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싹 UX Researcher의 직업 일지!
올해 3월부터 6월까지 오픈서베이에서 열린 UX 리서치 커뮤니티 활동을 했어요.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만났고, 또 좋은 이야기들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3개월 간의 시간, 6회의 만남 동안 여러가지로 각성제 같은 존재였는데 끝난다니 많이 아쉬워요. UX 리서치 커뮤니티는 단순히 UX 리서치에 대해서 배우는 곳이라기보단 각 주제별로 커뮤니티의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해보는 곳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어요. 커뮤니티라는 이름에 맞는 활동들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서 커뮤니티가 끝난 지금, 더 아쉬움을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사실 오픈서베이는 이전부터 트렌드 리포트로 익히 알고 있던 회사였는데요. 처음 오픈서베이의 트렌드 리포트를 봤을 때 나름 충격을 받았어요. 왜냐면 이렇게 그래프도 많고 숫자도 많은데 이렇게 읽기가 쉽다니! 했기 때문이에요. 아직 실무에 돌입하기 전에도 이런 보고서는 정말 만들기 어렵겠지 싶었는데, 현재는 그 놀라움을 더 깊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눈에 딱 들어오는 보고서 만들기 정말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연차가 쌓일수록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했지만, 이런 오픈서베이에서 UX 리서치 커뮤니티를 연다고 해서 고민도 없이 냉큼 신청했어요.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싶어 조마조마하게 마음 졸이고 있었는데 합격이어서 행복했네요. 이런 저의 기분을 안은 채로, 첫 시작부터 기쁜 마음으로 시작했던 UX 리서치 커뮤니티 후기를 천천히 작성해볼게요.
오픈서베이에서 진행하던 오픈클래스를 너무 재밌게 듣고 있었어요. 그러다보니 트렌드 리포트 정기 수신동의도 하고, 광고성 메일도 늘 받고 있었는데요. 그 중 3월 초에 UX 리서치 커뮤니티 1기를 시작하겠다는 메일이 날아왔더라고요. 사실 그때 심적으로 많이 지쳤던 상태라 별다른 생각 없이 눌러봤는데요. 안에 있는 모집 공고 내용이 절 너무 홀리게 했답니다. 시니어 없이 소규모로 팀 내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는 주니어 UX 리서처를 환영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제가 심적으로 힘들었던 상황이 바로 저 이유 때문이었거든요.
다른 글에도 익히 적었던 것처럼, 저는 사수 없이 혼자 리서처로 일을 해왔습니다. 주변 사람들은 잔소리하는 사람 없어서 좋지 뭐~ 했지만 제 마음을 그렇지 않았어요. 제가 잘하고 있는지, 부족한 건 뭔지, 어떤 능력을 더 키우면 좋을지, 어디에 더 주의를 집중해야 하는지 등 고민스러운 게 너무 많았기 때문이에요. 물론 좋은 팀장님 아래에서 일을 해서 기쁜 점도 많았지만요. 저는 실무에서의 저를 더 성장시키고 싶었어요. 대체 어디로 가서 배울 수 있지? 아니면 이야기라도 해볼 수 있을까? 같은 생각을 늘 스트레스처럼 달고 살았습니다.
주변의 UX 리서치 교육은 거의 다 들었고, 오픈카톡방을 이용한 커뮤니티에서도 조용히 눈팅을 해봤지만 원하는 내용을 얻기는 어려웠어요. 리서치라는 게 워낙 그 회사의 대외비를 다루는 내용들이라 더 그랬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일해서 계속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이 컸어요. 어느 주니어들이나 하는 고민들인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 인생의 기로에 선 상태였습니다.
그런 제 앞에 이렇게 나타난 단비 같은 커뮤니티라니. 당장 신청해야지!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중간에 뭘 해야하는지, 얼마나 시간을 할애해야 하는지 등을 상세하게 적어둔 페이지가 있었는데 제대로 못 봤을 정도로요. 그냥 뭐든 해보자. 그것도 열심히 해보자! 가 저의 결론이었어요.
리서치 프로그램은 3개월 동안 2주 간격으로 점심시간에 모였어요. 그 주의 주제에 대해서 진행자님이 공지를 해주시면 궁금한 사항을 미리 피드백으로 제출하고, 그 제출한 질문들에 대해서 오픈서베이의 시니어 리서처분들이 답을 해주시는 방식이었어요.
예를 들면, 그 주의 주제가 ‘리쿠르팅 어떻게 해야할까?’ 라면 리쿠르팅을 하면서 평소 겪었던 문제나 궁금증에 대해서 적어서 보내고, 그 질문들을 모아 Zoom에서 같이 모여 이야기를 했습니다. 시간은 점심시간을 이용한 게 반, 중간에 모이는 시간을 바꿔 목요일 저녁 7시를 이용한 게 반입니다. 점심을 먹으면서 듣거나 회사에서 팀장님 눈치(?)를 봐가면서 들었던 기억이 나요. 공부한다고 하면 될 것을 민망했던 저….
커뮤니티라는 이름에 맞게 대화하다 나온 물음을 실시간으로 Zoom 채팅으로 할 수 있다는 것도 아주 좋았어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해주셔서 허겁지겁 받아 적느라 바빴지만, 다른 분들의 날카로운 질문들이 아주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저만 이런 생각을 하나? 라는 자괴감이 있었는데 질문이 하나 둘 올라오고 저만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게 아니라는 걸 느껴서 너무 기뻤어요. 저만 여기서 헤매는 게 아니구나! 그런 생각이 드니까 마음이 좀 놓였다고 해야할까요? 저의 심신 안정제 같은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사실 중간에 이렇게 괜찮은 내용을 공짜로 들어도 되나 하고 고민하기도 했어요.
저렇게 리서치의 시작부터 끝까지, A부터 Z까지 짚어보니 6번의 만남 시간이 훌쩍 지나가버렸어요. 아직 덜 배운 거 같은데 끝난다니 너무너무 아쉬웠습니다. 그 아쉬움을 어떻게 달랠까 했는데 커뮤니티에 오프라인 모임 소식이 나왔어요. 꼭 얼굴 한 번 뵙고 싶었는데 기쁘게 참여에 표시를 하고 바로 금요일에 다녀왔답니다. 맛있는 피자도 준비해주시고(다른 소리지만 이 피자 정말 맛있었어요… 대체 어디서 온 피자일까요?) 음료와 맥주들도 함께 했습니다. 원격으로 만나던 분들을 새롭게 만나 서로 고민도 나누고 조언도 듣는 좋은 시간이었어요. 낯을 엄청 가리는 편이라 뚝딱거려서 너무 죄송했는데, 자연스럽게 받아 주셔서 행복하게 시간 보낼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는 리서치의 정수 같은 꿀팁들을 만나볼 수 있었어요. 사실 원격으로 만나는 것보다는 직접 얼굴보고 할 때 더 솔직한 질문들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어디 기록되는 것도 아니고, 방송되는 것도 아니다 보니 마음에 있던 질문들을 술술 할 수 있었네요.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셨는지 좀 더 편안하게 말씀해주신 것 같았어요. 3개월동안의 프로그램 참여에서도 많이 배웠지만, 이 오프라인 모임에서도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이 배웠습니다. 와 오길 너무너무 잘했다 싶을 정도로요. 혹시 이후에 참가하실 리서처 분들이 있으시다면 이 오프라인 모임이 생기면 꼭 참여해보세요. 사무실 구경도 하고, 진짜 재밌었어요. 또 3개월 동안의 활동만큼 3시간 동안 압축해서 리서치에 대해서 배울 수 있었고요. (최고였습니다…)
즐거운 오프라인 모임을 마치고 갈 때 오픈서베이 굿즈도 선물로 받았어요. 초대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행복했는데 이렇게 선물까지 주셔서 너무 감동했습니다. 사실 배운 걸 생각하면 제가 뭘 챙겨갔어야 했던 건데도요. 아, 그리고 오픈서베이 트렌드 리포트 문서만큼이나 사무실이 예쁘더라구요. 엄청 깔끔하고 편안한 카페 같았어요.
질문 내용이나 대화했던 이야기들은 전부 오픈서베이의 #UXR퀵상담소에서 확인해볼 수 있어요. 저보다 내용을 훨씬 더 잘 정리해주셔서 해당 내용은 여기서 확인하시는 게 좋아보입니다. 대신 저는 저 글들에서 담기지 않는 생생한 후기를 작성해볼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리서치 커뮤니티 활동에 단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신청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만 드는 매주였어요. UX 리서치에 대한 내용, 특히 정성조사에 대한 내용은 어느 교육이나 책이나 늘 제너럴 했거든요. 책이나 아티클을 읽어가며 늘 심화과정은 없을까? 하고 고민했던 저에게는 너무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프라인 모임에서 짧게 말했지만, 제가 들었던 교육들 중 손에 꼽을 만큼 좋았어요. 물론 회사에 다니면서 커뮤니티 활동을 한다는 게 그렇게 쉽지는 않았지만요. 좀 힘든 경우도 많았습니다. (아무래도 점심시간에 공부를 해야하다보니…)
저는 여태까지 정성조사는 늘 그냥 의견으로 보일 수 있으니까, 정성조사만으로는 사람을 설득시키긴 어려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일해왔습니다. 하지만 저의 생각을 완전히 뒤집어 준 세션들 아니었나 싶어요. 정량조사를 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신뢰성을 가지게 될 수 있다고? 싶은 내용들의 향연이었습니다. 사실 리서처로 일하다보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와중에 다른 사람들이, 그것도 일 잘 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제 마음가짐을 많이 바꿔준 세션이었어요.
또, 보고서의 기본에 대해서 알 수 있었습니다. 사실 리서처가 했던 모든 일들은 보고서 한 장에 축약되잖아요. 그러다보니 내가 어떻게 사전 조사를 했고, 데스크 리서치를 이만큼이나 했고, 사람들은 어떻게 나눴고, 어떤 질문을 했고, 또 어떤 문제들이 보였고 등등… 저는 담고 싶은 게 너무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이 읽는 사람을 배려하지는 않는다는 걸 또 알게 되었어요. 제가 일을 이만큼이나 한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읽는 사람이 이 리서치의 핵심을 쉽고 빠르게 이해하는 게 좋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당연한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저는 이걸 알아차리기가 참 어려웠었네요.
아쉬웠던 점은 상세한 내용을 묻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제가 당당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아무래도 낯을 가리다보니 더 물어볼 수 있는 걸 못 물어봤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제가 먼저 말의 물꼬를 틀고 이것저것 챙겨볼 수 있었더라면 더 좋은 경험이 되었겠죠? 이놈의 낯가림은 언제 없어지는 걸까요 흑흑. 하지만 정말로 후회는 없습니다. 좋은 분들도 많이 만났으니까요.
어쩌다보니 커뮤니티를 홍보하는 게 되어버렸는데, 그게 맞는 것 같아요. UX 리서치에 관심이 있거나, 사수 없이 일하는 분들은 다음 기수에 꼭 신청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너무 즐거운 시간들이었어서 글을 안 남길 수가 없었습니다!
주말 내내 행복하게 곱씹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