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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간계 연구소 Feb 16. 2024

손흥민, 이강인 그리고 클린스만

유럽 축구와 위계(位階)

서양은 진짜 위계(位階)라는 것이 없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한국의 그것과 다를 뿐 서양에는 강력한 위계질서가 있다. 그런데 그 질서라는 것이 좀 더 교육받은 그룹에서 좀 더 지적인 그룹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그렇지 않은 무리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만약 글로벌 기업에서 세계 각지의 임원들이 화상 회의를 한다. 그리고 가장 높은 임원은 영어권 사람이 아니다. 유럽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그렇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상사의 '다시 얘기해 줄래?' 한마디에 영어권 부하직원은 더 느리게 더 바른 발음으로 다시 설명을 하게 된다. 물론 언어뿐만 아니라 모든 직장 생활면에서도 그렇다. 한국의 직장과 형태만 다를 뿐 상사는 때로 부하직원의 공을 가로채기도 하고, 소리도 지른다. 티 나지 않게 업무를 통해 부하직원을 괴롭히고 왕따 시키는 일도 있다. 오히려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런 일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 비상식적이지 않은가.


물론 선배나 후배에 대한 존중이나 배려도 있다. 한국처럼 한 살 차이로 굽신거리고 그런 일은 없지만 자기보다 나이가 10살 이상 많다던가 훨씬 오래 일을 한 사람에 대한 존중(Respect)을 갖고 있다. 한국 사람 입장에서는 서로 다 반말 쓰고 태도가 너무 당당해 보이기 때문에 '서양은 위계질서 없이 다 평등해요!'라는 오해를 할 수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히려 한국 사람에게는 더 눈치채기 힘들고 따라가기 힘든 위계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게 후배가 선배를 존중하면, 선배 역시 후배에게 배울 기회를 주고 때로는 실수를 용납해 주며, 멘토로서 후배를 끌어주는 모습 역시 서양 문화에도 존재한다. 당연히 이런 훈훈한 일은 지적 수준이 어느 정도 갖춰진 무리에서나 일어난다.




유럽에서 축구의 이미지

일단 알아야 할 것이 유럽에서 축구의 문화라는 것은 고급문화가 아니다. 등급을 나눠서 특정 스포츠 자체의 가치를 평가하려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 스포츠의 역사적 사회적 배경을 살펴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현대축구의 시작은 1863년 잉글랜드의 축구 협회(FA) 설립으로 볼 수 있다. 그 후 동네마다 지역마다 다른 규칙들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이후에는 노동자들은 선수로 기업가들은 투자자로 프로 클럽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축구는 대중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문화로 자리 잡게 되었지만 여전히 하위 계층의 뿌리와 흔히 말하는 3S (Sex, Sports, Screen으로 대중의 정치, 사회에 대한 관심을 멀게 하기 위한 문화정책)의 대표 상품이라는 오명을 완벽히 벗어나지는 못했다.


한국축구는 그런 문화적 특성에 뿌리를 함께하지 않았기 때문에 좀 다른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멀지 않은 과거까지 구타와 욕설 선후배, 운동부라는 이미지가 있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오리지널 유럽은 어떻겠는가.


유럽의 축구 문화는 아직도 거칠고 교육받지 못한 날 것의 느낌이 많이 남아있다.


축구 산업이 워낙 세계적 규모를 자랑하고 있고 어마어마하게 큰돈이 오가다 보니 알게 모르게 고급진 이미지도 생겨 버렸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주급을 몇 억씩 받고 세계 곳곳에 저택을 사고 슈퍼카를 몇 대씩 굴리면서 살다 보니 많은 아이들이 꿈꾸는 인생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많은 축구 선수들의 생활을 보면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인성이 드러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독일 축구계의 슈퍼스타 로이스 (Marco Reus)는 만 25살에 무면허 운전으로 벌금 54만 유로를 납부한다. 물론 그에게는 3달치 월급정도에 불과한 돈이지만, 더 충격적인 사실은 면허가 취소된 채로 운전한 것도 아니고 아예 면허를 따지 않고 몇 년 동안 슈퍼카를 몰며 아무렇지도 않게 산 것이다. 안 걸렸으면 평생을 그렇게 살았을 것 아닌가. 그리고 왜 무면허 운전을 했는지에 대한 그의 대답이 압권이다. "제가요, 사실 공부랑 별로 안 친해요. 시험 보는 것도 싫어해요."


사실 이보다 더한 스캔들이 많다. 문란한 성생활은 흔한 일이고 폭행, 강간, 협박 등등 알아보면 무슨 갱단 못지않은 전력들이 나온다.


https://www.youtube.com/watch?v=LIgTq_HFvOg


이런 분위기는 어린아이들이 축구하는 곳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독일은 아이들을 위한 클럽 축구가 매우 잘 되어있다. 초등학생들도 거의 매주 클럽대항전 같은 토너먼트 경기를 한다. 그런데 이런 초등학생들 경기에서 학부모들이 쌍욕을 하고 소리 지르는 것은 흔한 일이고, 심판을 협박하고 때리는 일도 있고, 심지어 흉기를 가지고 뛰쳐나가 난동을 피우기도 한다. 애들 축구에서도 말이다. 어른 축구의 세계는 어떻겠는가?


축구보다 화난 독일인들


축구 팬들에게 박살 난 열차 안
범죄를 작정하고 나온 사람들 - https://taz.de/Gewaltbereite-Fussballfans/!5084915/


축구에서 감독이 중요한 이유


유럽에서 축구라는 세계는 굉장히 특이하고 특별한 세계다. 앞서 알아본 것처럼 우리의 생각과 다르게 유럽에도 위계질서라는 것이 존재한다. 그것은 나이가 될 수도 있고, 선후배가 될 수도 있고, 직급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축구 선수 사이에는 그런 것이 없다.


무조건 축구를 잘하는 사람이 왕이다. 축구는 무조건 이기는 것이 능사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기면 된다. 그래서 선수의 인성이나 사생활보다 중요한 것이 실력이다. 아무리 밉상이고 사회성이 떨어지는 선수라도 이길 수만 있다면 어마어마한 주급을 주고 기용하는 게 축구다.


그리고 또 다른 특이한 점이 있다.

 

유럽은 타인이 자신의 몸에 손을 대는 것에 굉장히 예민한 문화임에도 불구하고 축구 선수들은 다르다. 스킨십도 유난히 많고, 골을 넣거나 기분이 좋으면 흥분해서 같은 편 뒤통수도 때리고 싸대기도 때리고 머리채도 쥐어뜯는다. 유럽에서 이 정도로 과격하게 육체적 대화를 하는 무리는 일반적으로 보기 힘들다. 물론 상대팀과는 더 심하다. 흡사 전쟁 같은 신경전이나 난투극도 불사한다. 유럽에서 가장 무례하고 폭력적인 그러나 합법적이며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사회일지 모른다.


결정적으로 감독과 선수의 관계 역시 유럽에서 이례적인 관계다.


홍명보 감독이 "이게 팀이야!!"라며 책상을 걷어 차는 영상을 봤는지 모르겠다. 한국도 이제는 어떤 사회에서도 그런 짓을 하면 고소/고발감이지만 축구에서는 그런 짓이 용납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하니까. 유럽에서도 그렇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레젼드 감독 알레스 퍼거슨(Sir Alexander Chapman "Alex" Ferguson)의 별명은 헤어드라이어(hair dryer )였다. 선수들의 머리가 휘날릴 정도로 코앞에다 소리를 질러댔기 때문이다. 유럽의 많은 감독들은 아직도 욕하고 소리 지르고 짚어 던지고 심지어 외모나 사생활까지 다 간섭한다. 유럽에서 아니 이제는 한국에서도 이렇게 강력한 권력이 용납되는 관계는 축구 감독과 선수밖에 없지 않나 싶다.


https://youtu.be/yLX4vw_vyHE?si=RJjSaQX3ptKmD8u1

홍명보 - "이게 팀이야!"


https://youtu.be/MijdRTOnZLo?si=OY5ExYUHAPfNbKXy

아스널 아르테타 감독의 분노


그래서 축구단에서 감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축구라는 것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전술적인 부분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이렇게 위계가 없는 선수들, 그러나 엄청난 돈을 벌고 인기가 있는, 실력이 있는 선수들을 통제한다는 것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어찌 보면 전술보다 더 힘든 부분은 그 대단한 선수단 통제하는 일이다. 그래서 선수를 기용하고 내보내고 소리 지르고 간섭할 수 있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감독에게 주는 것이 아닐까.


아직도 무엇이 사실인지는 모른다. 단지 한국 축구 선수들이 세계적인 스타가 되어가는 만큼 더 통제하기 어려워진다는 것은 확실하다. 어쩌면 우리가 그 과도기를 일찍 직면하게 된 것이 행운일지도 모른다. 앞으로 이 사건을 조용히 덮을 것이 아니라 얼마나 현명하게 해결하느냐가 관건이 될 것 같다. 그래서 한국이 유럽을 따라가는 축구 문화가 아닌 그것을 넘어서는 축구 문화를 가진 나라가 됐으면 한다.

 




 이미지 : https://youtu.be/b9bM7tcqBEg?si=D3oDQSy1pzO_Ecx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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