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이 되는 시간
파란 철문의 매듭을 풀면
돌이 되는 시간이 온다
낱장의 어둠이 쌓여
한 그루의 그림자로 견고해지고
달의 눈동자가
밤을 입체로 꿰뚫어 보면
몸은 연마된다
날려버리고 싶은 머리는 던진다 절단하고 싶은 목 뒷덜미는 자른다 깨버리고 싶은 어깨는 쪼갠다 부숴버리고 싶은 엉덩이는 산산조각이다 갈아버리고 싶은 무릎은 사라진다 동강 난 발목은 굴러간다
4천 번쯤 부수고 쪼개고 절단하면
몸은 돌고 돌아 돌이 된다
어떤 모양의 돌인지는 알 수 없다
돌은 미래의 병명보다
과거의 별명에 가깝다
별명이 있었던 유년으로 돌아간다
돌은 하늘 구름 달 바람 공기처럼
서서히 밤을 구성하는 일부가 되고
그저 돌로 회복된다
돌은 더 가벼워질 수 있고 둥글어질 수 있다
누군가의 주머니로 이동할 수 있고 버려질 수도 있다
마모될 뿐 돌이다
달의 눈동자에는 금목서를 흔드는 고양이가 있고
고양이의 눈 속에는 파란 대문의 매듭을 묶는 돌이 있다