하는가 하면 부화기를 설치해 죽은 수탉의 병아리가 태어나길 간절히 바라기도 합니다. 한 달에 필요한 돈 40만 원 정도만 그때그때 벌어 사용하고, 소박하고 한적한 곰배령에서 자신만의 속도로 집을 짓고 있지요. 하얀 눈에 쌓여 연기를 퐁퐁 뿜어내는 작고 아늑한 집에 동화처럼 살고 있는 두 사람을 보며 마음이 따뜻해지고 순수해졌습니다. 소박하게 지금, 이곳에 살고 있는 즐거움을 느끼는 부부처럼 우리도 그렇게 다정하고 풍요롭게 살고 싶었습니다.


자청은 모든 이가 돈을 많이 벌고 싶어 하는 본능이 있다고 했지만 그 모든 이에 영희 씨와 수영 씨는 포함되지 않나 봅니다.


나는 경제적 자유도 꿈꾸지만 경제적 자유를 꿈꾸는 생각으로부터의 자유도 꿈꿉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춰 살고 싶지만 나만의 속도도 알아가고 싶습니다. 서른다섯 쯤 되면 알 것 같았던 내 속마음을 아직도 모르겠어요. 평생 이것저것 해보며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지나다 보면 훗날 되돌아봤을 때 내가 무엇을 원하고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있겠지요.


오늘은 자의식 해체보다는 힝구와 함께 곰배령에 있는 상상을 해봅니다. 미국의 곰배령 우드랜드에서 말이죠.

매거진의 이전글 나의 작은 결혼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