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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졔졔 Jan 13. 2019

생태계의 동맹, 맹그로브 숲의 아름다운 비밀

생태계는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눈에 담기는 세상이 너무나 벅차서. 그게 세상의 전부일 것만 같은 생각이 들던 때가 있었다. 미크로네시아의 축(Chuuk) 주는 나에게 그렇게 남아있다


자연을 파괴하고 새로운 무언가를 세우거나 만드는 일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그리 놀랄만한 소식은 아니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흔하게 시행해왔고, 그동안 그랬던 것처럼 시행하고 있는 것일 뿐이니까. 이러한 시도가 새로운 문명의 시작점이자 혁신으로 추앙받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어느 생물이 사는 지역을 개발했더니 생태계가 무너지거나 오염되는 현상이  자연이 주는 가치, 공존의 필요성을 알리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생태계의 동맹, 맹그로브 숲의 아름다운 비밀

생태계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은 아주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어느 생물이 사는 지역을 개발했더니 생태계가 무너졌다니 오염되었다니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 긴밀한 생존의 역사를 잠시나마 엿보려고 한다.

 맹그로브와 잘피는 산호초가 살아갈 수 있게 깨끗하고 투명한 바다를 만들어 주는 고마운 식물들이다. 미크로네시아의 아름다움을 책임지는 대표적인 생물로 꼽을 수 있다. 우리에게는 생소한 맹그로브는 열대와 아열대의 갯벌이나 하구에서 자라는 목본식물로, 해일이나 홍수 피해를 막아주어 천연 방파제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잘피는 바다에 사는 해조류로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엄연히 다른 바다풀이다. 바다 식물 가운데 유일하게 뿌리로 영양을 흡수하고 햇볕을 받아 꽃을 피우는 현화식물로, 해양생물의 산란 및 보육장 구실을 한다. 


맹그로브 숲

 우리는 산호섬을 비밀을 맹그로브와 잘피에서 찾을 수 있었다. 맹그로브가 육지에서 내려오는 흙탕물과 오염물질을 1차적으로 거르고 나면 2차로 잘피가 걸러주어 산호초가 서식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 (열대지역은 잦은 소나기로 인해 육지의 흙탕물이 바다로 들어가기 쉽기 때문에 이 과정은 매우 중요하다!) 게다가 맹그로브 숲은 유기물이 많기 때문에 쓰레기가 좀 더 빨리 분해된다. 이 모든 작용들이 모여 미크로네시아 산호섬의 아주 긴밀한 생태계를 지키고 있었다.

 내가 기대했던 활동 중 하나가 맹그로브 숲 탐사였기 때문에 매우 들떠 있었다. 잎은 얼마나 짤지, 씨앗을 떨어트리면 정말 땅에 박힐지, 육상생물과 해양생물이 같이 사는지 등 궁금했던 것이 너무 많았는데 꼭 확인해봐야겠다고 다짐하며 배에 올랐다. 


뿌리의 단면은 촉촉한 스펀지 같다

 맹그로브 숲에 가자마자 첫 번째로 한 행동은 나뭇잎을 따서 맛을 보는 것이었다. 바다의 짠 소금기를 잎으로 내보내기 때문에 짜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직접 먹어보니 감회가 새로웠다. 지식을 입으로 습득하는 느낌이었달까. 소금기를 얼마나 머금고 있나 궁금해서 여러 번 핥아보았는데, 처음만큼은 아니지만 핥을 때마다 계속 짠맛이 느껴져서 내가 지쳐서 버렸다. 박사님들과 탐사를 하며 새롭게 배우게 된 사실은 뿌리가 줄기에서 나온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뿌리가 저렇게 내려지는 걸까 신기했었는데 그런 비밀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아직 땅에 닿지 않은, 줄기에서 나온 뿌리 끝 지점을 보면 점 같은 것이 보이는데 뿌리가 자라는 지점이라고 하셨다. 나무의 뿌리는 단단할 것이라는 내 예상과는 달리 줄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뿌리는 단단하지 않았다. 잘라서 단면을 보니 희고 촉촉해 보였다. 만져보니 부드럽게 푹푹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촉촉한 스펀지 같았다.     


어린 맹그로브의 줄기(왼) / 맹그로브 씨앗을 심는 중(오)

  맹그로브 하면 빼놓고 보면 안 되는 게 씨앗이다. 씨앗은 떨어지면 물 위에 뜨지 않고 땅에 박힐 수 있도록 잘 진화되어 있었다. 씨앗은 포도알만 한 크기인데 씨앗 아래에 기다란 막대가 꽂혀 있다. 떨어지면 땅에 콕 박힐 수 있게 말이다. 나는 씨앗을 수직으로 떨어트리며 땅에 박히게 하려고 애를 썼지만 내 어설픈 실력으로는 바닷물을 뚫고 땅에 심을 수 없었다. 결국 내 몸을 푹 담가 씨앗을 심어주고 왔다. 무럭무럭 자라서 더 견고한 맹그로브 숲을 이루길!     


 배운 대로 맹그로브 숲 가까이에는 잘피가 살고 있었다. 우리는 잘피밭에서 어망을 이용해  낚시를 했다. 이 곳에는 생물들이 많이 살기 때문에 어망 한번 치면 물고기가 가득 들려 올라올 줄 알았다. 속으로 ‘너무 많이 잡으면 처치하기 곤란하니까 적당히 잡고 놔줘야지~’하고 생각했었는데 허무했다. 박사님 말씀대로 어망으로 물고기를 몰려고 첨벙거렸는데 우리의 의도와 달리 물고기를 다 쫓아내고 말았다. 첫 번째는 애꿎은 잘피와 해조류, 엄청 작은 물고기만 잔뜩 잡혔고 두세 번째는 그래도 물고기가 좀 잡혔다. 이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물고기는 복어였는데 우리가 잡자 볼을 부푸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복어가 몸을 부풀 때 솟는 가시는 따가울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고무가시 같았고, 너무 귀여운 모습 때문에 우리에게 오랫동안 관찰의 대상이 되어야 했다.        


 바닷물에서 자라는 나무, 육상생물과 해상생물이 모두 살아가는 삶의 터전, 얽혀있는 뿌리와 짠 잎, 포도알에 가지를 꽂아 놓은 듯한 독특한 씨앗까지 어느 하나 평범함 구석이 없는 맹그로브 숲. 이처럼 맹그로브 숲은 언제나 생물들의 터전이 되어왔고, 물고기의 산란장소이자 생명의 근원, 다른 생물들이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태풍이나 홍수피해를 막아주는 방패 역할까지 묵묵하게 수행해왔다. 이처럼 생물들 간의 보이지 않은 동맹은 견고하고, 견고하고, 견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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