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함께 걷는 세상
아이들과 함께 보낸 18편의 글을 쓰고 나자 이 글을 쓰는 목적이 무엇인가 라는 원론적인 의문이 떠 올랐다.
그건 어느 순간부터 내가 이 글의 내용을 자녀교육의 카테고리로 인식하며 의식적으로 글을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게 아닌데 말이다.
그래서, 준비했다. 자녀교육을 위한 전문적 내용으로 나가보자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하게 자라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아이들을 해외로 보내고, 좋은 환경에서 좋은 교육을 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지만, 그것보다 더 확실하고 편리하며 행복한 방법이 있다.
엄마가 행복하면 된다.
그것이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말이다.
사실 물질로 행복해지는 것은 항상 그 한계가 있다. 가능하면 정신적인 행복이 더 중요할 것 같기는 하다. 왜냐하면 물질은 새로운 비교 대상의 등장으로 행복의 지속력이 지극히 짧기 때문이다.(물론 내가 물질적으로 행복하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논리가 만들어 진 것일 수도 있다.)
반대로, 정신적인 행복은 비교의 대상이 자기 자신이기에 끊임없이 행복을 얻을 수가 있다.
그러면, 정말 엄마만 행복하면 다 되는 것일까? 아빠의 행복은 어찌 되든 상관이 없을까?
상관없다.
엄마만 행복하면 된다.
만약 당신의 아내가 아직 엄마가 아니라면, 당신은 아내를 행복하게 해야 하겠지만, 만약 당신의 아내가 이미 엄마가 되었다면 오로지 엄마의 행복에만 신경을 쓰면 된다.
엄마가 행복하면 아내는 행복해진다. 아내가 행복해지면 아내는 끊임없이 남편의 행복에 신경을 쓸 것이고 그러면 남편도 행복해지고, 아이들도 행복하고, 가족이 행복해진다.
아빠가 먼저 행복해지면 안 될까?
안된다.
아빠가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엄마도 그런 생각을 하게 되고, 아이들도 똑같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은 무조건 엄마의 행복이 가장 중요하다.
그것은,
나는 지금 아빠이고, 남편이기 때문에.
무조건 엄마가 행복해져야 하지, 아빠가 행복해지면 안 된다는 것이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이 엄마나 아내라면, 뭐... 또 말이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어떤 아빠가 하소연 하듯 털어놓은 자녀교육에 대한 글을 읽었다.
다른 여러 이야기 중에 한 가지 말이 머릿속에 오랫동안 남았다.
"아이들이 엄마만 좋아해요."
사실, 내가 생각하기에 아이들이 엄마만 좋아하는 것은 이유가 있다.
그것은 좋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엄마에게 의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아빠보다는 엄마와 함께 보내게 되고, 자신의 보호자가 엄마라고 생각하기에 엄마에 비해 아빠는 어느 정도 거리가 느껴지게 된다.
하지만, 거기에 섭섭함을 느낄 필요가 없다.
아이들의 그런 습성이 어떻게 보면 자녀교육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한 자녀를 만들기 위해, 엄마를 이용(?)하면 된다.
엄마를 무조건 행복하게 만들어 주면, 엄마는 자신의 행복을 자녀에게 그대로 전달한다.
엄마가 행복한 것은, 돈이 많아서 일 수도 있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서 일수도 있으며, 남편에게 많은 사랑을 받아서 일 수도 있다. 무엇이 되었든 엄마는 삶에 대한 불만보다는 자신을 사랑하고, 자기의 삶에 희망과 의욕이 충만하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말을 할 것이다.
아이가 엄마만 좋아한다고, 이제부터 아빠만 좋아해!라고 할 필요도 없으며, 엄마 좋아하는 거 아빠에게 조금만 나눠줘.라고 애원할 필요도 없다.
행복한 엄마는 자녀를 앉혀두고 자신을 행복하게 해주는 아빠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 할 것이고, 자신이 행복한 이유를 들려줄 것이다.
왜냐하면, 너무 행복하기 때문이다. 자녀가 딸이라면 그런 아빠를 만나 엄마처럼 행복해지기를 바랄 것이고, 자녀가 아들이라면 그런 아빠를 닮아 자신의 아내를 행복하게 해 주려 할 것이다.
행복은 여유이며, 여유는 우리가 그토록 가지고 싶어 하는 행복의 기본 조건이다.
여유를 가지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번다.
그러나,
여유를 가지려는 본래의 목적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쉽게 망각해버리고, 오로지 여유 자체가 목적이 되어 행복을 포기하고서라도 여유를 가지려 하지만, 그렇게 만들어진 여유를 채우는 것은 나와 가족의 행복이 아니라 목적을 상실해버린 후회와 허탈감이 될 것이다.
아빠를 희생하고, 엄마의 희생을 원하며, 자식의 희생을 바라며 만든 여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무얼 위해서 이렇게 힘들어하는지 허탈해지며 행복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아이가 행복해지고 여유로운 삶을 가지길 원한다면, 아내를, 엄마를 행복하게 해 보자.
한 시간 더 일해서 십만 원을 더 벌기보다는 그 한 시간을 이용해서 아내를 웃게 하고 엄마를 행복하게 해 보자.
믿기 힘들다면, 자기의 인생에서 한 달이라는 시간만 빌려서 아이의 엄마를 행복하게 해 보라. 10년도 아니고, 1년도 아닌, 단 한 달 만이라도 시도를 해 본다면 아마도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사실, 내가 직접 경험을 해 봤으니 보증을 하겠다. 라는 말을 하지는 못한다.
나의 아내가 이 글을 읽고 '웃기고 있네'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글로 자녀교육이라는 아주 전문적(?)인 카테고리는 끝. 이제부터는 원래의 목적대로 내 기억을 더듬어 아이들과의 추억을 남기는 데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