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 후 첫 3개월
이직한 지 3개월이 지났다. 통상적으로 3개월을 ramp-up 기간으로 잡는데 개인적으로 난 이 시기를 어떤 실수나 silly한 질문들도 다 용납받을 수 있는 grace period로 생각한다. 그래서 난 이 때 learning curve를 '극단적'으로 가파르게 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하는게 효과적인 이유는 적어도 내 경험에 의하면 '처음' 모르거나 할 줄 모르는 건, 나중에 가도 그렇게 되지 못할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또 문제는, 3개월이 지나기 시작하면 생각보다 물어보기 머뭇거려지는 순간이 많아진다. '왜 아직 저것도 모르지?'라는 인식을 피하기 위해 점진적으로 궁금한 것을 마음껏 물어보지 못하게 되는 시기로 접어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3개월 기간동안 정말 열심히 물어가며 나의 것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렇게 내게도 그런 첫 3개월이 지났고, 많은 (이직하지 않았다면 겪지 못했을) learning들이 있었다. 난 이직에 적극적인 '프로 이직러'는 아니었다. 그런데 미국에 와서 일하다 보니 자연스레 '나의 시장가치'를 높이는데 재미(?)를 느꼈고, 실제 이직을 해보니 다른 조직에 좀 더 유연하게 나를 맞춰가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의 기회들이 있었다. 아마 한 조직에 너무 오래 머물면 자연스레 '당연했던 것'들이 '당연시 해져야 하는 것'들로 보이는 착시에 젖어 조직과 개인 모두의 성장을 저해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본다. 이래서 조직, 개인 모두 늘 필요한 '변화'가 요구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1. 더 많은 responsibility
내가 이직한 회사는 Hollywood를 대표하는 세계 최고의 프로덕션 (Dinesy, Warner Bros) 회사 뿐 아니라 OTT platform인 Netflix, Apple+ TV등 후반 작업을 맡는 global post-production 회사다. 규모로 보면 미국에서 제일 크고 2년 전부터 한국을 비롯한 APAC OTT Original 시리즈 인기에 힘입어 APAC에 진출했다. 예를 들어, Netflix Korea Orginal 쇼들을 북미, 유럽, 그리고 SEA까지 배급하기 위해 Localization 작업을 해준다. 난 이런 성장세 가운데, APAC 성장을 위해 Operation 및 Finance를 oversee하는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재밌는 점은 이전의 회사 (철저히 domestic)와는 달리, 미국 뿐 아니라 호주, 싱가폴,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다양한 지사들과 긴밀히 일하며 그들의 function들을 어떻게 잘 활용해 APAC growth를 극대화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단순히 execution하는 입장이 아닌, 이젠 내부 리소스를 좀 더 글로벌 스케일로 활용하는 법에 대해 고민하는 업무가 주가 되었고 이는 향후 리더쉽 롤로 성장해가는데 분명 큰 도움이 될거라 확신했다.
2. problem solving ++++
Job을 찾을 때 JD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요구되는 skillset 중 하나는 problem solving이다. 이게 괜히 공통적으로 다 들어가 있는게 아니다. 특히, 한국과 대비해 내가 느낀 미국회사들이 갖는 근무 문화적 차이점은 '문제해결능력'에 대한 포커스다. 특히 직급이 올라갈 수록 더 그런 것 같다. 나는 운좋게 거쳤던 세 개 회사 모두에서 훌륭한 리더를 만났던 것 같은데, 그들의 공통점은 "뛰어난 hard skillset은 갖추지 않았더라도, 문제상황이 주어졌을 때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 지 방향성 제시를 정말 잘한다"라는 점이었다. 크게 당황하지도 않는다 (이미 많은 경험에서 우러난 노련미일 수 있겠다). 즉 문제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능력'을 무조건 길러야 한다. 생각의 크기와 노련함은 절대 다른 누군가에게 쉽게 대체되지 못한다.
3. Operation의 중요성
난 솔직히 Operation의 중요성을 조금 간과했왔었다. Equity Trader와 Sales로 대부분 front에서 일했던 경험이 6년 이상이라 내게 Operation은 rev를 서포트해주는 그냥 백오피스에 불과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금융서비스 회사의 경우 더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인더스트리에서 생각해보면 상황은 많이 달라진다는 점을 느꼈다. 실제 미국회사들도 Operation의 중요성을 매우 잘 알고 있고 난 이게 미국회사들의 지금의 꾸준한 성장세의 큰 동력이 되어왔다고 생각한다. 성장하는 조직의 operation은 대게 엉망진창이다. 지금 APAC division도 그렇다. "그렇기에 내가 만들어 갈 수 있는 더 많은 improvement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 난 이래서 너무 established된 조직보다는 이런 성장 중인 조직을 내 개인적 성장 차원에서도 선호한다.
4. 숫자가 살아 숨쉬는 경험적 관찰
Operation에 더 많이 관여하게 되고, finance 숫자까지 같이 보게된다면 정말 적나라한 '성적표'를 받게되는 기분이다. 내가 한 forecast 대비 어느region/어떤GL/어느cost center가 fav or unfav 한 지 한 눈에 들어오기 때문에 실제 뭔가 경영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이전보다 훨씬 많이 받게 된다. 숫자만을 위한 숫자가 아닌 진짜 '살아있는' 숫자를 다루는 느낌이다. 그렇기에 숫자 storytelling에도 더 재미가 생기게 된다. 한 번 reporting하면 많게는 수십가지의 질문이 CFO 및 key stakeholder들에게 오는데 이를 하나씩 받아쳐 내가는 희열(?), 그리고 정말 모르는 것은 인정하고 나중에 더 알아가는 성취감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