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youn Jun 01. 2020

7. 직업의 貴賤 of 발리

예민충 너의 직업은 부귀(富貴) 니 또는 빈천(貧賤) 이니

발리에 오면 다양한 종류의 빈부격차를 뚜렷하게 느낄 수 있다. 

로컬 발리니즈와 다른 지역에서 온 자국민들 사이의 빈부격차도 격차지만 발리의 관광객들 서양인들 그리고 아시아인들 (조심스럽지만 구체적으로는 아시아도 동남아시아권과 동아시아로 나뉨을 쉽게 볼 수 있다.) 또 발리의 각종 레스토랑이나 호텔 등 다양한 사업을 하는 사업가들도 로컬 사람이 있는가 하면 외국인들도 있다.(외국인들이 대부분이다.) 그 사이에 존재하는 빈부격차는 아무것도 모르는 내 눈에도 쉽게 보일 정도로 크다. 


이 좋은 시대에 차가 다니는 위험한 도로에 나앉아 갓난 아기에게 나오지 않는 

젖과 매연을 물리며 동냥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겨우 40키로 남짓 되어 보이는 작은 체구의 여자들이 자기 몸보다도 큰 접시를 작은 머리 위에 이고 

그 접시에 과일이며 각종 음식들을 잔뜩 담아 여기 저기 다니며 하루 종일 장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야식으로 먹었던 군옥수수, 아저씨가 엄청 친절했는데 사진은 무섭게 나왔넹 ... 
 우붓 외곽 지역에 있었던 장터 

하루 종일 찻길 가 쪽으로 앉아 TAXI 라는 팻말을 들고 지나가는 대부분의 관광객들에게 헬로? 택시? 하며, 차편 이용하기를 권하는 남자들도 있고, 

똑같은 방식으로 하루 종일 가게들 앞에 앉아 헬로 미스? 마사지? 

하며 마사지를 받고 가기를 권하는 여자들도 있다. 

그런가 하면, warung 이라는 간판을 걸어 놓고 새벽 이른 시간부터 자정이 다 될 때까지 

온 가족이 식당을 하는 백반 집들도 많다.

(warung 은 작은 가게 라는 뜻으로 발리에선 작은 백반 집들을 와룽이라고 부른다.) 

엄마는 요리를 하고 아버지는 서빙과 계산, 열댓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들은 

외국인들을 상대로 서툰 영어를 구사하며 서빙 전문가가 된다.

거의 매일 갔던 warung 매일 더 맵게 해달라고 해서 요리하는 아줌마를 놀래켜버림 


여기도 자주 갔던 warung, 이 곳도 온 가족이 하는 식당이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하루에 열 번 이상 공항 픽업만 다니는 드라이버들도 있다. 

공항에서 손님의 이름이 적힌 팻말을 들고 기다렸다가 그 들의 짐을 들어 트렁크에 싣고 원하는 숙소까지 실어다 주고 짐도 내려다 주는 식이다. 앞서 소개했던 드라이버 친구 덱준에게 물어보니 예약된 손님의 수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24시간씩 주7일 일하며, 최근 들어 잠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드라이버들에게 졸음 운전 사고가 급증하자 픽업 서비스를 운영하는 에이전시에서 24시간씩 주6일제로 드라이버들에게 영업 스케줄을 제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고가 나더라도 회사에서 제공하는 보험 서비스는 전혀 없으며 행여나 차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차 수리비나 본인의 병원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덱쥰 역시 내가 처음에 다녀간 2월부터 8월에 이르기까지 약 6개월 동안 2번 정도 졸음 운전으로 차 사고가 나서 그 빚을 갚느라 6개월 동안 열심히 일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은 한 푼도 모으지 못했다는 슬프고 아찔한 본인의 경험담을 들려주어 마음이 아팠다) 

덱쥰이 직접 열심히 써왔다며 자랑한 내 이름 팻말 ㅋㅋ

반면에 대부분의 호스텔, 호텔, 각종 숙소에서 룸 서비스, 프런트 등을 담당하는 숙소 직원들은 '비교적' 교육을 꽤나 받은 '나름 엘리트'인 경우가 많다. 영어도 능숙하게 구사하고 관광객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위생 교육, 매너 교육도 철저히 되어 있으며 

수천만의 다양한 손님들의 가지각색 니즈를 충족시킬 센스 또한 충분히 겸비하고 있다. 


물론 자카르타와 같은 수도 또는 큰 도시로 가면 서울처럼 한국의 큰 도시들 처럼 

오피스들도 많고 금융권 회사들도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 곳은 우리 모두의 파라다이스 발리, 무엇보다도 관광이 주가 되는 곳이기 때문에 관광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 아닐 수가 없다. 


한국에서는 예부터 어른들이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일하고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해야 한다. 

그래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한다.’ 고 

공부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당부하시곤 했다.  


그렇다면 과연 발리에서 직업의 귀천은 무엇일까? 

매일 여기 저기 하염없이 걸어 다니며 이런 저런 사람들을 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내가 발리에서 나고 자라 이 곳에 있는 이 한정된 직업들 중에 

어느 한 가지에 종사해야 한다면 어떤 일이 최고로 적합할까? 

사실 ‘더울 때 시원한 곳에서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라는 말을 그대로 적용시켜 보자면, 

덱쥰처럼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람도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서 뜨거운 태양을 피하기로는 마찬가지다. 

또한 호텔에서 요리, 청소, 사무 업무 등 모든 잡무를 도맡아 하는 일인 다 역의 호텔 직원들도 

쾌적한 곳에서 뜨거운 태양과 시린 비바람을 피하며 일 하는 것이다. 

길 거리에서 택시를 외치는 사람들도 사이즈나 차종에 관계 없이 차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보 같아 보이는 관광객들에게 가끔 바가지도 씌우는 호사를 누려보기도 하면서 

비교적 좋은 환경에서 일 하는 것이고, 

요가원에서 시간마다 수련원을 밀대 걸레로 닦고 화장실 청소도 하고 식수를 떠다 나르는 관리원들 또한 

쾌적한 곳에서 깨끗한 음식들을 끼니 때마다 먹으며 좋은 것들을 많이 접할 수 있으니 

생각의 관점에 따라서는 '더울 때 시원하게 일 할 수 있고 추울 때 따뜻한 곳에서 일할 수 있는' 

어른들이 우리에게 당부해 주시던 '적절한' 직업인 것이다. 

 

발리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적절한 직업, 직군은 다르다. 

연봉이 얼마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아니다. 연봉이라는 단어도 사치이기 때문이다. 

오늘 하루 얼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좋은 것들을 보면서 위생적이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었는지에 따라 

직업의 품격을 평가해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이라면 연봉이 얼마인지 먼저,  따라 올 복리후생은 어떤지, 휴가는 몇 일이 나오는지, 

상여는 몇 프로 정도 까지 인지 등등 

여러 가지 복잡하고도 합당해야만 하는 노동 조건을 요리조리 따져볼 일이지만, 

이 곳은 발리다. 

발리의 흔한 모습

절대적으로 수면이 부족한 탓에 어쩔 수 없이 일어나는 교통사고에도 회사에서 산재처리 해 주는 법이 없는

 오히려 자신의 몸 상태와 안위는 뒷전이고 차 수리비에 쥐꼬리 만한 월급을 

모두 탕진 해야 해서 되려 빚을 지는 그런 곳이다. 

그런 열악함 속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곱절로 행복해 보이는 이 곳 발리에서 조차 

내 안에서 꼬물거리는 수많은 욕심들과 불평불만들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직업의 귀천, 

그 기준이 똑같이 적용되지 않는 곳도 있다는 것은 한번쯤 생각 해볼 만하다. 


모두가 똑똑하고 잘난 탓에 그리고 부지런함과 으쌰으쌰 하나로 현재의 부를 이룬 덕분에 

비교적 더 팍팍한 노동 환경을 가진 대한민국에 답답함을 느끼고 그래서 

나에게 더 합당한 노동 환경과 더 나은 조건이 있는 곳은 없을지 

여전히 수많은 고민을 이고지고 여기저기 방황중인 한 사람으로서

새삼 귀천의 기준이 될 조건들을 나열해 볼 수라도 있는 대한민국에서 

나고 자랐음에 감사함을 느껴 본다.

 

하지만 

그런 풍요로움과 풍족함 관점에 따라 기준에 따라 매일 부릴 수 있는 사치에도 불구하고 

이 사람들만큼 웃지 못하고 행복하지 못하고 따뜻하지 못한 우리 아니 나를 생각해 보니 

왠지 모르게 차오르는 씁쓸함은 어쩔 수가 없는 것 같다. 


이 사람들이 가진 풍요로운 마음으로 내 직업의 귀천에 대해 평가해 본다면 

노동의 댓가인 월급의 금액만 따져 철저히 부귀(富貴)일 수 있을까?

마음 가짐의 상태에 따라 빈천(貧賤) 한 직업으로 구분 될 수 있지도 않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6. 발리에 오면 바뀌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