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에 우두커니 앉았는데 시계 초침소리가 들려온다.
가끔 찾아오는 사랑방 손님 같은 순간.
비맞아 말간 공기처럼 마음이 뽀득할 때
그 희미한 소리가 마음에 박힌다.
도화지 같은 마음이 된 날엔
볕이 잘 드는 잔디에 자리를 잡은 강아지 곁에 앉아
아이들의 노는 양을 바라본다.
비었던 마음은 다시 저 시간 너머로 짐을 꾸려 떠난다.
셋이 하나였던 시간.
가라앉았던 마음의 먼지가 부유하기 시작한다.
품이 넉넉한 주머니에 그녀의 손을 잡아 넣고
성큼성큼 걸어가는 남자의 뒷모습이 보인다.
괜스레 강아지의 등허리를 쓰다듬으며 온기에 매인다.
언제 일어났는지 나를 쳐다보는 강아지의 눈빛에
채근이 담겨 있다.
언제까지 앉아있을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