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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롬와이 Oct 09. 2023

강릉의 색을 담은 공간

공간이 줄 수 있는 로컬리티 경험

여행을 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나에 경우 서울/경기에서 30년을 넘게 살아오면서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때면 그 지역의 모든 것들이 더욱더 새롭고 즐겁게 느껴진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여행은 내가 손쉽게 만나볼 수 없는 낯선 로컬 경험들을 하는 것, 로컬인들처럼 살아가며 느껴가는 여행이다. 


예를 들자면 줄 서는 맛집이 아니라 로컬인들이 자주 찾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디지털을 통해 쉽게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아니라 이 지역과 함께 오랜 시간 함께해 오신 어르신들에게 이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물어보고 좋은 장소를 추천받는다던지, 여행을 떠나서도 지역에 있는 클라이밍장을 가거나 하는 방식이다. 나는 이런 방식으로 여행을 즐기는 것이 로컬리티를 충분히 경험하고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나의 여행 방식을 다양한 게스트들도 경험해 보는 것을 바랐다. 그래서 잔잔에는 로컬리티를 많이 소개하거나 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지역을 구성하는 사람들, 지역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의 에너지를 충분히 직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을 바랐다. 그런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호스트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잔잔이 줄 수 있는 로컬리티 경험


그래서 잔잔에는 다양한 방법으로 로컬리티 표현하고 경험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1. 숙소 근처의 알려지지 않은 다양한 로컬 공간들을 소개한다.

96년부터 사업을 시작한 아버지가 오랜 시간 정성을 다해 만들어 온 좋은 제품들은 다른 브랜드들 대비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가 마케팅과 세일즈 때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나는 광고 회사에서 일을 하겠다는 꿈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게 10년 전 광고회사로 커리어를 시작했던 나는 스타트업의 브랜드 마케팅, 브랜딩을 경험한 후 현재는 회사 경영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


같은 맥락에서 아무리 매력적이고 다양한 콘텐츠를 담고 있는 지역이라도, 그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여행객들이 찾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잔잔은 강릉에 있는 탄탄한 제품과 서비스가 있는 브랜드와 공간을 소개하는 곳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다. 단순히 예쁘고 매력적인 공간이 아니라 지역을 소개하고 알릴 수 있는 공간이 되는 것을 바랐다.


그래서 부동산 매매 이후부터는 강릉에 도착할 때마다 동네를 걷기 시작했다. 이 동네가 가지고 있는 잘 드러나지 않는 반짝거리는 매력들을 하나씩 발견하고 알려주고 싶었다. 동네에 있는 꽃집을 들러 사장님과 이야기를 해보기도 하고, 동네에 있는 카페에서 사장님 부부와 이야기를 하고 인사를 드리기도 했다. 집 앞 백반집에서 점심을 먹기도 하고 어떤 손님들이 많이 오는지도 물어보았다.

로컬사람들로 가득 찬 강릉의 삼겹살집, 소주가 생각날 때 종종 들른다.

로컬을 알아가는 단계마저도 즐거웠다. 그리고 그 로컬들을 내가 가지고 있는 오가닉채널들로 알리기 시작했다. 인스타그램과 블로그를 활용해 포스팅을 하고, 네이버 지도를 만들어 잔잔을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주기 시작했다.

잔잔이 동네에 생긴 것이 이 동네에 사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잔잔을 방문해 주시는 분들께 드리는 로컬 디지털지도


2. 강릉의 로컬브랜드(스몰비즈니스)들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든다.

오프라인 공간은 온라인과 다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오감을 활용한 다양한 경험이 그것이다. 특히 숙소는 더 긴 호흡으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에서 접점을 만들 수 있는 공간이다.


먹고, 자고, 보고, 떠들고, 씻고, 쉬고, 멍 때리는 다양한 순간에서 로컬브랜드들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 강릉의 색이 가득한 로컬 브랜드들 발견하고 이 공간에 배치한다면, 숙소에 머무는 행동만으로도 다양한 로컬 경험을 복합적으로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강릉에서 만든 강릉 담은 향을 개발하고, 강릉에서 만든 지역 음식을 맛보고, 강릉의 비누, 샴푸와 같은 다양한 욕실 용품으로 몸을 가꾸고, 강릉의 차와 커피를 마시고, 동네에서 작은 중고책방을 운영하시는 옆집 아저씨에게서 책을 추천받고 큐레이션 하고, 강릉에서 평생을 살아오신 어르신이 운영하는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는 경험을 온전히 즐길 수 있다면 숙소에서도 온전히 강릉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더 나아가 이 공간에서 경험한 다양한 제품을 판매하거나 큐레이션 하는 형태로 연결된다면 이 역시도 로컬과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자면 로컬의 지역 곡물로 티백을 만들 수 있는 브랜드의 발견

더욱이 공간이라는 특성상 변화라는 특성을 크게 가질 수 없기에 공간이 아닌, 공간을 구성하는 것들을 바꾸어줌으로써 계속해서 바뀌어가는 공간이 되고,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공간이 되는 것을 꿈꾸고 있다. (물론 현재는 여러 가지 브랜드리스트와 플랜들만 가득할 뿐 시작되고 있는 것들이 없다.)


잔잔에 강릉의 색이 얼마나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다. 하지만 점차적으로 공간이 강릉의 색을 많이 담은 장소로 변해갈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해 본다. 그리고 로컬리티라는 콘텐츠로 공간이 주는 경험이 꾸준히 다양해질 수 있을 거라고 믿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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