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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단단 Jan 13. 2024

부부 세계여행 준비 과정의 모든 것

저희는 이렇게 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제 곧 둘만이 전부인 세상으로 떠날 예정입니다. 몇 개월 아니 어쩌면 몇 년 전부터 상상해 온 일이 목전에 있네요. 아직까지도 싱숭생숭한 마음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래도 여행을 준비하면서 몇 번 실감이 났던 순간들이 있었다면,


퇴사했을 때.

친구와 지인, 동료들로부터 든든한 격려와 따뜻한 응원을 받았을 때.

이사했을 때.

우리 부부의 모든 것들이 담긴 배낭을 전부 쌌을 때.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출국 이틀 전)


거두절미하고 이 글은 일차적으로 지금까지 저희 부부가 세계여행을 준비하면서 해왔던 모든 것들을 한 번 정리하기 위해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더불어 장기 여행을 떠나려는 다른 분들께도 혹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도 있구요. 저희 역시 세계를 유랑하는 수많은 부부들, 여행자들을 보며 꿈을 구체화시켜 나갔고 그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며 그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저희의 준비과정(이 글)이 완벽할 수 없고 각자의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을테니 감안하여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 집

결혼한 부부라면 대부분 전월세든 매매든 신혼집을 구해서 지내고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집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골치 아픈 중 것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희는 아파트에서 전세로 지냈었는데 계약 만료 후 모든 짐을 작은 빌라로 옮겨 놓았어요. 여행기간 동안 집은 비워져 있을테니 불필요한 관련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했습니다. 보관 서비스도 고민해봤지만 장기 보관시 물건들이 상할 수 있고(특히 가구나 의류) 비용도 싸진 않더라구요. 또한 1년간의 여행이 끝나고 돌아와서의 삶이 어떻게 흘러갈 지 알 수 없기에 섣불리 2년의 전세계약을 해두기는 부담스럽기도 했어요.


1) 집의 전세계약 만료일에 맞춰 퇴사 및 출국일정을 잡았습니다.

2) 가족 중 누군가가 집에 올 수 있는 거리에 있다면 도움이 됩니다. 가끔이라도 한 번씩 관리라도 해줄 수 있고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죠.

3) 옷 같은 경우 본가에 남는 방이 하나 있어서(제가 지내던 방) 부모님께 양해를 구하고 그 방에 옷을 다 갖다 놓았습니다. 옷을 그냥 방치해두면 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구요.



2. 자동차(+ 보험면제신청)

만약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다면 고민해야하는 부분입니다. 자동차를 해결하는 방법은 처분하거나 처분하지 않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저희는 처분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자동차를 처분한다면 여행 경비가 훨씬 넉넉해질 수도 있겠지만, 여행이 삶의 전부는 아니니까요(돌아와서의 삶도 중요하니까). 그래서 자동차를 처분하지 않으면서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을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1) 각 지역 관할 차량등록사업소 혹은 차량등록과에 가서 '의무보험 납입면제 신청'을 하시면 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자동차는 구입시 의무적으로 보험을 가입하게 되어 있는데 1년동안 타지도 않을 자동차 보험료를 몇십만원이나 낼 이유가 없겠죠?

- 준비물 : 운전면허증, 자동차등록증, 출국티켓, 자동차 번호판 1개(몽키 스패너로 직접 쉽게 뗄 수 있다)

- 신청이 완료되면 '번호판 반납 확인증'을 받게 되는데 이 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면 기존 가입되어 있는 보험료를 환급받을 수 있어요.

2) 저희 차는 부모님 댁 아파트 주차장에 가져다 놓았어요. 아버지께서 가끔씩 시동을 걸어주시기로 했고요. (죄송)

3) 자동차세는 납부해야 합니다.



3. 카드

여행에서 사용할 카드는 다음과 같이 결정했습니다.

1) 트래블월렛 : 메인 사용 카드(비자카드)

앱을 통해 필요한 통화를 충전하여 사용하는 카드. 여행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카드인 것 같더군요. 실물 카드와 모바일 카드의 번호가 다르니 참고하셔요.

https://www.travel-wallet.com/


2) 하나 비바X 카드 : 서브용 카드(마스터카드)

서브용으로 하나 더 가져가는 카드로 트래블월렛에서 사용이 불가한 나라에서는 사용할 생각입니다. 이 카드를 쓰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더라구요.

https://www.hanacard.co.kr/OPI41000000D.web?CD_PD_SEQ=12519


3) 기업은행 블리스7 카드 : 신용카드 겸 PP카드 발급용

세계의 수많은 공항 라운지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PP카드를 발급받기 위해 신청한 카드입니다. 다만 아쉽게도 2023년 12월 22일부로 단종되어 신규 가입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되더라구요. (다른 은행에는 이런 카드가 없나..)

https://vip.bccard.com/app/vip/ContentsLinkActn.do?pgm_id=vip0170


*기존에 사용하던 신용카드는 정리했습니다.



4. 각종 보험

1) 국민연금

국민연금은 퇴사와 동시에 납부의무가 사라진다고 합니다. 하여 따로 신경 쓸 필요가 없다고 해서 별도의 조치를 해두지 않았습니다. 다만 와이프는 프리랜서여서 지역가입자로 납부를 하고 있었는데 퇴사 후 해촉증명서(퇴직증명서)를 제출하여 납부예외 신청을 했어요.


2) 건강보험

건강보험 납부면제 신청이 필요합니다. 여권 사본과 항공권을 촬영하여 문자로 제출하면 됩니다.

(문자 보낼 곳 1668-0629)

+ 저희는 1월 15일 출국인데,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1월에 대해서는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하네요. (미리 이메일로 고지받을 수 있도록 변경신청도 했습니다 *카카오톡으로도 받을 수 있어요)


3) 개인 실손보험

실손보험의 경우 여행이 끝난 후 돌아왔을 때 환급이 가능합니다. 다만 보험상품 가입 시기에 따라 환급이 되는 상품이 있고 환급이 되지 않는 상품이 있으므로 각 보험사에 확인을 해보시면 됩니다. 제 경우 환급이 가능한 상품이었지만, 와이프의 경우 환급이 되지 않는 상품이었습니다.


4) 장기 여행자 보험

마이뱅크에서 최대 1년까지의 여행자보험을 신청했습니다. 두 사람 합쳐 약 60만원의 비용이 나왔고요. 한 사람이 먼저 가입 후 10% 쿠폰을 받아서 다음 사람이 그 쿠폰을 적용하여 가입하시면 조금이라도 보험료를 아낄 수 있습니다. 와이프 말로는 각 보험사에도 장기 여행자를 위한 보험 상품이 있긴 한데 마이뱅크가 가장 저렴하다고 하네요.



5. 통신(유심)

해외에서는 현지 유심을 구매하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되겠지만,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한국 유심을 하나 가져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한국에서 날라오는 문자를 받아야 하거나 특히 본인확인을 위한 문자인증이 필요할 경우에 한국 유심이 없다면 곤란한 상황이 생기겠죠? 저는 알뜰폰 통신사에서 가장 저렴한 상품으로 하나 가입해두었습니다. *KT 우체국 티플음성200 : 월 2,000원


이마트 24에서 KT 티플러스 바로유심을 구매했고(8,000원) 직접 온라인 셀프 개통이 가능합니다. 출국 직전에 개통했구요. 개통하고 나면 기존 통신사는 자동으로 해지됩니다. 이 방법 외에 우체국 알뜰폰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는데 저는 이게 더 편해보여서 이렇게 했습니다.

*기존 통신사가 꼭 KT일 필요는 없더라구요. 저는 LG U+를 사용하고 있었어요.


>> 관련 팁

와이프 휴대폰은 바꾼지가 얼마 되지 않아 위약금이 걸려 있어서 월 5,500원을 내고 문자 수신이 가능한 정지 신청을 했습니다. (KT 기준)



6. 운전면허 관련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습니다. (경찰서 방문)

국제운전면허증은 발급일로부터 1년간 유효하기 때문에 최대한 늦게 발급 신청했어요.


*오토바이 타실 분들은 필수 체크!

해외에서 오토바이를 탈 계획이라면 국내 '2종 소형' 면허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보면 A, B, C, D, E 이렇게 알파벳이 적혀 있는데 1종 보통, 2종 보통 면허 소지자에게는 B에만 도장을 찍어줍니다. 하지만 해외에서 오토바이를 타기 위해서는 A에 도장이 찍혀 있어야 하는데, 이 A에 도장을 받기 위해서 2종 소형 면허가 필요합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오토바이를 빌리는 것 자체는 2종 소형 면허가 없더라도 가능합니다. 다만 단속에 걸릴 시 대응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취득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2종 소형 면허가 합격률이 10~20%에 달하는 악명 높은 난이도를 자랑하는 면허 시험이라는 것. 면허 학원에 가면 쉽게 딸 수 있다고 하나 그럴 경우 대략 40~60 만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합니다. 저는 면허학원까지 가서 따기에는 지출이 크다고 판단해서 다른 방법을 통해서 면허를 취득했어요. 오토바이 렌트 후 실내에서 짧게 강습해주는 곳이 있더라구요. 그 곳에서 2시간 강습을 받고 2번 시험 본 끝에 합격했습니다.


>> 관련 팁

면허 시험장마다 운용하는 바이크가 다른데 미라쥬 250보다는 아퀼라 300이 더 쉽다고 하니(휠베이스가 짧아서 굴절 코스에서 더 유리하다)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아퀼라 300으로 합격했구요. 그리고 나름의 팁인데 시험 예약을 굳이 빨리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예약 순서대로 시험을 보기 때문인데, 저는 첫 시험 때 예약을 빨리 해둔 바람에 긴장을 채 풀지도 못하고 시작했다가 광속 탈락의 쓴 맛을 보아야 했습니다. (까딱하면 떨어지는 시험이라 전날 잠을 못 잘 정도로 엄청 긴장되었던 2종 소형 시험..)



7. 노트북/모바일

1) 해외접속 차단 해제

각 포털 사이트 및 은행 웹사이트에서 해외접속 차단을 해제했습니다.


2) 공동인증서(구 공인인증서) 체크

노트북, 모바일 모두 공동인증서가 문제없이 작동되는지 확인했습니다.


3) 애플리케이션

- 각종 여행용 앱 : 스카이스캐너, 아고다, 부킹닷컴 등

- 맵스미(maps.me) : 데이터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지도 앱

- 국가별 앱 : 그랩, 볼트, 우버 등(출발 전 미리 결제카드를 등록해두는 걸 추천)

- 트라비포켓 : 여행국가별로 정리할 수 있는 가계부

- 인천공항 스마트패스 : 인천공항 한정 출국시 줄 서지 않고 빠르게 출국수속 진행할 수 있는 앱

- 더 라운지 : PP카드로 사용할 수 있는 전세계 라운지 관련 정보를 볼 수 있는 앱

- 똑똑 계산기 : 환율 계산기



8. 배낭 or 캐리어

여행 스타일, 취향에 따라 갈리는 부분입니다. 저희는 배낭을 선택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기보다는 그냥 배낭을 더 좋아합니다. 나름 장기여행이었던 4개월간의 첫 세계여행 당시에도 배낭을 멨었고, 저희 부부가 처음 만났던 산티아고 순례길은 배낭이 필수적인 곳이기 때문에 저희에게는 배낭이 더 익숙하더라구요. 그리고 말 그대로 배낭여행자니까, 배낭이 주는 낭만이 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요. 물론 여행에 정답이란 없고 챙겨 갈 짐이 많거나, 캐리어를 편하게 쓸 수 있는 관광지나 도시에서의 여행을 선호하시는 분들께는 캐리어가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을 것 같네요.


>> 사용제품

1) 남편 : 도이터 FUTURA VARIO 50+10 /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썼던 배낭인데 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짱짱합니다.

2) 아내 : 오스프리 ARIEL PLUS 60 / 기존의 배낭(46리터)은 용량이 턱없이 모자라서 종로5가 트레일헤드에서 새로 구매했습니다.

*도이터는 내구성 좋은 백팩, 오스프리는 가벼운 백팩이라는 이미지가 있는 것 같더라구요.

**앞가방으로는 무난하게 잔스포츠 백팩을 선택했습니다.



9. 카메라

사진과 영상 찍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카메라를 챙겨가기로 했습니다. 좋은 장비일수록 무겁다보니 스펙 부분에서는 일정 부분 타협하여 크롭 미러리스를 가져가기로 했네요(하지만 언젠가 또 풀프레임에 대한 욕심이 일렁거릴 것 같은..). 요즘은 스마트폰의 이미지, 영상 품질도 워낙 뛰어나고 고프로같은 액션캠도 많이들 사용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각자 성향에 따라 결정하시면 될 것 같아요.


>> 사용제품

1) 니콘 Z30

2) 고프로9



10. 영상편집용 장비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생전 처음으로 맥북을 써보게 되었습니다. 영상을 편집하기 위해서는 노트북 성능이 꽤나 좋아야 하는데 일반 윈도우 노트북의 경우 브랜드도 너무나 다양했고 부품도 저마다 제각각이라 따져볼 게 너무나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영상편집 용도라면 성능, 무게 등 다양한 면에서 맥북을 추천해주셨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맥북을 선택하게 됐네요. 편집 프로그램도 애플의 파이널 컷으로 갈아탔습니다. 지금까지 써 본 결과... 애플이 대단한 브랜드임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만약 저처럼 윈도우나 안드로이드만 써보신 분들이 계신다면, 한 번 애플 제품을 써보는 용기를 내어보시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닐 것 같습니다.


>> 사용제품

1) 남편 : 맥북 에어 M1

2) 아내 : 에이수스 비보북


*유튜브를 시작했습니다.

쑥쓰러운 마음이 크지만 한 번 놀러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https://www.youtube.com/@santanezip



11. 예방접종 관련

- 장티푸스 : 집 근처 보건소 무료 접종

- 황열병 / A형간염 / T-dap / 콜레라 : 국립중앙의료원 접종

*황열병은 남미, 아프리카 방문객들에게는 필수적인 접종이며 국제공인 예방접종 증명서를 발급받게 됩니다. 입국시 이 증명서가 필요하구요.

두 사람 몫으로 예방접종 비용만 대략 40만원이 들었네요.

*질병관리청 예방접종도우미 : https://nip.kdca.go.kr/irhp/index.jsp


>> 관련 팁

A형 간염의 경우 최소 6개월의 텀을 두고 두 번의 접종을 받아야 항체가 생기는데 저희는 그걸 모르고 있다가 1차 접종밖에 받지 못했습니다. 1차만 받아도 안 받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더라구요 ^^; 



12. 약품류

- 종합감기약

- 해열제

- 지사제

- 생리통약

- 멀미약

- 파스

- 버물리

- 대일밴드

- 인후염캔디

- 마데카솔



13. 기타 준비

- 여행 계획(숙소, 교통, 맛집, 즐길 거리 등)

- 여행에 필요한 온갖 물건들 구매

- 치아 검진 및 스케일링

- 방문국 출국 티켓 미리 예매

- 여권 사본, 증명서 사본, 신분증 사본 등

- 여분의 여권 사진(비자발급용)

- 한식 많이 먹기

- 가족들과 시간 보내기






그동안 참 많은 것들을 준비했네요. 준비 과정에서만 결코 적지 않은 시간과 돈이 들었구요. 체력과 정신력도 상당히.. 그럼에도 이 모든 것들이 한 번 뿐인 인생에 평생 잊지 못할 즐거운 추억으로, 조금 더 풍성하고 감칠 맛 나는 인생으로 돌아온다면 그래도 한 번 쯤은 해볼만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봅니다.


여행을 떠나는 모든 분들께 언제나 행운과 행복과 건강이 깃들기를 바라며.







@Porto, Portug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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