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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Sep 24. 2024

나의 이방인에게_39

돌이 되는 시간    




파란 철문의 매듭을 풀면

돌이 되는 시간이 온다


낱장의 어둠이 쌓여

한 그루의 그림자로 견고해지고


달의 눈동자가

밤을 입체로 꿰뚫어 보면

몸은 연마된다


날려버리고 싶은 머리는 던진다 절단하고 싶은 목 뒷덜미는 자른다 깨버리고 싶은 어깨는 쪼갠다 부숴버리고 싶은 엉덩이는 산산조각이다 갈아버리고 싶은 무릎은 사라진다 동강 난 발목은 굴러간다


4천 번쯤 부수고 쪼개고 절단하면

몸은 돌고 돌아 돌이 된다

어떤 모양의 돌인지는 알 수 없다


돌은 미래의 병명보다

과거의 별명에 가깝다


별명이 있었던 유년으로 돌아간다

돌은 하늘 구름 달 바람 공기처럼

서서히 밤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고

그저 돌로 회복된다


돌은 더 가벼워질 수 있고 둥글어질 수 있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이동할 수 있고 버려질 수도 있다

마모될 뿐 돌이다

 

달의 눈동자에는 금목서를 흔드는 고양이가 있고

고양이의 눈 속에는 파란 대문의 매듭을 묶는 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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