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치를 싫어한다.
인간 자체의 불완전함과 그 사회의 부조리함. 전혀 이성적이지도 않고 절대 정의롭지 못한 권력의 작동 원리. 그것을 포기하듯 인정하고 그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줘야 하는 것이 정치질의 운명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강력한 법 집행에 대해 보수적이다.
언론을 통해 극악 무도한 범죄들을 볼 때면 - 특히나 범죄의 현장이 정확하게 확인되는 - “저런 건 더 잔인하게 죽여야 되는데!”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러나 진짜 그렇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인간의 존엄성 따위 보다 인간과 법의 불완전함 때문이다. 아무리 촘촘하게 법을 만들고 아무리 공정하게 수사를 한다 해도 늘 허점은 있다. 그 안에서 억울한 수많은 사연들이 생겨난다. 돈 몇 푼이나 자존심에서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하물며 인간이라는 존재들과 그 조직들과 이익과 명분, 이념이나 신념, 힘과 자본 등등의 요소들이 거침없이 작용하는 점을 고려하면 법의 심판과 진실을 동일시할 수는 없다. 누구나 그 허술함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법의 방향은 마냥 무자비함을 향할 수만은 없다.
나는 모든 인간의 생명에 대해 최소한의 존중을 갖고 있다.
누가 죽었다는 기사에 ‘잘 뒈졌다’ 같은 식의 반응은 심심치 않게 보인다. 심지어 입에 담을 수 없는 모욕을 망자에게 쏟는 일도 흔하다. 그러나 나는 생각이 다르다. 적어도 죽은 뒤 며칠정도 침묵해 주는 정도의 예의는 필요하다. 아무리 사악하고 극악무도한 인간이었어도, 그가 죽고도 남을 민한 존재였다 해도 말이다. 그의 지극히 개인적 삶은 너무나 비극적이었을 수도 있고,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그는 소중하고 아픈 존재였을 수도 있으며, 죽는 순간까지 사랑이 무엇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불쌍한 존재였을 수도 있다. 그 며칠 뒤에 인과응보의 분노를 쏟아도 충분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12.3 계엄의 주동자인 윤석열은 사형을 선고받아야만 한다.
그와 그 아내가 어떤 사람인지, 또 이 범죄를 일으키기 전에 어떤 짓을 했는지는 차치하더라도 그렇다. 이 사건의 주동자는 사형을 선고받는 것이 옳다.
1. 계엄 발동은 ‘전쟁 선포’
계엄은 표현이 모호해서 오해하기 좋다. 계엄은 영어로는 Matial Law, 독일어는 Kriegsrecht. 두 단어 모두 말 그대로 ‘전시 법률’. 전쟁 상황이기 때문에 거의 모든 법률과 권리를 군이 통제하는 것이다. 그리고 통제하겠다는 뜻은 제한 혹은 묵살하겠다는 뜻이 될 수도 있다. 즉 전쟁 중에 국가를 보호하기 위해 발동하는 최후의 보루이거나 전쟁을 빌미로 국가와 국민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이 되는 극단적 양면성을 갖는다.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단의 결정이며, 국가의 최고 권력자로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보호해야 하는 최종 책임자로서의 가장 신중히 사용해야 하는 수단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영장제도,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정부나 법원의 권한에 관하여 특별한 조치를 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 제77조-
외부에 의해 전쟁이 발발한 것도 아니며 국가에 저항해서 들고일어나는 소요 사태가 난 것도 아닌데 계엄령을 실시한 것.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전쟁의 대상을 자신을 거스르는 모든 사람들로 정의했다는 뜻이다. 즉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다. 위법적으로 국회를 점령하고 선관위, 민주당사, 여론조사 꽃등을 장악하려 했던 것은 단지 전쟁의 서막일 뿐. 상식을 가진 사람이면 그 이후의 벌어질 일들은 불 보듯 뻔하다. 군대의 총칼에 겁먹은 전시법은 대한민국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인권조차 빼앗긴 국민들은 마구 짓밟혔으며 비참하리만큼 유린당하였을 것이다. 그 권력 앞에 입을 닥치고 엎드리지 않는 모든 사람은 그들의 ‘적’, 척결의 대상일 뿐이다. 그리고 그 명분은 아이러니하게도 '국가를 지키기 위해'. 윤석열이 전쟁을 선포한 대상은 다름 아닌 민주주의와 그 구성원 자체다.
2. 국민을 괴물로 만든 대통령
이번 계엄이 실패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양심의 누수’ 역시 보이지 않는 역할이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국회에서 머리를 조아리는 내란의 가담자들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들은 내란이 성공했으면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었을 것이다. 장성급 군인답게, 위엄 있고 당당하게 폭력을 일삼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참으로 무능하고 잔인한, 누구의 말대로 총을 든 5살짜리 사내아이 같은 무지성의 수장을 만난 운명적 안타까움도 있다. 일말의 망설임 없이 자신을 사지로 몰아넣고 역사의 죄인을 만들기를 서슴지 않는 자. 그 절대권력을 마구 휘두르는 국군 통수권자. 그에게 대한민국 군경들, 그 개개인의 인생은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했다. 아무것도 모르는 말단의 군인과 경찰들 그리고 그 가족은 계엄이 성공했다면 괴물이 되어버렸을지 모른다.
3. 전쟁을 일으키는 자
지금 대한민국에 살아있는 사람 중에 실제 전쟁을 겪은 사람은 드물지만,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전쟁의 잔혹함을. 전쟁이 발발하면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가 상식으로 여기는 모든 것들은 무용지물이 된다. 인터넷이 어떻고 인권이 어떻고 논리가 어떻고 사실이 어떤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그냥 죽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유일한 목표가 되는 존재로 전장에 떨어지는 것이다.
그는 국지전 상황을 만들어서 일단 국내의 세력들을 제압하고 독재 체제를 만들고 이후 전면전을 통해 무력 통일을 시도했을 것이다. 그는 대한민국이 북한에 대해 점령당했다고 굳건히 믿고 있다. 국회가 종북세력에게 조정당하고, 선거 결과가 북한에 의해 조작된다고 강력하게 믿는 사람이다. 이 신념은 나치의 유대인 학살의 명분처럼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거스르는 모든 세력들을 아니 걸리적거리는 모든 것들을 무력으로 부수고 짓밟고 죽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북한과의 전쟁까지 갔다면 진보와 보수 아군과 적군 관계없이 수많은 목숨들이 죽어 나갔을 것이다.
4. 당신의 목에 칼을 들이댄 자
백만 번 양보하여 윤석열이 주장하는 모든 계엄의 근거가 사실이어도 상관없이 윤석열은 사형을 면할 수 없다. 다수당인 야당이 북한의 조종을 받던 탄핵을 쏟아내던 대통령으로서 할 일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정치'를 하는 것이지 '전쟁'을 하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자신이 아직 정권을 갖고 있는 상황이다. 스스로가 가장 강한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데 내 마음대로 안된다고 칼을 휘두르면 살인죄가 된다.
직원들이 내 마음대로 안 움직인다고 어느 날 갑자기 칼을 든 수십 명의 용역이 임원회의에 들이닥치면 그것은 이미 경영이 아니다. 그 사태를 누군가 막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 자유를 뺏기는 것은 임원뿐이겠는가. 말단의 직원까지 벌벌 떨며 복종하거나, 용기를 내어 죽음을 선택하는 방법 두 가지 길뿐일 것이다. 그는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살인을 도모한 것이다. 일부 윤석열을 지지하거나 망상에 사로 잡힌 사람들은 자신이 그 공격의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은 무지의 소치다. 전쟁이 시작되면 죽음의 공포는 모두의 것이 된다. 그리고 그 사지로 '모든'국민을 내 몬 내란의 수괴는 다름 아닌 윤석열이다. 길가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죽인 자도 사형을 받는다.
5. 국가와 국민, 경제와 민주주의 파괴자
그는 국가를 자신의 소유물로 여겼고 국민의 생명을 자신의 도구로 여겼다. 운 좋게 어긋난 버린 상황들과 행동하는 국민들이 아니었다면 국가 경제는 지금 보다 파탄이 나고 민주주의는 박살이 났을 것이다. 내전 혹의 북과의 전쟁이 발발했을 것이며 대한민국은 74년 전 보다 더 비극적인 지옥으로 떨어졌을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유독 권력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만큼 또한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경우를 보기 힘들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서 기꺼이 이 잔인하고 무도한 계엄의 주동자, 내란의 수괴를 자처한 윤석열에게 사형이 선고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지금까지 각자의 자리에서 대한민국을 만들어 온 모든 국민에 대한 가장 올바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