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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Jul 14. 2024

이게 팀이야?!!

선생이 애들 대학 잘 가라고 책상차고 쌍욕 박으면...

아마도 내가 고등학생쯤 되는 나이였던 것 같은데, 한창 '본능을 다스릴 수 있는가'를 화두로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어떤 스님의 인터뷰를 보게 됐다. 


그 스님은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이 살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자신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한 대답의 요지는 이랬다. 


"고기를 씹는 행위 자체가 나도 모르는 사이 인간의 동물적 본성을 깨울 수 있다. 나는 수행자로서 그런 행위를 절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사타구니를 탁 치는 카리스마였다.

 

한 인간 안에는 여러 가지 모습들이 존재하지만 그것들은 절대 분리될 수 없고, 어떤 식으로 혹은 언젠가 연결되게 되어있다.




나는 소위 탁월한 리더라는 사람들이 '프로'라는 명목으로 '대가'라는 이름으로 독재와 독선, 그리고 고집과 아집을 부리는 것을 매우 싫어한다. 그들은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이 맞다' - '너네는 내 말을 따라야 한다'라는 전제로 행동한다. 그리고 본인이 비인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이유는 이렇다.


'나는 단지 내 분야에서만큼은 타협이 없을 뿐 그들을 매우 존중한다'

'우리는 같은 목표를 위해 달려간다. 그들이 그 목표를 이루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이다'


따위의 그럴듯한 것들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 쪽에 감독이라는 사람이 선수들 앞에서 발길질을 하고, 욕을 하고 '그것은 단지 승리를 위한 퍼포먼스였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음악감독이라는 사람들은 클래식이고 뮤지컬 쪽 생지랄을 해도 된다. 심지어 그런 모습들은 영상으로 유튜브며 방송이며 퍼지면서 'XXX 음악감독의 카리스미'같은 제목을 달고 돌아다닌다. 그들도 수치를 모르고, 보는 이들도 멋있다고, 재미있다고 키득키득거린다.


나는 이런 행동들, 승리하기 위해, 성공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이루기 위해 용납되는 '카리스마'를 혐오한다. 나는 그런 것들이 제자의 예술을 위해 변태적 행위를 해주는(?) 훌륭한 스승과 전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혐오와 학대, 변태적 행위에 노출된 사람은 불행하고 처절한 삶을 살게 되기에 흔히 말하는 예술가로서의 재산은 더 많아지는 건 사실이자, 이런 짓을 하는 사람들이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하는 변명이기도 하다. 어쩌면 아니 실제로 사람을 쥐어짜면 뭐가 더 나오기는 한다. 그러나 더 나은 연주고 음악이고, 작품이고 나발이고 필요 없고, 더 좋은 기록이고 승리고 필요 없다. 그냥 그런 짓은 하지 말자. 진짜 좋은 것은 좋은 사람과 좋은 과정 속에서 나온다. 어쩌면 세상이 이렇게 돌아가는 이유는 지금 세상에서 좋다고 하는 대부분의 것들이 다 사람을 쥐어짜서 성취한 것이기 때문이 아닐까도 생각해 본다. 


제발 유명한 가수나 댄서가, 지휘자나 음악감독들이, 스포츠 감독들이, 각 분야의 대가라는 사람들이 '목적'을 위해 쓴소리라는 개소리를 하는 것이 용납되는 세상이 끝났으면 좋겠다. 학교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못할 말이면 그들도 안 했으면 좋겠다. 옛날에는 선생들도 '목적'을 위해 싸대기도 날리고 발길질도 하고 욕도 하고 돈도 받고 그랬다. 학생들을 위해서... 



 

프로페셔널이라는 변명은 하지 말자. 언제 어디서든 허튼짓을 하면 뻘 놈이 된다. 혼자일 때만 욕을 하는 사람은 언젠가 누구의 면전에 욕할 일이 생긴다. 공중 화장실에서 똥 싸고 똥 묻은 변기에 솔질을 안 하는 사람은 언젠가 뒤가 구린짓을 하게 되어있다. 단속 카메라가 없는 곳과 있는 곳에서 다르게 운전하는 사람은 언젠가 권력에 비굴한 짓을 하게 되어있다.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데 예술을 위해, 승리를 위해, 발전을 위해 같은 변명은 하지 말자. 


그렇지 않은 사람조차 그런 짓을 하면 그런 사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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