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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의 산수화

by 제이린 Jayleen

거실 창에 여름이 성큼 담겨온다.

세차게 내린 봄비 뒤,

이름을 찾을 수 없는 여름의 하늘빛이

잉크 한 점 떨어지지 않은 도화지로 펼쳐지고

시원한 진녹색과 연둣빛,

주황과 초록의 모호함을 품은 나뭇잎들이 산을 온통 두루었다.


시간이 비추여 사람의 머리가 곳곳이 희끗해지듯,

겨울을 견딘 산에는 은혜로운 햇살로 인한

희끗한 그림자가 드리운다.


눈에 담기만 하였는데 몸이 뜨끈해지는

직설적인 햇살이 산세를 깊이 비춘다.

계곡과 굽이침이 드러난다.


만물을 비추는 해는 어두움을 캔다.

평면에 지나지 않았던 숲이,

햇살을 만나 내 마음을 지핀다.


굽이치는 명암이 마음껏 드러난 내 인생도

지금이 가장 아름다운 때일지 모른다.


그림자를 품지 않은 인생은 해를 겪어보지 않은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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