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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재 Dec 31. 2020

2020년 회고

코로나가 심했지만 지금처럼 심하지는 않았던 한여름,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고 사주를 보러 갔다. 어차피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기도 그렇다고 혼자 끌어안기도 힘이  들어, 마음을 한 쪽으로 굳혀줄 무언가를 원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때부터 사주를 보던 철학관인데, 그곳 선생님은 올해의 내 신수를 일컬어 '강 건너편에 나룻배는 보이는데, 사공이 오지 않아 애가 타는 마음'이라고 하셨다. 자세한 풀이는 하지 않겠으나 그때도, 지금도 꽤 공감이 가는 풀이다.


대단한 진일보나 큰 변화가 있던 한 해는 아니었으나 조금은 답답하고 지루한 날들 속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을 보다 선명하게 찾을 수 있던 한 해였다. 태어나 처음 겪어본 힘든 사건에 혼란과 고통을 느끼기도 했고, 그런 와중에 누군가에게 의지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다행히 상반기에서 하반기로 갈 수록 마음의 중심이 바로 섰고, 4분기는 모닝 루틴을 실천하고 일상을 보다 단순하고 조용하게 정돈함으로써 어느 때보다 단정하고 단단한 몸과 마음으로 살 수 있었다.


12월의 끝자락에서 올 한 해를 돌이켜보며, 나 자신에게 '애썼다'는 말과 따뜻한 포옹을 건네고 싶다. 충분한 시간을 갖고 나 자신을 어루만져준 뒤에, 내 곁에 있는 이들에게도 그 온기와 에너지를 차례로 건네고 싶다. 그런 연말이다.




1. 팀을 떠나 다른 팀으로


3월 말, 두 번째 직장이었던 트레바리를 떠나 4월 초 샌드박스 네트워크로 이직을 했다. 핵심 서비스(라고 부르겠다)의 성격, 조직문화, 팀 규모 등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처음에는 적응을 하는 데에 집중했고, 1차적인 온보딩이 끝나고선 몫을 해내며 새로운 조직이 어떻게 흘러가는 곳인지 관찰하기 위해 애썼다. 그 과정에서 팀원들과 합을 맞추었고, 숱한 식사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일하는 이 팀에 대해 토론하고 알아갔다.


퇴사를 할 때 여러 사람들과 깊이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듣고 나서 유독 마음을 흔들었던 말이 있다. "이곳은 선재님의 직관에 대한 신뢰를 해주는 리더가 있는 곳이지 않나. 새로운 곳에서 이런 정도의 신뢰를 얻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이다." 돌이켜 보면 정말로, 과분한 기회나 과감한 시도들을 많이도 허락해주었던 고마운 곳이었다. 몸담을 때는 오히려 몰랐던 고맙고 미안한 것들을, 떠나 오고서 오히려 많이 느끼고 깨달았다. 동시에 그곳에서의 나를 돌아보다가 어느 순간 부끄러움에 깜짝 깜짝 놀라, 옛 동료에게 미안했다는 문자를 보내기도 하고, 그런 문자조차도 이기심이다 싶어 일기장에 '잊지 말아야 할 것'에 대해 조용히 적기만 한 날도 있었다. 가장 감사한 것은, 팀을 떠나오고도 여전히 옛 동료들과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다는 사실. 새로운 페이지로 넘어온 것 뿐, 저문 것이 아니므로. 그렇게 나는 그들의 옛 동료이자 현 친구로, 때로는 그냥 '구 크루'로. 음악 추천이나 안부 인사부터 하릴 없는 농담, 하소연까지. 관계에서 내가 '이 팀'에 있고 너는 '저 팀'에 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그냥 우리는 우리이고 어디에 있든 서로는 서로에게 소중한 이라는 사실을 굳이, 자주, 새삼 상기시켜준 소중한 이들에게 다시 한 번 깊은 고마움을 보낸다.


새로운 팀에 합류한지도 꽉 찬 9개월. 첫 번째는 첫 번째라서, 두 번째는 두 번째라서 가졌던 마음들과는 또다른 '세 번째' 마음을 갖고서 팀에 합류했다. 한 조직에 합류하고, 진정한 의미의 '팀원'으로 환대받기까지 여러 사람들의 배려와 에너지를 받았는데, 이것들을 꼭 기억해두었다가 내게도 기회가 온다면 꼭 이렇게 하리라,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1을 물으면 내가 함께 궁금해할 법한 3, 5, 10을 더해서 답하여 주고. 존중하기 때문에 솔직하고 가감 없이 피드백 하되, 과거의 시행착오로 새로운 아이디어와 시도를 누르지 않으며, 나의 믿음과 개성을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격려하고 도움을 주었다. 내가 나의 페이스를 찾고, 팀이 흐르는 방식에 잘 안착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믿어주었음은 물론이다.


이직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는 이전의 팀과 지금 팀의 차이에 집중하여 주로 비교를 하고 판단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오히려 그 차이 때문에, 그 다름을 경험한 덕분에 예전의 그 상황들을, 지금의 이 상황을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하면 너무 큰 오만일까.


아직은 갈 길이 멀었고, 단순히 몫을 해내는 것을 넘어 팀의 성장에 크게 기여하는 플레이를 하기까지는 훨씬 더 끈질긴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런 노력을 하고 싶게끔 만들어주는 사람들과 일할 수 있어 기쁘다. 회사는 학교가 아니라고 했던가. 회사는 학교는 아니다. 그러나 회사는 어떤 면에서 학교보다 더욱 위대한 공동체 정신을 발휘할 수 있는 커뮤니티이며, 동시에 학교보다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곳이다. 더 큰 실패를 맛볼 수도, 더 큰 성공을 거머쥘 수도 있는 곳이다.


언제까지 직장인일지, 직장 생활을 하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불평불만 투덜이 스머프 보다는 한 번 한 약속을 끝내주게 잘 지키는 사람, 언젠가 기회가 되면 또 한 번 같이 일해보고 싶은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좋지 않겠는가. 그 과정에서 내가 배우고 느끼는 것들은 비단 연봉 인상이나 승진 같은 것들을 넘어, 삶의 선택지를 넓히고 나만의 밭을 일구는 데에 자양분이 되어줄 테니까.



2.내 건강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지 말 것


유독 건강 이슈가 많은 한 해였다. 큰 병에 걸리거나 한 것은 아니었지만, 몸이 보내는 여러 경고 신호들을 마주한 한 해였달까. 내 잘못이 아닌 이슈도 있었고, 명백히 내 잘못이 원인인 문제도 있었다. 하반기에만 조직검사를 두 차례나 권유 받았고, 다행히 결과는 괜찮았지만, 더이상 건강 검진을 하면 깔끔하고도 선명하게 '문제 없음'이라는 결과가 나오던 시절은 지났음을 쓰린 마음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식자우환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꾸준한 면역력 관리와 식습관 개선 등 실생활에서도 내가 노력해야 하는 면들이 있는 만큼 현재 상태를 이해하고, 있을 수 있는 여러 가능성과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정확하게 인지하며, 너무 호들갑을 떨지는 않되 부지런히 추적해나가는 것이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검사를 받고 결과를 기다리다 보면 그러지 말아야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인터넷에 관련 글을 검색해보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세상에 아픈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알게 된다. 젊은데 아픈 사람도 정말 많다. 평소에는 접할 기회도 없던 블로거들의 투병 포스팅을 내리 읽다 보면, 처음에는 분노이던 것이, 비통함이던 것이, 이내 놀라운 인내와 용기로 변하다가, 추이에 따라 서로 다른 갈래로 변하다가, 하는 것들을 내 눈으로 읽을 수 있다. 어떤 책보다도 생생하고, 어떤 유명 작가의 에세이보다도 삶의 냄새가 짙은 글들이다.


코로나도 그렇고, 여러모로 건강 걱정에 거의 '시달린' 한 해를 보내고 나니 새삼스럽게 내가 나의 건강에 얼마나 무책임했는지도 돌아볼 수 있었다. 자극적인 식습관, 과음, 불규칙적인 수면 시간, 턱없이 부족한 운동량. 모두가 나의 건강한 몸과 정신에 해가 되는 것들이었다. 마침 이 시기와 맞물려 미라클 모닝을 접하고 모닝 루틴을 하게 되었고, 해가 뜨기 전 새벽에 호수공원으로 산책을 나가 1시간씩 걷는 것부터 시작했다. 단순히 그 작은 행위를 삶에 끼워넣는 것만으로도, 그 작은 변화에 대한 긍정적 나비효과로 삶의 다른 부분들 역시 긍정적으로 변화하고자 꿈틀거리는 것이 느껴졌고, 운동량을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체계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마이다노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몇 년을 써도 늘 달성률은 50%를 넘지 못했는데, 매일 매일 정해진 미션과 운동들을 다 하고도, 자기 전에는 유튜브로 요가를 더하는 식으로, 운동과 친해지려고 부단히 애쓰고 움직인 시간이었다.


이제는 약속이 없는 저녁에는 브로콜리와 컬리플라워, 당근, 비트, 양배추를 쪄서 만든 야채스프를 먹는 데에 재미가 들렸고. 약간의 허기짐과 편안한 속으로 잠들어, 다음날 아침 뜨거운 보이차 한 잔으로 새벽을 열 때 희열을 느낀다. 모닝 루틴의 [확언 Affirmation] 시간 제일 처음 꼭지로 '건강' 파트를 만들어, 가장 중요한 무게추를 달아두었다. 나날이 만들어나갈 나의 모습과 목표에 대해서도 쓰고, 읽고, 눈에 새기는 시간을 갖고 있다.


내년 한 해는 보다 강하고 유연한 몸, 예민하나 단단한 마음을 갖는 데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쓸 것이다. 건강은 내 삶의 가장 중요한 기반이기에. 내 삶을 돌보기 위한 책임의 첫 단계가, 바로 건강을 챙기는 것이다.



3. 미라클 모닝 & 딥워크 - 집중과 몰입의 기쁨을 회복하기 위하여

이북 리더기를 적극 활용하게 되면서 독서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엄밀히 말하면 이북 리더기는 두 번째 요인이고, 가장 주요한 요인은 모닝 루틴에 '15분 독서'를 끼워넣은 것이다. 하루의 시작에 독서 루틴을 끼워 넣고 딱 15분간 독서를 하면, 그 기세가 남은 하루 내내 이어지는 마법이 시작된다. 틈이 날 때마다, 뭉터기 시간이 생길 때마다 핸드폰 대신 이북 리더기로 손이 가는 것이다. 원래도 책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하도 유튜브와 넷플릭스에 익숙해지다 보니 어느 정도는 '마음을 먹어야' 책으로 손이 가곤 했는데, 이북 리더기를 통해 동시에 여러 책들을 훨씬 편리하게 돌려 볼 수 있게 되고, 아침 루틴에 독서가 포함되면서 독서와 훨씬 친해지는 시간이었다.


처음 모닝 루틴을 시작할 때는 책 <미라클 모닝>에 나온 S-A-V-E-R-S 루틴(Silence - Affirmation - Visualization - Exercise - Reading - Scribing)을 따랐다. 원래 그대로의 것을 따라 체험해본 뒤, 나에게 맞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가리면 되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내가 변형하여, S-T-A-R-S 루틴(Silence - Thanks - Affirmation - Reading - Scribing)을 따른다. 명상을 하고, 감사 수행을 한 뒤, 확언을 쓰고 소리내어 읽은 뒤에 15분 독서와 필사, 일기 쓰기까지 하면 루틴 한 사이클을 돈다. 미라클 모닝이나 모닝 루틴에 대해서는 유튜브나 블로그, 책 등에서 너무도 잘 소개하고 있으므로 굳이 반복하지는 않겠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보이차를 한 잔 끓여마시고 위 모닝 루틴을 마치고 나면 딱 1시간이 흐르는데, 그 후에는 독일어 인강을 듣는다. 남은 1시간 정도는 소설을 쓰기 위해 노력하다가, 7시 30분이 넘어 슬슬 해가 뜰 무렵이 되면 운동화를 신고 새벽 산책을 나선다. 김성우 코치님이 하는 마인드풀러닝 5분 달리기 도움을 얻어 공원 가는 길에 5-6분 달리기를 하고, 공원을 2-3바퀴 돌며 1시간 산책을 하는 식이다.


미라클 모닝이라는 이름이 어딘지 너무 약을 파는 것 같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실제로 경험해본 바, 당장에 기적을 일으키는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이것들이 누적되어 3년, 5년의 시간이 쌓인다면 지금의 내가 기적처럼 그리던 일들이 내 일상에 일어나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하루의 시작을 출근이나 의무감 때문이 아닌, 온전히 내 의지와 열정으로 한다는 것. 나의 내면, 장기적인 목표, 당면한 문제 등에 깊이 있게 집중할 수 있는 뭉치 시간을 하루에 2-3시간씩 마련한다는 것(일주일이면 20시간이다), 확언을 통해 내가 헌신하고 싶은 나의 목표에 대해 그려보며, 그에 가까워지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을 구상하는 것. 꼭 아침일 필요는 없지만, 누구도 깨어있지 않은 시각에 눈을 떠 하루를 시작하면 그날의 '기세'가 달라진다.


모닝 루틴과 병행하여 삶의 양식에 크게 변화를 가져다준 책이 <딥 워크> 그리고 <디지털 미니멀리즘>인데, 두 책을 (뒤늦게) 읽고 칼 뉴포트 박사의 팬이 되어 이제는 팟캐트스까지 열심히 듣고 있다. 현대의 지식노동자들이 빠른 속도로 잃어버리고 있는 집중과 몰입의 능력에 대한 글을 읽다 보면, 비단 일을 할 때 성과를 내기 위한 생산성 뿐 아니라, 글을 쓰고 산책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과 대화를 하며 인생을 사는 모든 순간 순간에 '집중하고 몰입하는' 그 귀하고 값비싼 능력을 우리가 얼마나 헐값에 팔고 있는지 느낄 수 있다. 책을 읽고 SNS를 일체 끊고 스크린 타임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2주 정도 가열차게 했으나, 여행을 다녀오며 루틴이 흔들리는 바람에 다시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고 있다. 새해에는 디지털 미니멀리즘에 나오는 방식대로 다시금 구조조정을 시도해볼 예정이다. 그리하여 내년 한 해를, 깊은 몰입과 집중의 기쁨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만들 것이다.




[올해의 책]

<비커밍> 미셸 오바마

사두기만 하고 읽지 않았던 <비커밍>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시청 이후에 꺼내 읽었다. 한창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의 전기를 읽으며 세상을 바꾼 여성의 이야기에 강하게 심취되어 있던 터라 더욱 감명 깊었는지도. 나는 밟아본 적도 없는 그녀의 고향 이야기에서 어떤 종류의 보편을 읽었으며, 동질감을 느꼈고, 내가 겪었거나 상상해본 삶의 문제들을 미리 혹은 더욱 극대화된 채로 겪은 그의 이야기를 말 그대로 '울고 웃으면서' 읽었다. 다 읽고서는 Audible로 다시 듣고 있는데, 직접 그 글을 낭독하는 미셸의 목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이런 시대에 살고 있어서 너무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이처럼 분화된 현대 사회에도 한 명의 사람이 이토록 많은 이들에게 하나의 아이콘이 되고 깊은 감명과 용기를 주는 것이 벅찰 따름. 게다가 그 방식이 신화화가 아니어서 더욱 좋다. 정계 진출은 절대 안 한다고 했지만 은근히 기다려지기도. 개인적으로는 이 책이 나왔을 무렵, 미셸이 셰릴 샌드버그 <Lean In> 주장을 비판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그 비판에 동의하는가 여부를 떠나, 그런 비판의 목소리가 함께 존재하는 세상에서 셰릴의 메시지도, 미셸의 메시지도 더욱 힘을 얻으리라 생각했다.

<상처 받지 않는 영혼> 마이클 A. 싱어

한 줄 한 줄 필사하면서, 흔들리는 마음을 다잡게 도와준 책. 머릿속 '지껄임'을 off하고, 생각의 노예가 되는 것을 거부하고, 나를 괴롭게 하고 내가 나아가는 데에 방해가 되는 신념이나 습관을 버릴 것. 어떤 생각이 날 잡아먹으려 들 때 그 생각에 먹이를 주지 말아라. 그저 흐르는 구름을 바라보듯, 그 생각이 왔다가 지나가도록 놓아두어라. 왈이네 지언님은 읽고 나서 말투가 너무 고압적이라고 했는데 다시 읽으니 그런 것 같기도.. 그러나 매일 새벽 독서 루틴에서 내가 홀리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나의 중심을 다잡게 도와준 책!


[올해의 어플]

Calm: 수년간 수많은 명상어플 유목민이었던 나를 정착하게 해주었다. Daily Calm으로 명상을 습관이 되게 도와주었고, 시기별로 내가 좀 더 풀어야 할 감정과 문제가 있을 때면 그에 맞는 시리즈를 찾아 들었다. 이제는 'Daily Calm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저는 이명진입니다.'만 들어도 마음이 사르르 풀린다.

 마켓컬리: 말해 뭐해... 감동, 사랑, 빛..


[올해의 소비]

맥북 프로 레티나. 옵션까지 껴서(;;) 구매했다가 2주 내 무조건 반품 서비스를 이용해 반품했다. 맥북의 놀라운 반품 프로세스를 경험할 수 있었음은 물론이고^^ 사기 전에 명확한 필요와 용도를 자문하고, 대답을 조금이라도 우물쭈물하거든 10만원 이상의 결제는 절대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올해의 여행지]

마음의 고향, 목포. 맛도 멋도 살아있는 곳으로 무엇보다 최소장 님이 계신다. 전기난로에 구워먹은 고구마의 맛은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올해의 도전]

달리기. 학창시절부터 난 달리기에는 젬병이고, 달리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을 떨치고 몸에 활력을 불어넣고 싶어 시작한 하루 5분 달리기가 매일 아침 큰 도전이자, 성취였다. 성우 코치님이 코호흡만으로 달리기 편한 속도로 달리라고 하시는데 그게 참 어렵다. 5분을 내리 쉬지 않고 달리기도 어려운 나는, 사람들이 어떻게 30분, 1시간씩 달리는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이렇게 달리다 보면 반드시 늘고, 더 편해질 것이라고 하셨으니 믿고 달려본다. 내일도 달릴 거다!


[올해의 유튜버]

돌돌콩!!! 사랑해요 돌돌콩!!! 조금 변태 같지만 돌돌콩 님 유학 초기 시절부터 포스팅한 블로그 글도 모조리 다 읽었다. 돌돌콩 님과 만두씨를 보며 저런 환상의 파트너, 짝짝꿍이 있다면 일도 사랑도 삶도 훨씬 든든하고 안정적이겠다, 매일 서로의 도움으로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정진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번 달 돈 조금 썼는데 마스터 클래스 결제해도 되냐는 말에 오, 허니 당연하지 나도 듣고 싶었어 하는 만두씨도 정말 사랑스러웠고. 새벽형 인간인 돌콩님과 올빼미 형인 만두씨가 각자의 생활 패턴을 존중해주면서도, 서로 더 나은 아내와 남편이 되기 위해 토론하고 대화하는 모습을 보는 것도 참 좋았다.


[올해의 발견]

이북 리더기의 위대함. 나는 늘 "전 종이책이 좋아서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는데, 경험하지 않고 함부로 말하는 게 아님을 깨달았다.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적응해버린 내가 오히려 종이책보다 훨씬 집중을 잘 하는구나 알게 되기도 했고, 무엇보다 책을 한 권을 쭉 읽기보다는 서로 다른 2-3권을 동시에 돌아가며 그때그때 읽는 내 독서 패턴상 이북이 특히나 잘 맞았다. 이북을 읽기 시작하고 독서량이 정말 많이 늘었다. 물론 소장하고 싶은 책은 앞으로도 종이로 살 것이나, 그만큼 '자리를 차지할 만한 값어치를 하는가'를 더 꼼꼼히 따져볼 것이기에! 책장 속 나만의 컬렉션을 훨씬 높은 기준으로 채울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도 기쁘다.


[올해의 음악]

Hotel California.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기 전, 신촌 우드스탁에서 마지막 곡으로 흘러나오던 Hotel California를 잊을 수 없다. 왕년에 신촌 좀 주름 잡았던 언니들부터 분명 근방의 어느 대학교 교수님들이 분명한.. 놀고 싶으나 놀아본 적은 별로 없는 분들(우리 테이블을 흐뭇하게 바라보시더니 (드시던..) 오징어를 주고 가셨다)과 하나가 되어 목청이 터져라 부르던. 으으.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해외여행보다도 먼저 갈 곳이 바로 우드스탁이다.

Living next door to Alice. 아빠가 가장 좋아하던 노래이자, 올드앤와이즈 사장님과 처음 말을 트게 해주었던 노래. LP 선물도 받았고. 듣다 보면 여러 생각이 드는, 나에게는 특별한 노래.


[올해의 맛]

마음의 고향. 소울푸드.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1억원을 쾌척하여 이모님의 노후에 보탬이 되고 싶은 곳. 자리가 많지 않기에 상호는 차마 밝힐 수 없다.


[올해의 문장들]

개인의 진정한 성장이란, 불안해하면서 보호를 요청하는 자기 안의 어떤 부분을 극복해내는 것에 관한 문제이다. 그것은 속에서 지껄이는 목소리가 아니라, 그 목소리를 알아차리는 것이 바로 당신임을 끊임없이 스스로 상기시키는 작업을 통해서 해낼 수 있다.

삶에서 일어나는 그 어떤 일도 당신이 거기에 가슴을 닫을 만큼 중요한 일이 되도록 버려두지 마라. 열쇠는, 마음을 부단히 훈련시켜서 이번만은 닫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 속아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만일 넘어진다면 다시 일어나라. 그저 자신을 일으키고, 어떤 일이 일어나도 가슴을 닫길 원하지 않노라고 마음 속으로 다짐하라.

일할 때는 열심히 일하고, 쉴 때는 확실히 쉬어라. 이메일에 답하는 시간이 평균적으로 조금 지체될 지는 모르지만, 피곤한 이들보다 더욱 깊이 몰입하는 능력을 통해 일과중에 이루는 중요한 업무의 양이 그 점을 보완하고도 남을 것이다.

창의적인 통찰은 더 깊이 생각하겠다는 일시적 결정과 아무 관계가 없으며, 매일 아침 집중력을 기르겠다는 의지와 많은 관계가 있다. (..) 욕구에 저항하는 훈련은 많이 할 수록 쉬워진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의 경계는 우리 자유의 경계다.

어떤 대상의 비용이라 함은, 그 대상을 얻기 위해 즉시 혹은 장기적으로 맞바꿔야 하는, 이른바 삶의 양이다.




아까 저녁, 집에서 케익에 초를 불어 조촐하게 소원을 빌었는데 박여사가 말했다. "그래, 이만하면 잘 살았다. 이만하면 무탈했다." 그 말을 듣는데 어찌나 뭉클하던지. 그래. 우리 모두 이만하면, 참 잘 살았다! 내년 한 해도 잘 버티고, 잘 먹고, 잘 지내길. 잘 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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