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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바 8시간전

후무스 당근 샌드위치 중간보고서

    테스트 샌드위치만 수십 차례 만들었는데 뭘 해도 2%가 부족합니다. 고기를 안 써서 그런가 시판 마요네즈를 안 써서 그런가 하며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소스를 더 바르고 치즈도 더했습니다. 그래도 뭔가 아, 맛있다 하고 스스로 납득하지 못했습니다.

    하루는 영감이 샌드위치 테스트용으로 부탁한 빵이 못 나오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넣어야 할 재료를 빠뜨렸다고요. 샌드위치 만들 준비는 다 되어있는데 빵이 없으니 허탈했지요. 그래서 대신 다른 빵으로 하나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마침 빵 매대에 갓 구운 시골빵(바게트)이 있기에 하나 집었습니다. 만들려 하는 샌드위치용으로 썩 적절한 것 같진 않았지만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죠. 빵칼을 들고 가운데를 길게 잘랐습니다. 이때 다 자르지 않고 끝이 붙어있게 놔두면 자른 부분을 열었을 때 책처럼 옆으로 펼쳐집니다. 그 안에 샌드위치 속을 차곡차곡 쌓아 올립니다. 다시 빵을 덮으니 소스와 당근이 삐죽삐죽 튀어나왔지만 원래 시골빵 생긴 모습 그대로 돌아갔지요. 2등분으로 잘라 하나를 꽉 잡고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놀랍게도 빵만 달라졌지 똑같은 재료들인데 이번에는 2% 부족한 게 아니라 20% 과하다고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소스를 줄이고, 치즈를 빼고 다시 먹었더니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이제까지 재료와 빵의 조합이 맞지 않았나 봅니다. 후무스와 당근라페가 너무 맛있어서 이것들을 한꺼번에 넣어 간편하고 든든하게 드실 수 있는 음식을 만들고 싶었는데 포카치아를 사용하면서 재료들의 맛이 포카치아의 풍부한 맛에 가려져버렸습니다. 팔라펠 샌드위치(병아리콩 튀김인 팔라펠과 후무스, 생야채가 들어가는 중동의 샌드위치)가 피타 브레드(주머니처럼 펼쳐서 음식을 담을 수 있게 만든 빵)처럼 가볍고 담백한 빵을 사용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죠.

    포카치아로 오랜 시간 준비했기에 포기하려니 아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중요한 건 맛있고 든든한 식사를 만드는 거니까요. 후무스와 당근샐러드에 맞는 새로운 빵을 만들려고 합니다. 콩으로 만든 후무스가 얼마나 매력적이고 영양가 많은 음식인지 소개하고 싶어요. 새콤한 당근샐러드가 들어있어 아이들도 잘 먹으니 매운맛은 빼고 만들게요.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거의 다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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