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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un Jun 19. 2020

11. 발리에서 만난 어글리 코리안 님들

아유 뻑꿍 씨리어스?

발리에 머무르는 중에 만나고 목격한 어글리 코리안 님들 이야기를 잠깐 소개한다.

과연 우리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암기하고 맹세했던 국기에 대한 경례에 어긋나진 않는지

반성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국기에 대한 맹세: 나는 자랑스러운 태극기 앞에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할 것을 굳게 다짐합니다.




처음 발리에 갔을 때의 일이다.


서울에서 오기로 한 친구는 내일 도착 예정이었기 때문에 혼자 이곳저곳 둘러보고 한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마른하늘에서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다.

정말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장대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모두가 소나긴 줄 알고 그치길 기다렸으나 쉽게 그치지 않았다.

우스운 광경이 펼쳐졌다.

이미 발리 생활에 잘 적응이 되었는지 꽤나 꼬질꼬질해지고 자연인의 모습이 된 서양인들은 예상치 못했던 장대비가 쏟아지자 양 옆으로 흩어져 너나 할 것 없이 비 피할 곳을 찾아 막 웃으면서 뛰어가는데

 종종 보이는 한국인들은 하나같이 여자들은 가방으로 머리를 가리고 급히 상점마다의 처마 밑으로 뛰어가 비를 피하고 같이 온 남자들은 비를 쫄딱 맞으며 택시를 잡으려고 멋있게? 안간힘을 쓰는 것이다.

둘이서 같이 여행 왔는데 비를 좀 맞는 한이 있더라도 같이 피하고

기다리는 시간이 좀 길어지더라도 함께 기다리면 좋으련만

양 옆으로 비를 피한 사람들이 가득한 곳에서 그렇게 비를 쫄딱 맞으면서 택시를 잡으면

모두의 눈길이 집중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불굴의 대한민국 남자 친구들이 공주이자 왕비 같은 여자 친구의 안전과 건강

그리고 아침부터 공들여 한 예쁜 화장을 유지하게 하기 위해

특급 헌신을 하는 눈물 나는 광경이 내 눈 앞에 그곳에서 비를 피하던 모든 관광객들 눈 앞에 펼쳐졌다.


신고 있던 발가락 슬리퍼까지 터져서 정말 불쌍한 몰골을 하고 있었던 나는

 ‘뭐지?’ 하며 멍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드디어 택시를 잡은 남자 친구가 고귀한 여자 친구를 태우고 택시비 흥정에 들어갔는지 길 중간에 멈춘 택시가 한참을 출발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드레스 밑자락을 똘똘 뭉쳐 부여잡은 여자 친구가 택시에 반쯤 걸터앉은 자세로

큰 목소리로 나를 보며 말하는 것이다. 한국어가 아니었으면 좋았으련만 명백한 한국말이었다.

“아까 보니깐 영어 잘하시던데, 여기 택시비 자꾸 바가지 씌우려고 해서, 택시비 흥정 좀 해주세요”

 “저요?”

 “네, 18만 루피아면 갈 거리인 것 같은데 자꾸 25만 루피아 부르잖아요.

같은 한국 분이신 것 같은데 말 좀 해줘요”


'??????????'

'저기요? 뭐 맡겨놓으셨어요?'라고 생각만 함.


갑자기 요가를 열심히 하며 다스려온 한껏 고와진 내 성질이 한방에 무너지는 걸 느꼈다.

 ‘죄송한데 어떻게 좀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의 시작도 아니고

 지금 나의 이 깨쫴쫴한 몰골에도 같은 한국인으로 한눈에 보여 타깃이 된 것도 썩 내키지 않는 상황인데

 택시비 흥정을 나보고 해달라고? 나 지금 슬리퍼도 터졌는데? 제정신이야?

 요가 수련과, 내려놓기 연습으로 잠깐 성질이 온화해질 뻔했지만 참을 수가 없었다.

이 악물고 최대한 친절하게? 대답했다.

“이 비 소나기인 것 같은데 굳이 택시까지 잡으실 정도면 엄청 급하신 것 같은데,

달라고 하는 대로 내고 가시던지 직접 흥정해서 가시죠. 저는 아무 데나 택시비 흥정하려고 영어 하진 않습니다.”


 나도 나름 불의를 보면 늘 참지 못해 나서는 사람이고 불쌍한 아이들을 보고 오면 쓸데없이 잠도 이루지 못하는 막지 못할 국제 오지라퍼다.

웬만한 상황에선 예의를 갖춘 간곡한 부탁이었으면

할 일이 비 그치길 기다리는 것뿐 이고 큰 일도 아니라 충분히 도와줬을 것이다.

누구나 비를 맞는 그 잠깐의 상황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찰나를 즐기려고 노력이라도 해보기는 커녕

 같이 온 남자 친구를 무슨 노예 취급하듯이 택시 잡아오라는 것도 어이가 없어서 보고 있는데

 내가 무슨 자기 통역을 위해서 거기 서서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아니고

 아니 무슨 그런 똥 매너가 다 있단 말인가?

 여자가 '아주 어이없다는 얼굴로'!!

미안하다는 인사도 없이 문을 쾅 닫고 택시가 출발했을 때,

뒤에서 같이 비를 피하고 있던 외국인 남자가 어깨를 들썩거리며 웃으면서 말했다.

 “이거 그냥 소나기 자나~ 지랄 맞을 프린세스~”

내가 황당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이노... 유남생 ^^”




 두 번째 발리에서의 일이다.


우붓 원숭이 사원에서 아주 가까운 곳에 코코 마트라는 대형 마트가 있다.

발리에서는 편의점도 많고 작은 슈퍼들도 많지만

같은 브랜드의 편의점인데도 들어가서 가격을 보면 천차만별이라

발리 물가를 정확히 파악하고 나서는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섣불리 작은 가게에 가서 물이나 맥주를 흥청망청 샀던 적이 없다.

대신 하루 일정이 끝나고 나면 장바구니를 들고 코코 마트에 가서 댓 병짜리 물과 맥주 한두 병, 발리이기 때문에 실컷 먹을 수 있는 열대과일 등을 사서 집에 오는 정도.

왼쪽은 편의점 오른쪽은 제일 자주 가던 우붓의 대형 코코
편의점 라면과 맥주가 19만 8천 루피아 ㅋㅋㅋ (한국돈 1만 6천 원 정도다 ^^)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의 맛, 한국 라면 은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다. (저 빨간 물감 같은 건 뭐지?)



코코 마트는 나름 대형마트이니만큼 다른 곳 보다 비교적 야채 가격, 음료 가격, 그 외의 공산품들뿐 아니라 판매하는 물품의 종류도 많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다양한 기념품을 저렴하고 균일화된 가격에 다량으로 사갈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날도 여김 없이 몇 가지 간식거리 구매를 위해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내 사랑 코코 마트를 찾았다.

 몇 가지 사지도 않아서 후딱 계산만 하면 되는데 글쎄 눈 앞에 줄이 줄어들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다른 손님들도 오만상을 하고 서서 기다리는데 무슨 일인가 하고 앞을 봤더니

아니 드라마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것처럼 예쁘게 치장을 한 한국 여자 세 명이

 담당 캐셔 에게 무슨 요청을 하고 잘 안 풀려서 매니저를 불러주기를 요청한 것이다.

내막은 이렇다.

한국으로 가져갈 기념품들을 코코 마트에서 잔뜩 샀는데, (바구니가 넘칠 만큼 다량으로 사긴 했었다)

 물건을 많이 샀으니 같은 종류 다섯 개를 샀으면 그중 하나는 할인을 해달라는 말도 안 되는 요청을 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매니저를 부른 것.

아니 좀 더 생생하게 생각해보자면...

 누가 이마트에 가서 초콜릿 스무 개 사고 많이 샀으니

다섯 개마다 하나씩 가격을 깎아달라는 요청을 한단 말인가.

한국에선 입 밖에 낼 생각도 하지 않으면서 왜 여기서는 억지를 부리는 이상한 갑 질 행세를 해대는 거지?

결국 해결이 안 되어 서 내 앞에서 줄이 끊기고

나를 기준으로 뒷사람들은 다른 캐셔 쪽으로 옮겨가서 계산을 하고 나왔다.

 뒤에 외국인 커플 왈

“오 마이 갓, 아유 뻑꿍 씨리어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국민들이여

꼭 안중근 의사처럼 결사를 하고, 세종대왕처럼 한글을 창제해야만

무궁한 영광을 위해 충성을 다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여행 전 우리가 한국에서 수많은 사람들과 살던 시절,

 그렇게 불편하게 살피고 지켜내던 타인의 눈치의 반만이라도 살피고

 기본적인 매너를 지켜 준다면

 그것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영광을 위해 우리가 받치는 작은 충성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도 먹을 것 하나 없어 미군들의 차량을 쫓아가며 초콜릿을 외치던 시절이 있었고,

 나라가 없어 억울하고 분 해하던 시절이 있었다.

 물가가 조금 저렴한 곳에 와서

 한국에서 누리지 못하는 것을 마음껏 누려볼 수 있다고 해서

무개념 졸부행세를 하는 행동은 좀 자제하도록 하자.


최고의 발견 ^^ 정말 제일 첫날 가고 쭈욱 단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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