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가게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크림치즈를 만들었다. 말랑한 치즈에 건포도와 호두를 잘게 썰어 넣고 잘 섞어 통에 담는다. 오랫동안 꾸준히 만들다 보니 이제는 제법 노련해졌다. 일은 어렵지 않다. 다만 내 머릿속이 시끄러운 것이 문제였다. ‘이 작은 투명 통에 크림치즈 55g씩 정확히 맞춰 넣는 일, 이걸 내가 평생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나는 무언가 잘못하고 있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조급하게 일을 해치우곤 했다. 그때의 나는 크림치즈만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기분이 가라앉았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는 동안에는 식탁에 크림치즈를 올리기가 괴로웠다.
크림치즈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한 건 그로부터 얼마 뒤였다. 내가 세상을 새로운 각도로 보게 된, 사업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였다.
사업가가 되기로 한 이유 중 하나는 일자리였다. 내가 삶을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돈 때문에 힘들어하며 돈을 벌어야해서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나는 단지 사람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싶을 뿐인데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았다. 각자가 고단한 삶을 살아내느라 얼굴조차 볼 수 없는 사회라니, 무언가 변화가 필요했다.
이전과는 다른 ‘사업가’의 태도로 크림치즈와 다시 마주했다. 크림치즈 만드는 일이 누군가의 일자리가 될 수 있겠다 생각했다. 크림치즈는 우리 가게의 베스트셀러다. 빵만 먹기 심심할 때 맛과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밥으로 치면 반찬 같은 존재다. 건강한 먹거리를 좋아하는 손님들이 많이 찾으시면서 매출에 도움이 되고 있다. 매출이 늘어나면 이익이 늘어나고 결국 내가 원했던 일자리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크림치즈의 역할을 이해하자 단순 작업이라고 생각했던 그 일이 다르게 보였다. 내가 이루고 싶은 변화가 크림치즈를 만드는 작은 일에서부터 시작되고 있었다. 나는 크림치즈가 만든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크림치즈가 만들어 낼 미래의 일자리를 기다리며 오늘도 크림치즈를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