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저 리서치 - UX를 위한 사용자 조사의 모든 것>, 스테파니 메시
팀에서 처음으로 유저 보이스를 수집한 경험은, 결제 페이지까지 왔다가 결제 직전에 페이지를 이탈한 고객을 대상으로 이탈 이유를 알아내기 위한 목적으로 유선 인터뷰를 한 것이었다. 당시에는 UX리서치는 물론, 유저 리서치라는 개념도 제대로 몰랐다. 그저 결제를 하지 않고 이탈한 고객들을 직접 만나 무엇 때문에 결제를 주저하는지, 왜 해당 페이지에서 나갔는지 직접 '목소리를 들어보자'고 생각했다. 굉장히 초보적이었던 설계에 비해 당시 인터뷰를 통해 얻게 된 인사이트가 결과적으로 의미가 있었다. 그때 이후로 사용자를 직접 만나는 것에 본격적으로 재미를 느끼고 맛이 들렸던 것 같다. 그러나 당시 팀에서는 상황에 따라 업무가 빠르게 바뀌며 사용자 보이스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집할 기회가 많지는 않았고, 오히려 리텐션을 위해 필요한 여러 데이터들이나 가설들을 건드려보는 일들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당연히 병행되었어야 할 유저 리서치에 굉장히 소극적이었구나, 했던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속한 팀에서 본격적으로 사용자 보이스를 수집하는 업무를 맡은지 1년 반이 조금 넘었는데, 지난 경험들에서 '조금만 더 잘했더라면' '그때 이렇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들을 그러모아 이번에는 좀더 제대로 해보자는 마음으로 공부도 하고, 여기저기 치열하게 기웃거리고 있다. 물론 우리 팀이 다루는 핵심 서비스가 디지털 프로덕트나 유형의 무언가가 아니다 보니 생기는 한계는 있지만, 그럼에도 기존의 방법론들을 익히고 공부하며 우리 팀에 적용할 만한 것이 있을지, 우리 상황에 맞게 바꿔 쓸 것이 있는지 고민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다.
그렇다고 그때에 비해 지금 사용자 조사에 관하여 나의 역량이 대단히 발전했는가 하면 그것은 아니다. 그래도 관점의 차이, 접근의 차이는 조금 생겼음을 회고하며 느끼는데, 어떤 차이가 생겼는가 스스로 짧게 돌아보자면 다음과 같다. 그때는 단순히 '사용자를 만나는 것'과 '사용자의 목소리를 직접 듣는 것' 그 자체에 의의를 두고 사용자의 목소리를 있는 그대로 '인사이트'로 치환해서 받아들였다.
그러나 지금은 사용자의 말을 그대로 믿기보다는, 애초에 우리가 원하는 정보를 얻기 위해서 사용자에게 직접 묻는 것이 필요할지, 사용자들끼리 서로 말하게 하는 것이 좋을지, 때로는 묻거나 청하지 않고 그들이 우리 서비스를 이용하는 행동을 관찰했다가 그 이용 패턴을 그들의 말과 조합할지, 우리 나름의 데이터를 통해 페르소나 작업을 하고 그것을 토대로 사용자를 분석해나갈지 등 조금 더 여러 갈래로 고민하고 접근하는 것 같다.
사용자로부터 나오는 모든 정보를 '인사이트'로 보는 것은 함정이라는 생각을, 실제 사용자 목소리를 수집하는 과정에서 자주 느낀다. 아니, 우리가 필요한 진짜 정보/힌트를 사용자로부터 얻기 위해서는 애초에 사용자가 그 정보를 줄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책임부터 다해야 함을 실감한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물론 안 만나는 것보다야 무작정이라도 만나서 묻고 듣는 것이 여러모로 감각을 유지하고 고객을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고, 운이 좋다면 사업에 도움이 되는 힌트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팀이 천착한, 내부에서 토론으로 해결되지 않는 어떤 가설을 검증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을 만큼의 신뢰도 높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티타임이나 커피챗 그 이상의 고민과 설계가 필요하고, 그것을 잘 할 수 있는 방법론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유저 리서치 방법론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더불어 요즘은 사용자 보이스 그 자체를 투명하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는데. 무조건 원칙주의자가 될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내가 지금, 내가/팀이 듣고 싶은 목소리를 듣기 위해 무언가 주관을 관여하고 있지는 않는가 자기 검열 정도는 자주 한다. 나 개인이 이 조사에 힘을 주는 것과 별개로, 조사가 진행되는 그 기간 동안 애초에 필요했던 정보가 필요가 없어지거나, 중요도가 급격하게 변할 경우 조사 결과를 전달하는 방식 자체를 과감하게 바꾸거나 생략하기도 한다. 적당한 융통성을 가미하되 조사 자체는 바이어스 없이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시행되고 전달 되도록. 그러나 늘 그렇듯, 밸런스가 제일 어렵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내가 야매에 가깝게 시도해오고 적용해오던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어서 좋았고, 동시에 누구라도 유저 리서치를 할 수 있으며 유저 리서치가 어떠한 점에서 시너지/효과를 잘 낼 수 있는가에 대해 짚어주었다는 점에서 나에게 은근한 용기를 주었다. 당장 하반기에 다가올 심층 인터뷰에 대해, 작년 모자랐던 점을 어떻게 개선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지 생각하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 뿐 아니라 트레바리 모임에서 나누게 될 이야기들을 토대로 보다 개선된 형태로, 정밀한 접근으로 사용자들의 목소리를 잘 담아낼 수 있다면 좋겠다. 무조건 '듣고 믿기'보다는, 우리가 필요한 정보를 사용자로부터 어떻게 하면 잘 얻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과 아이디어를 많이 발전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