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역할과 브랜딩
사유하는 소비자에게.
오늘의 글을 요약합니다.
1. 단순히 파는 사람(Pure Seller)이 아닌, 감정과 철학을 담아 브랜드를 구축하는 리더가 지속가능한 가치를 만든다.
2. 비전이 ‘브랜딩’된 조직은 구성원 모두의 언어로 믿음을 공유하며, 리더들은 이를 전파하는 전도자(Chief Evangelist Officer)가 된다.
3. Brander의 정체성을 가진 리더는 상품에 감성과 상징이라는 ‘두 겹의 미학’을 더해, 고객에게 보이지 않는 차원의 가치를 경험하게 한다.
“영업이라는 직업에 뜻밖의 후광이 드리워진다… 특별히 무엇을, 누구를 위해, 누구에게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 판매 자체(Pure selling)를 위해 존재하는 자’라고 말한다.”
노벨문학상 작가인 싱클레어 루이스의 소설 <배빗>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이 작품이 출간 된 지도 벌써 100여년이 흘렀죠.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우리는 오늘도 무엇인가를 팝니다.
필자는 브랜드 컨설팅 기업 실무자로서 다양한 기업의 리더 인터뷰에 참여해왔습니다. 이들은 모두 무언가를 팔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죠. 그들의 몰입과 통찰력은 때로 존경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단순히 '물건을 팔기 위한 것'에 그치는지, 아니면 '브랜드'를 통해 더 큰 가치를 만드는지는 중요한 물음입니다. 오늘은 회사에서 (몇 명이 되었든) 팀원과 함께하는 리더인 당신에게 글을 씁니다.
먼저, Pure seller와 Brander의 차이를 명확히 해볼까요? Pure seller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공급하고 판매하는 데 집중합니다. 효율성, 비용 절감, 가격 경쟁에 주력하며 성과를 추구하죠. 반면 Brander는 단순히 판매를 넘어 브랜드 자체의 가치를 창출하고 고객과의 감정적 유대감을 강화합니다. Brander는 고객 경험을 중심에 두고, 가격 경쟁을 넘어 고유의 철학과 가치를 통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합니다. 이런 접근은 단기 성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과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죠.
물론 기능적 특질을 강조하고 우위를 점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감성의 시대, 예술의 시대로 나아가는 지금, 리더가 Brander가 될 때 조직과 상품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습니다.
니체는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어려운 상황도 견딜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경제 전망이 어두운 이때, 빛을 보는 조직은 비전이 명확한 조직입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비전이 ‘브랜딩’ 되어 있는 조직이죠. 비전이 브랜딩 되어 있다는 건 비전이 CEO의 것을 넘어 모두의 것이 되었다는 뜻입니다. 브랜딩은 상대방의 언어로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 비전은 공감을 일으키고 자연스러운 행동을 이끌죠.
필자가 속한 브랜드 컨설팅 회사의 비전은 ‘To boldly create the next generation of ICONS’입니다. 다음 세대에 기억될 만한 아이코닉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죠. 이 비전은 회사에도 혜택을 주지만, 동시에 필자에게도 혜택이 됩니다. 시대의 아이콘을 만드는 것은 개인의 비전과도 닿아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회사의 비전과 조직원의 언어가 맞닿았을 때, 비전이 브랜딩된 조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CEO는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외에 또 하나의 뜻을 가집니다. 바로 ‘Chief Evangelist Officer’입니다. CEO를 비롯한 리더들은 단순히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 기업의 비전과 가치를 전파하는 전도자(Evangelist)라는 것이죠. 그는 조직원들이 마음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신념 체계를 구축하고 전달합니다. 이 동력은 CEO를 비롯한 리더들부터 회사의 가치 체계를 깊이 믿는 데서 시작하죠.
회사가 어려울수록 이러한 역할은 더 중요해집니다. 고객에게는 삶에 대한 희망을, 내부 직원들에게는 미래에 대한 희망을 주는 것. 불황에 저항하는 힘은 결국 희망입니다. 희망은 보이지 않는 미래를 볼 줄 아는 능력에서 나오고, 그 능력은 비전에 대한 공감에서 비롯됩니다. ‘비전’이라는 단어는 라틴어 ‘videre’에서 유래했는데, ‘보다’라는 뜻입니다. 확장된 의미로는 ‘미래를 보는 능력’, ‘상상력’, ‘예지’ 등을 뜻하죠.
한편, Brander의 정체성을 가진 리더의 상품과 서비스는 무엇이 다를까요?
현대의 모든 사물은 단순한 기능적 차원을 넘어, 보이지 않는 두 번째 차원을 가지고 있습니다. 럭셔리 리조트 아만은 멋진 공간 너머 ‘깊은 평화’라는 천이 덧씌워져 있습니다. 톰브라운의 4선 가디건에는 회색빛 캐시미어 너머 ‘권력’이라는 차원이 존재하죠. 애플의 아이패드에는 노동자를 창조자로 변신하게 해주는 ‘노동의 성화’라는 천이 덧씌워져 있고요.
Brander인 리더가 만드는 상품은 그렇습니다. 브랜드를 통해 씌워진 ‘보이지 않는 천’은 브랜드의 핵심을 형성합니다. 이런 미학은 상품을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감성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합니다. 샤넬 트위드 자켓도 마찬가지입니다. 기능적으로는 단순히 상체를 따뜻하게 해주는 의복이지만, 사회적 지위를 상징하거나, 개인의 취향을 표현하는 수단으로서의 ‘보이지 않는 상징’이 됩니다.
종교학자 멀치아 엘리아데는 상징이 개인적 경험을 일깨우고 세계에 대한 형이상학적 이해를 유도한다고 말했습니다. 톰브라운 가디건을 ‘권력’이라는 상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권력이라는 보이지 않는 가치에 자신을 연 것이죠. 이는 고대인이 풍성한 열매가 맺힌 나무를 보고 ‘생명’이라는 상징으로 받아들이는 것과 같은 맥락입니다. 브랜드는 인간이 상징에 주목하게 하고, 그 상징은 인간에게 또 다른 차원을 계시합니다.
리더인 당신이 이런 두 겹의 미학을 만들지는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상품은 최소한 두 겹을 가진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적용하려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래야 팀원이 상품의 새로운 겹을 만들어낼 때, 그것을 지지해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리더인 당신은 주로 어떤 게임을 즐기나요? (아니, 게임에 시간을 내어주는 것은 사치인가요?) 우리가 보통 게임을 하면 캐릭터를 선택하고 열심히 몬스터를 잡고 육성합니다. 그리고 레벨이 올라가죠. 브랜더가 되는 것은 여러분의 레벨을 최소한 한 단계 더 올려주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이라는 캐릭터가 자본주의라는 던전에서 살아남게 해주는 레벨 +1입니다.
레벨 +10이라고는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당신이 가진 일의 감각, 리더십, 포기하지 않는 마음이 높은 레벨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당신의 레벨에 오늘의 ‘와닿는 믿음’과 ‘두 겹의 미학’을 기억해 또 다른 레벨업을 하길 바랍니다.
생각해 볼 것.
소설 <배빗>의 또 다른 구절입니다:
"그것은 거대했다. 배빗은 산, 보석, 근육, 부, 말 등 무엇이 되었든 간에 큰 것이면 존경했다"
저도 '크고 잘되는 브랜드 만드는 것'이 목적 그 자체가 될 때가 있습니다. 그것이 진정한 목적이 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요. 당신은 일을 할 때 '큰 것' 너머 무엇을 바라보고 일하나요?
*오늘의 글은 한경비즈니스에 기고했던 글을 브런치 독자에 맞게 일부 재편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