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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뽀로리 Oct 08. 2022

UX리서치 보상지급의 험난한 여정

새싹 UX Researcher의 직업 일지!






혹시 참가 보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셨나요?


리서치를 진행하면 참 많은 예상치 못한 준비사항을 마주치게 된다. 참가 안내서, 연락처 리스트, 개인정보 보관 시트, 문자 안내 양식 등등…. ‘질문지를 만들고 인터뷰를 진행한 뒤 분석을 하고 보고서를 만든다’ 라는 전반적인 리서치 진행 사이사이에 왜 그렇게 많은 준비거리들이 있는지. 실제로 진행을 하다 보면 아니, 이런 것도 챙겨야 했단 말이야? 라고 느끼는 것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 중 시간 제한이 있어 나를 당황하게 했던 활동이 하나 있다. 바로 보상지급이다. “저희 이번에 참가자들에게 5만원 정도 지급하려고 해요. 2주안에 지급하기로 했으니까 이번 주 내로 입금 좀 해주시겠어요?” 라는 말로 해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재무팀의 입장에서 이러한 요구는 참 갑작스럽고 뜬금없을 것이다. 특히나 비 사업자가 대부분인 인터뷰 참가자들에게 지급을 처음 하는 회사라면 더욱 그렇다. 물론 이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는 건, 나의 회사가 그랬다는 의미일테다.


업무에는 많은 협의가 필요한 게 자명하다. 하지만 보상지급은 그 금액이 회사 입장에서는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융통성있게 넘어갈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보상지급 역시 타팀과의 협의가 필요한 분야다. 마음을 놓고 있다가 2주 내로 지급하겠다는 보상 공지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이전 회사에서는 손쉽게 지급했는데, 다른 회사에서는 또 프로세스가 복잡해 당황할 수도 있다. 재직중인 회사는 이런 부분에서 원칙을 지키는 편에 속해서, 꽤 많은 조정이 필요했다. 그게 이 글을 쓰고 있는 이유다.








그래서 얼마나 줘야 하나요?


“인터뷰가 1시간을 꽉 채워서 진행됐네. 이 정도는 5만원은 줘야 할 것 같아. 계좌번호를 미리 받아 놨으니 지급해달라고 해야지.“ 이것이 첫 보상지급을 할 때 들었던 나의 생각이다. 보상지급 프로세스에 대한 멘탈모델이 상세하지 않았던 것이다. 첫 회사의 부끄러운 기억을 꺼내보자면, 재무팀에 참가자 계좌번호를 넘기고 보상을 진행해달라는 요청을 넣었다. 나름의 이유는 있었다. 다른 경우의 지급은 사업자 등록증을 제출하면 바로 이체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건 사업자와 세금도 다르고, 지급 방식도 다르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이 요청을 받은 재무팀의 회신을 아직도 기억한다. 뽀로리님! 얼마나, 어떻게 줄지 협의를 하셨나요?



당당했던 과거의 나. 완전 신입 때의 일이다.



재무팀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참 날벼락 같은 일이었다. 어떤 경우에 지급을 하는지, 또 그 지급 기준이 합당한지가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기존에 이런 방식의 지급을 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지급 체계가 생겨야 하기 때문에 내부 공유까지 필요하다. 때문에 보상 기준을 정하고, 이 기준이 얼마나 합당한지를 증명해야 했다. 이럴 때는 벤치마킹이 참 좋았다. 타 회사에서는 어떻게 어느 정도로 지급하고 있는지 조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회사마다 각자 다른 보상 체계를 가지고 있네요.


명확하게 모두가 이렇게 합니다 라는 결론은 낼 수 없었으나, 경향성은 확인할 수 있었다. 대체로 앱 포인트로 지급하고 있었고, 지급 금액은 대외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리서치 채널이나 스크리너 설문 내에 안내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또, 인터뷰 참가자 모집을 위해 자사 서비스 외에 다양한 플랫폼을 사용 중이라는 것도 덤으로 알게 되었다. 자사 서비스에 공고를 할 생각만 했던 내게 나름의 배움이 있었다. 일석이조 아닌가!


 

이런 공고문을 수도없이 봤다. 읽으면서 배우는 게 많았다.



자료를 토대로 보상체계에서는 진행 시간에 따라 보상 차등을 주기로 결정했다. 대체로 1시간 내외의 참여에는 3~5만원 상당의 보상을 지급하고 있었으므로 해당 기준보다 조금 높은 정도로 잡았다. 대면인지, 비대면인지, 설문조사인지, 다이어리 리서치를 포함하는지, 사용자의 수준(전문가 급인지)은 어떤지 등에 따라서도 전부 지급을 달리 했다. 대충 평균 금액정도 주면 되지 않을까 싶었지만 너무 섭섭한 보상이면 참가자가 적고, 또 너무 많이 줄 수도 없었기 때문에 결정한 일이었다. 특히나 재직 중인 회사는 기본적으로 매우 바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이 정도면 와서 해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해서 내건 보상 정도로는 크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았다. 여기서도 미세팁이라면 미세팁이 있다. 리서치 참가자가 어느 정도의 보상에 참여 결정을 하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기준은 내가 아니어야 한다.


동기부여가 될 만큼 충분히 높고, 회사가 부담스러울 만큼도 되지 않는 이 중간 기준을 찾았다면 재무팀과의 협의를 진행하면 된다. 일 년에 어느 정도의 리서치가 진행될 것인지, 대략적으로 어느 정도의 예산이 들어갈 것인지도 함께 이야기 해두면 좋다. 굳이 물어보지 않는 회사들도 많겠지만, 팀에서 사용할 예산을 예측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특히나 연말에 팀 내 예산을 결정해서 할당해주는 회사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어떻게 줘야하나요?


앱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드려요! 정도로 해결되는 지급방식이 베스트인 것 같다. 사용자의 아이디만 알면 되지 않는가. 하지만 불행하게도 앱이 아닌 웹 서비스를 제공 중이고, 서비스 내에 포인트 개념이 없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포인트를 제공하는 것과 실제 계좌에 입금을 하는 건 차이가 크다. 굉장히 다양한 문제를 이유로, 전 회사에서는 현금지급을 아예 하질 않았다. 지류 상품권을 대신 지급하기를 바랐다. 우편비가 또 나가지 않나요? 라고 물었을 때, 전 회사의 재무팀 담당자분이 매우 지친 얼굴로 답했던 걸 기억한다. 차라리 우편비 내는 게 뽀로리님께도 나으실걸요. 내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일들이 백 오피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지류 상품권은 계좌입금보다 유인가가 크지 않았다. 현 회사에서도 지류 상품권을 통한 보상지급을 우선적으로 권했으나, 그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


때문에 팀에서는 입금을 원칙으로 했다. 현금지급을 하는 경우 계좌를 알아야 하고, 계좌를 내부 세무 시스템에 등록하려면 민감한 개인정보가 필요해졌다. 이전 글에도 잠깐 언급한 적이 있는데, 개인정보를 받고 보관하기 위해서는 또 개인정보보호팀과의 깊은 대화가 필요하다. 어떻게 관리를 할지, 누가 관리를 할지를 확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리서치 참가 안내서에 해당 내용을 명확하게 명시해야 했다. 혹시나 읽지 않을까 염려되어 스크리너 항목에 제출 서류를 알고 있는지 다시 한번 체크했다. 이 밖에도 현금지급이 5만원을 넘기는 경우 세금을 내야한다. 때문에 지급금액이 세전인지, 세후인지 제대로 확정해야 했다. 이는 재무팀과의 협의를 할 때도 마찬가지다. 3.3% 세금만 제외되겠지 라고 생각했던 나의 과거를 반성해야 할 때다.


이와 관련하여 미세팁을 하나 더 남기자면, 지급 프로세스는 최대한 간단하게 해둬야 한다. 사내 규정이 그렇지 않다고 한다면, 그래도 줄여달라고 요청이라도 해두는 게 좋다. 결재를 올려야 하는 과정이 있다면, 2주 안에 보상지급이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번 리서치를 진행 할 때마다 승인되지 않는 결재창을 보며 마음으로 눈물을 흘리는 수가 있다. 대체 보상지급은 언제 되나요? 라는 메일을 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그러니 미리미리 대처하는 게 좋겠다. 물론 이 역시 경험담이다. 미숙한 내가 현재의 나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물론 미숙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말이다.


오늘은 보상지급의 여정에 대해서 글을 작성했다. 실수가 많았던 과거(위 글은 최소 3년 전의 이야기다.)를 오픈하기가 좀 부끄러웠다. 하지만 나의 과거의 실수가 혹시라도 이 글을 보고 있을 새싹 리서처분들에게 도움이 된다면 만족한다. 또한, 나의 바보 같은 실수들을 사전차단 할 수 있는 멋진 아이디어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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